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 올해 '황금돼지' 잡았어"

이명박 연희동 방문... 전두환 전 대통령 "나이 드니까 도리 없다"

등록 2007.01.05 13:00수정 2007.01.0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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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은 5일 유력 대권주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대권 행보가 밝다'는 의미의 덕담을 건넸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5일 오전 9시 50분 서울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을 인사차 방문, 1시간 가량 단독 면담했다.

응접실로 들어간 이 전 시장은 전 전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셔서 참 좋습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전 전 대통령은 "올해 황금돼지띠라고 하데? 황금돼지 한 마리 잡았어"라고 덕담했다. 이에 이 전 시장은 "우리 집사람이 돼지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또 30여명의 취재진들이 두 사람의 만남을 취재하기 위해 자택에 들어온 것에 대해서도 전 전 대통령은 "이 시장이 덕망이 높은 모양"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이 "황금돼지 한 마리 잡았어"라고 말한 것은 얼핏 전 전대통령이 잡았다는 것인지 이 시장이 잡았다는 것인지 문맥상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러나 새해 인사 중에 나온 얘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숨은 뜻을 파악할 수 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새해 덕담을 할 때 바라는 일들이 이미 이뤄진 것처럼 표현하는 풍습이 있는데, 전 전대통령의 '황금돼지' 발언도 이런 화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

즉 현재 대권주자들 중 지지도가 가장 높은 이 시장에게 '대권을 잡을 것이다' 혹은 '대권을 잡길 바란다'는 덕담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전 전 대통령 "주량이 3분의 1로 줄었다. 나이 드니까 도리 없어"

전두환 전 대통령이 5일 오전 연희동 자택 접견실에서 새해인사차 방문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악수하며 자리로 안내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일 오전 연희동 자택 접견실에서 새해인사차 방문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악수하며 자리로 안내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날 전 전 대통령은 약 5분 정도만 기자들에게 공개된 자리에서 자신의 근황에 대한 얘길 많이 했다. 그는 '운동은 뭘 하시느냐'고 묻는 이 시장에게 "나이 들면 골프가 가장 좋아, 그런데 주변에 한사람 두 사람 골프치는 사람이 없어져, 세상 떠나고 아프고"라면서 적적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또 "이달 18일이 '희수'(77세 생일)"라면서 70이 넘으면 음식도 안 먹히고 술도 안 먹혀"라고 말했다. 예전의 3분의1로 주량이 줄었다는 전 전 대통령은 "나이 드니까 도리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이 전 시장은 "요즘 70대면 죄송하지만 젊습니다. 요즘 장례식장 가면 거의 90대가 많더라"고 답했다.

이 전 시장의 이날 방문은 지난 2~3일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방문한 데 이은 것. 이날 1시간 가량 면담하고 전 전대통령 집을 나선 이 시장은 '어떤 얘기들을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 특별한 것은 없었다, 다 좋은 얘기다"라고만 답했다.

또 다른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원희룡 의원이 전 전 대통령에게 큰 절을 한 것으로 비난 여론에 직면한 것과 관련한 얘기는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시간에 그런 얘기를 하면 어떡하느냐"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운동은 뭘 하시느냐'고 묻는 이 전 시장에게 "나이 들면 골프가 가장 좋아, 그런데 주변에 한사람 두사람 골프치는 사람이 없어져, 세상 떠나고 아프고..."라면서 적적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운동은 뭘 하시느냐'고 묻는 이 전 시장에게 "나이 들면 골프가 가장 좋아, 그런데 주변에 한사람 두사람 골프치는 사람이 없어져, 세상 떠나고 아프고..."라면서 적적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전두환 전 대통령이 5일 오전 연희동 자택 접견실에서 새해인사차 방문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악수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 전 대통령이 (새해 덕담일 뿐인데) "뭐 녹음할 게 있어?" 운을 떼자 이 전 시장이 겸연쩍스럽다는 듯 웃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5일 오전 연희동 자택 접견실에서 새해인사차 방문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악수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 전 대통령이 (새해 덕담일 뿐인데) "뭐 녹음할 게 있어?" 운을 떼자 이 전 시장이 겸연쩍스럽다는 듯 웃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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