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내기를 좋아하는 동네 사람들왕소희
그래서 미용실 '뷰티 팔라(beauty palor)'로 끌려갔다.
"넌 앞머리 내려서 조금만 잘라주면 예쁘겠어! 이 동네 사람들은 전부 여기서 머리하니까 걱정 마!"
동네 최고 미용사라는 프리띠. 그녀는 우리 친구인 학교 선생 모나의 언니이기도 했다.
프리티's 뷰티팔라. 비틀 비틀한 계단을 올라가 낙서가 잔뜩 인 허름한 건물 안으로들어가니 꽤 분위기가 갖추어진 곳이었다. 커다란 거울도 있고 여성용 속옷과 매니큐어도 팔고 있었다. 최고의 미용사 프리티는 내 머리를 한참 째려보더니 쓱싹 쓱싹 가위질을 했다. 그런데 앞, 뒤, 두 번. 그것이 전부였다.
"어머머! 메이, 일본 인형 같아!"
두 자매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하지만... 하지만 내가 보기엔 사탄의 인형 같았다!
그 머리 스타일 때문에 나는 자신감을 잃었다.
"어머머, 언니 머리가 왜 그래요? 너무 웃겨요. 숱도 많은데 그렇게 잘라놓으니까 더부룩 답답해요. 큭큭..."
언덕 위로 올라오는 여행자들은 촌스런 내 머리 스타일을 놀리며 즐거워했다.
며칠동안 나는 언덕 뒷쪽에 앉아 있었다. 머리 스타일이 너무 바보처럼 느껴져서 일도 하지 않고 햇볕이나 쪼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곳은 언덕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곳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들판 사이에 고깔처럼 뾰족이 솟은 두 개의 산을 볼 수 있는 곳.
'언젠가 새벽에 가벼운 배낭을 메고 저 산에 올라가 봐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머리에 수건을 써야 할 거야. 이런 머리 꼴로 돌아다닐 순 없잖아. 나는 속상해 죽겠는데 하늘과 들판은 예뻐 죽겠네.'
거대한 구름, 끝없는 들판, 먼 데서 불어 온 바람. 나를 둘러싼 풍경은 아름다운 데다가 물감 통을 흔들다 화악 쏟아 놓은 것처럼 웅장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때 언덕 아래서 강 쪽으로 가는 긴 행렬이 보였다. 이십 여명 되는 동네 사람들은 모두 민머리였다. 아까부터 사라졌던 나를 찾으러 온 람이 나를 발견하고 다가와 말했다.
"어젯밤 라자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까까 어르신부터 꼬마 라다까지 모두 머리를 밀었어. 인도에선 사람이 죽으면 가족, 친지들이 머리를 밀고 슬픔에 잠기거든. 시체는 강으로 띄워 보내고."
햇볕아래 반짝 반짝 거리는 민머리로 천에 둘둘 만 시체를 메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왜 머리카락을 밀지? 머리카락이 뭐라고."
"메이, 스님들도 출가할 때 삭발을 하시지? 머리카락은 기나긴 과거를 잊지 못하고 기억하는, 길면 길어질수록 집착하는 몸이 아닐까? 그래서 머리를 미는 걸 거야. 하지만 그건 그냥 육체일 뿐이야. 우리는 영혼을 더 소중히 하면 돼."
갑자기 수 만개의 머리카락이 목을 죄는 듯하여 머리카락에 대한 집착은 그만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