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생 기념사진.전희식
수련을 하면서 어렴풋이 저 자신이 '한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동학의 기본 사상인 시천주(侍天主)가 제대로 된 것이지요. 동학수련에서는 '강령'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내 안에 한울을 모심으로 내가 즉 한울이 되는 원리이고, 그것을 해 내는 수련의 요체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천지부모'와 '이천식천' 같은 핵심 사상들을 체증하는 수련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향아설위'의 가르침이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습니다. 향아설위는 도올 김용옥선생이 풀이한 <동경대전>에서 설명되어 있지만 이것을 체험하고 내 삶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습니다.
수련이 깊어지면 몸은 물론 마음이 한없이 맑아지면서 과거의 번잡한 얽힘이 풀리면서 하나로 꿰어지기도 하고 미래가 투명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3일째 되는 날부터 계속 그런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런 체험은 그동안 '동사섭수련'과 '간화선수련' 등을 통해 체험했던 것들이지만 이번에는 더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상태가 좋았습니다.
제대로 된 수련은 수련자로 하여금 주변 사람과 상황들에 대해서 훨씬 긍정적이 되게 하고 모든 사람이 하늘임(인내천)을 온몸으로 알게 됩니다. 일주일 내내 하얀 눈이 뒤덮인 800고지 산 속에 있는 수도원은 40여 명의 수련생과 수도원 관계자들의 맑은 기운이 차 있었습니다.
무척 추운 날이 며칠 계속되었는데 강추위가 '맑고 밝다'는 느낌으로 다가온 것도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새해 새벽 0시에는 새해를 여는 타종식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달무리가 있었는데 밤늦게까지 서쪽으로 달과 함께 가는 것도 보았습니다.
강령이니 강화니 하는 동학 수련에서 쓰는 말들이 있는데 수련을 하지 않은 사람이 듣기에는 주술적으로 들릴 수도 있어 여기서는 더 자세히 말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至氣今至 願爲大降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라는 21자 주문은 웬만한 동학관련 책에 다 나오는 구절인데, 동학의 교세가 왕성하게 퍼져 나갈 때는 경주와 남원 등지에서는 민중들이 이 21자 주문을 외는 소리에 동네가 소란 할 지경이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이이화 선생님께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주문을 통해 한울님을 모시는 수련이 동학수련입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동학수련에 대해 모두 말한 것이 되지만 제대로 전달되었다고는 또 말할 수 없습니다. 수련은 말이나 글로 전달할 수 없고 체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번 수련에서 체험한 한울님에 대해서 말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강령이 되었을 때 함께 간 마리학교(강화도에 있는 대안중학교) 교사 성아무개 선생님이 저를 안아주었는데 계속 저는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마리학교의 같은 학부모인 김아무개 선생님이 저를 또 안아주었는데 이번에는 계속 고맙다고 하면서 울었습니다. 눈물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찬란한 세상에 대해 그렇게 된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죄송하고 모든 사람이 고마웠던 것입니다. 그런 상태에 대해 이해가 되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