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면 될 것을, 때리긴 왜 때리나

이찬, 이민영 폭행 논란... '남의 집 가정사' 치부하기엔 병폐 크다

등록 2007.01.02 17:41수정 2007.01.0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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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성심병원에 입원한 탤런트 이민영씨는 2일 오전 11시경 자신의 병실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이씨는 코뼈 접합수술(전치 3주)을 받아 코에 보호대를 하고, 눈에는 붉은 멍자국이 있었으며, 오른손 새끼손가락에도 보호붕대를 감고 있었다.
서울 강동성심병원에 입원한 탤런트 이민영씨는 2일 오전 11시경 자신의 병실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이씨는 코뼈 접합수술(전치 3주)을 받아 코에 보호대를 하고, 눈에는 붉은 멍자국이 있었으며, 오른손 새끼손가락에도 보호붕대를 감고 있었다.오마이뉴스

먼저,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된 진리 하나를 말해두고 시작하자.

"폭력은 인간을 굴복시킬 수 있다. 그러나,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잊을 만하면 신문 사회면에 등장하는 기사가 있으니 바로 부부 간의 폭력이 야기한 비극에 관한 것들이다. '수십 년간 지속돼온 남편의 일상적 폭행에 아내가 남편을 살해했다' 혹은, '매맞는 어머니의 처지를 보다 못한 자식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끔찍한 소식들.

남편 혹은, 아버지를 살해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아내와 자식의 경우에서 보듯 가정에서 일어나는 부부 간 폭력은 그것이 외부에 알려지기 어렵고, 반복적으로 행해진다는 것에서 그 폐해가 심각하다. 일방적인 폭행의 피해자는 죽을 때까지 모멸과 치욕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당연지사 치유도 어렵다. 황폐해진 정신을 정상인의 사고로 돌려놓기 힘든 탓이다.

최근 발생한 한 연예인 커플의 폭력사태는 다시 한번 부부 간 폭력이 내포한 위험성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탤런트 이찬-이민영 커플이 가족과 친지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한 지 12일 만에 파경 위기를 맞았다고 한다. 두 사람의 이름이 씌어진 혼인서약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이다.

세상에서 가장 자상한 남편과 이 땅에서 제일 행복한 신부의 얼굴로 텔레비전 화면에 나타나 "우린 여전히 서로 사랑한답니다"라며 웃다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혼하는 연예인 부부를 여러 차례 봐온 터이니, 이 두 사람이 파경을 맞았다는 소식 역시 별스럽지 않게 들릴 수도 있다.

이찬-이민영 사태의 본질은 '폭력'


그러나, 이번 '이찬, 이민영 폭행 논란'은 이전까지의 연예인 커플이 결별했던 경우와는 그 문제가 좀 다르다. 두 사람 사이에 폭력이 개입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물리적 약자인 여성의 코뼈가 상하고, 얼굴에 피멍이 드는 심각한 폭력이다.

물론, 폭력을 행사했다고 지목받고 있는 이찬씨와 폭행을 당했다고 말하는 이민영씨의 주장은 엇갈린다.


이민영씨 측은 "결혼 이전에도 이찬의 폭력은 지속적으로 있어왔고, (문제가 된 날은) 머리채를 휘어잡은 채 차를 몰았고, 배를 걷어차는 구타로 인해 아이가 유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력의 일방적인 희생자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찬은 1일 연합뉴스에 보낸 해명성 글을 통해 "배를 걷어찼다는 찼다는 이민영의 말은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하며 "오히려 내가 이민영의 어머니와 오빠로부터 모욕과 폭행을 당했다"고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덧붙여, 두 사람 다툼의 원인 중 하나가 이민영의 어머니가 자신의 자존심을 짓밟았기 때문이라고 지목한 이찬은 "(의견충돌로) 서로 따귀 7~8차례를 주고받은 것이 전부"라고 일방적 폭행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두 사람 모두 "변호사를 통한 법적대응(이찬 측)"과 "형사고발을 검토(이민영 측)"하고 있다니 이 폭행사건은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서로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으니 지금 상황에서 일방의 편을 든다는 건 적절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이런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찬의 주장대로 이민영의 어머니가 "민영이의 친구는 30억짜리 집에 사는데 (너는) 33평 아파트가 뭐냐… CF가 물밀 듯이 들어오는데 임신을 해서 못 찍는다"라고 모욕을 주었거나, 이민영이 "나 때문에 요즘 유명해진 주제에…"라는 말로 자신을 비난해 참지 못할 만큼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애초 결혼을 하지 않거나, 이성적으로 이혼 절차를 밟았으면 될 일인데 왜 폭력을 사용했을까 하는 것이다.

왜 그는 폭력을 사용했을까

서울 강동성심병원에 입원한 탤런트 이민영씨는 2일 오전 11시경 자신의 병실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이씨는 코뼈 접합수술(전치 3주)을 받아 코에 보호대를 하고, 눈에는 붉은 멍자국이 있었으며, 오른손 새끼손가락에도 보호붕대를 감고 있었다.
서울 강동성심병원에 입원한 탤런트 이민영씨는 2일 오전 11시경 자신의 병실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이씨는 코뼈 접합수술(전치 3주)을 받아 코에 보호대를 하고, 눈에는 붉은 멍자국이 있었으며, 오른손 새끼손가락에도 보호붕대를 감고 있었다.오마이뉴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따귀 7~8차례 주고받은 것'인지, '코뼈가 상하고 피멍이 들 정도의 일방적 폭행'인지가 아니다. 문제는 불거진 불화를 폭력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폭력을 통해 해결되는 문제는 아무 것도 없다. 해결된 것처럼 보이거나 일시적으로 숨겨 덮을 수 있을 뿐, 폭력으론 문제의 본질을 풀어낼 수 없다.

부부 간의 폭력이 어떤 극단적인 사태를 불러오는지 우리는 이미 영화 <적과의 동침>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에 대한 살해욕구는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부부 간 폭력을 '남의 집 가정사'라 치부하며 눈 돌려온 우리를 반성케 한다.

앞서 말한 신문기사 역시 부부 간 폭력이 야기할 비극의 가능성을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다. 뿐인가. KBS는 금요일 밤마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폭력이 문제해결의 수단이 될 수 없음을 시시때때로 교육시킨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폭력. 이젠 뭔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상처 입은 이민영의 얼굴에서 지속적이고 습관적이기에 고치기 쉽지 않다는 부부 간 폭력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는 건 슬픈 일이다. '폭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부부가 비단 이찬·이민영 커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한국사회의 현실은 더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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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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