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 독립' 하면 어떨까요?

김장 독립에 이어 올해 장류도 손수 담가봤습니다

등록 2007.01.05 11:22수정 2007.01.0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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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부터 손수 하게 된 '김장 독립'에 힘입어 올해는 '장류 독립'을 꿈꾸게 되었다. 형님이 지나가는 말로 우연히 한 말이 계기가 되었다.


"동서 덕분에 나도 지난해 김장독립을 했네, 호호. 막상 해보니 그렇게 쉬운 걸 그동안 왜 그렇게 무서워했는지 몰라. 차차 고추장, 간장, 된장 독립도 해 버릴까 봐. 먼저 고추장부터. 고추장은 아주 쉬운 것 같아. 예전에 친정 엄마가 하는 것을 봤는데, 그냥 곱게 빻은 고춧가루에다 소금과 물엿 끓여 식힌 것 붓고 버무리면 끝이었어."

@BRI@장류 독립? 형님의 말이 있기 전까지 내게 있어 장류 독립은 언감생심이었다. 김장은 워낙 부피가 크니 더 이상은 빈대 칠 수 없어 독립했지만, 장류는 부피를 떠나 김장하고는 또 차원이 달랐다.

결혼 전 올케언니로부터 "아무리 해도 어머님 장맛이 안 난다"는 장 담기 실패담을 여러 번 들었기에 장은 나이 든 할머니들이 담아야 제 맛이 나는 줄 알았다.

그랬는데…, 형님의 지나치는 말 한마디에 그만 발동이 걸렸다. '일단 고추장 먼저 해보고 자신이 생기면 그 다음에 메주를 만들어 보자.'

당장 고춧가루를 찾아 냉동실을 여니 김장하고 남은 상당 분량의 고춧가루가 냉동실을 비좁게 만드는 주범답게 덩치도 크게 턱! 밉살스럽게 버티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순풍 빼들고 방앗간으로 가서 고추장용으로 곱게 빻아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내가 가져간 고춧가루 분량이면 물엿이 얼마나 드는지 방앗간 마님에게 물으니 적당량의 물엿 봉지를 안겨주었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의미에서 고추장 만드는 법을 물으니 형님의 말과 대동소이했다.

결론적으로 두 '사부'의 설명을 밑천으로 고추장을 만들었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웃 아짐들은 좀 싱거운 것도 같고 뭔가 2% 부족하다고 했지만, 자기도취에 빠진 나는 싱거운 것은 이해 가는데 2% 부족은 용납할 수 없었다.(웃음)


좀 싱거운 고추장에 소금을 뽀얗게 뿌리면서 얻게 된 깨달음. 아, 장류는 국이나 반찬이 아니기에 간을 보았을 때 크으∼ 소리가 저절로 나게 짜야 함을 알게 되었다.

고추장을 만들고 나니 자연 메주에 호기심이 갔다. 그러나 간장, 된장은 고추장과 사촌이지만 고추장과 급수가 다르기에 일단 실험용으로 조금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해서 메주콩을 5000원어치만 사서 삶았고 마늘처럼 찧어서 목침의 절반쯤 되는 메주 하나를 완성하였다.

메주를 만지면서 무척 즐거워 하는 동심.
메주를 만지면서 무척 즐거워 하는 동심.정명희
그대로 매달까 하다가 문득 교육적으로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뭉쳤던 메주를 다시 부순 다음 놀고 있는 아이를 불렀다.

찰흙 놀이하듯 재미있게 치대며 모양을 만드는 아이를 보며 나는 간장, 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야, 신기하지 않니? 조상님들은 어떻게 그 수많은 콩들 중에서 하필 노란 콩을 택하였으며, 삶아서 발로 밟아 부수어 네모로 만든 다음 새끼로 엮을 생각을 했을까? 그뿐이냐, 그것을 이불 덮어 띄우고 그런 다음 소금물 부어 재울 생각을 어찌하였을까?"
"……?"

"조상님들의 슬기는 정말 대단해, 그치? 소금을 그대로 먹어도 되련만 그렇게 하지 않고 검은 국물(간장)로 만들어 먹을 생각을 했으니 말야."
"치이, 엄마는 그것도 모르나? 그래야 된장이 생기잖아."

"그렇구나! 그나저나 콩으로 간장, 된장 만들 생각을 누가 제일 먼저 했을까? 혹시 다른 콩으로는 시도해 보지 않았을까?"


정말이지 말해 놓고 보니 노란콩으로 메주 쑤어 간장과 된장으로 '거듭나게' 한 최초의 그가 누구였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혹, 인터넷을 뒤지면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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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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