▲일제히 하늘에 ‘희망풍선’을 날리며 환호하는 태안 읍민들지요하
<2>
태안읍 백화산 정상 해맞이 행사는 오전 7시에 시작되었습니다. 군수, 군의회의장, 문화원장, 교육장, 태안반도태안장년회 전임 회장 등이 이런저런 역할을 맡은 '제천제'를 거행한 다음 신임 청년회장의 개회사, 군수와 군의회의장의 신년사, 소프라노 독창, 색소폰 연주, 신년 축시 낭송, 소망풍선 띄우기, 만세 부르기, 행운권 추첨 순으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나는 행사 전 백화산 정상으로 오를 때 행사 진행요원에게서 '행운권'을 한 장 받았습니다. 번호를 보니 '666번'이었습니다. 나는 백화산을 오를 때는 신년 축시 낭송을 마치면 곧바로 내려올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행운권 번호를 보니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666, 세 자리 숫자가 똑같은 번호를 받기도 쉬운 일이 아닐 거라는 묘한 생각이 들면서 은근히 기대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행사 마지막 순서인 행운권 추첨이 시작될 때 나는 차(茶)가 마련된 곳으로 갔습니다. 커피 잔에 뜨거운 물을 받는데, 군의회의장이 뽑은 행운권의 번호를 사회자가 불렀습니다. 660이라는 숫자를 듣는 순간 절로 긴장이 되더군요. 그러나 마지막 숫자는 7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나한테 그런 행운이 올 리 있나.
그런데 문화원장과 교육장과 태안반도태안장년회장이 차례로 행운권을 뽑은 다음 여섯 번째로 청년회의 전 회장이 행운권을 뽑았을 때였습니다. 청년회 전 회장은 행운권을 사회자에게 주지 않고 자신이 직접 큰소리로 번호를 불렀습니다.
"6백6십6번!"
행운권 추첨은 열 장만을 뽑았습니다. 수백 명이 모인 가운데서 단 열 명만이 뽑혔고, 내가 그 안에 들었습니다. 신년 초하루 아침에 해맞이 행사장에서 행운을 얻은 열 명에게는 각기 1돈짜리 '황금돼지'가 주어졌습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이 나이를 먹도록 공개 행사장에서 추첨에 뽑혀 상품을 타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런저런 크고 작은 행사에서 행운권을 받은 경험은 꽤 있지만 그 행운권이 행운을 가져다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가족 모두가 거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류의 행운이라는 건 애초 우리 집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런저런 행운권 추첨 때마다 아예 기대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07년 1월 1일 아침에, 해맞이 행사가 치러지는 백화산 정상에서 그런 뜻밖의 행운이 내게 찾아온 것입니다. 그것도 돼지해에 황금돼지 한 마리가…. 비록 금 1돈짜리 작은 돼지이긴 하지만….
물건의 부피나 값을 떠나서 신년 초하루 아침의 해맞이 행사에서, 행운권 당첨으로 돼지해에 황금돼지를 탔다는 것이 되우 즐거운 기분을 갖게 하더군요. 그래서 나는 내가 당뇨환자라는 사실을 무시하고 행사장에서 아침부터 빈속에 맛좋은 동동주를 두 잔이나 마셨지 뭡니까. 술기운으로 기분이 더욱 둥둥 뜨는 것 같더군요.
기분 좋은 일은 또 하나 있었습니다. 행운권 추첨이 시작되기 직전에 반도청년회 간부 한 명이 내게 와서 봉투를 주더군요. 처음 받아보는 봉투였습니다. 지난 세 번의 신년 축시 낭송은 완전히 무료 봉사였는데(고장에서 열리는 뜻있는 행사이니 고장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행사를 돕는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이번에는 사례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나로서는 글을 써서 번 2007년의 최초 수입이었습니다. 새해 초하루 아침에 백화산 정상 해맞이 행사장에서 올해 첫 번째 고료 수입이 되는 봉투를 받았다는 사실은 매우 각별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에 대한 인식이 나를 즐겁게 했는데, 거기에다가 행운권 당첨으로 황금돼지까지 받게 되었으니….
구름 때문에 동녘 하늘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지는 못했지만,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어머니와 마누라에게 '축하'를 했습니다. 내가 새해 초하루 아침에 백화산 해맞이 행사장에서 비록 적은 금액이나마 올해 첫 고료 수입이 되는 봉투를 받고, 또 행운권 당첨으로 황금돼지를 타왔으니 당연히 어머니와 마누라에게 축하를 할 일이었습니다.
봉투에는 10만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 돈에서 만원을 떼었고, 신년미사(세계평화의 날/천주의 모친 마리아 대축일)를 지내러 가족과 함께 성당에 가자마자, 새해 첫날에 새해 첫 십일조 헌금을 했습니다. 황금돼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확실한 값을 알아본 다음 정확하게 십일조 헌금을 할 생각입니다(우리 성당은 개신교 신자들처럼 올해 십일조 헌금을 하기로 해서…).
올해 첫날 내게 첫 고료 수입과 행운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내가 새해 초하루 아침에 백화산 정상 해맞이 행사장에서 낭송한 신년 축시를 여기에 소개합니다. 내 글을 즐겨 읽어주시는 분들, 오늘 처음 내 글을 접하시는 모든 독자님들께 올 1년 동안 좋은 일들이 많이 찾아오고, 건강과 평화 속에서 복 많이 지으시기를 기원 드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