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소희
사실 그에게는 젠틀과는 거리가 먼 비밀이 있었다. 동네사람들은 쉬쉬하면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는 아주 좋은 사람인데 사람을 죽였어. 감옥에도 갔었고. 거기서 6년형을 받았는데 3년쯤 살다 나왔을 거야."
"왜요? 바이삽이 착해서 형을 감해줬나요?"
"아니, 인도 감옥에선 하루를 밤, 낮으로 구분해서 이틀로 계산해 주거든."
"네!? 하루가 이틀이라고요?"
하룻밤을 자고 나면 이틀이 지나는 신기한 감옥에서 3년을 아니 6년을 보낸 바이삽은 세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바이삽은 왜 혼자 살아요? 키도 크고 잘생겼고 목소리도 차분한데. 바이삽 나이가 거의 쉰은 넘은 것 같은데…. 결혼했었는데 와이프가 죽었나요?"
"아니, 그는 결혼한 적이 없어. 실은 살인자가 된 것도 그것 때문이고."
"왜요? 왜!"
"아무튼 그래. 하지만 그는 좋은 사람이야. 죽여야 할 사람을 죽였으니까."
우리의 궁금증은 폭발 직전이었지만 이 부분에서 사람들은 갑자기 입을 다물어 버렸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바이삽의 발가락은 모두 밖을 향해서 꺾어져 굳어버렸다. 그 이상을 알 수는 없었다. 확실한건 그가 살인자라는 것 뿐.
하지만 우리는 짐작할 수 있었다. 인도에는 그런 사랑얘기가 많다. 이루지 못한 사랑과 그 때문에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 아주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내기 쉽진 않지만.
인도에서 결혼을 하려면 카스트, 지역, 종교, 언어 등 복잡한 계산이 따른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도 그런 것을 계산해 놓고 사랑을 시작할 수 없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눈물의 결혼식을 치르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젠틀 바이삽도 그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