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상속녀 속물냄새 풀풀~

[해외리포트] 호주 언론, 허영으로 가득찬 패리스 힐튼 방문 비난일색

등록 2007.01.08 20:28수정 2007.07.0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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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최고의 이슈 메이커로 꼽히는 힐튼가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이 지난달 29일 호주 시드니의 데이비드 존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힐튼은 호주의 한 맥주회사 홍보를 위해 호주를 방문했다. ⓒ EPA=연합뉴스

호주 언론의 2006년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가십코너는 온통 패리스 힐튼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힐튼호텔그룹의 상속녀인 덕분에 억만장자가 되고, 특유의 속물근성을 부끄럼 없이 노출하는 낯 두꺼운 행동거지 때문에 패리스 힐튼은 선망과 질시를 동시에 받으면서 호주의 한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다.

동시에 그녀의 호사스런 시드니 일정을 두고 "자기 돈 자기가 쓰는데 뭐가 잘못인가?"라면서 그녀를 옹호하는 측과 "존 하워드 정부의 신자유주의에 짓눌려, 가뜩이나 불안과 절망감에 시달리는 노동계층의 크리스마스 휴가를 망쳐놓았다"라면서 비난하는 측의 논쟁 또한 뜨겁다.

시시콜콜 보도하면서 비난하는 미디어의 이중성

@BRI@패리스 힐튼이 요란스런 호주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다음 날, 호주의 대표적인 정론지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억만장자인 패리스 힐튼이 식당에서 식대조차 지불하지 않았다'고 보도했고, 최대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데일리텔레그래프>는 '패리스 힐튼이 시드니에서 뽐낸 루이비통 비키니는 짝퉁이었다'는 뉴스를 인터넷판 톱기사로 올렸다.

지난 12월 24일 그녀가 시드니에 도착한 날부터 호주언론은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다. 겨우 1주일의 방문인데 그녀가 가져온 대형 가방이 무려 12개나 됐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데일리텔레그래프>는 그녀가 출국하는 날, 공항에서 엄청난 액수의 수하물운송요금을 물었다고 까밝혔다.

이런 <데일리텔레그래프>의 보도를 두고 일부 독자는 "그게 뭐 뉴스거리가 되느냐?"는 비판적인 댓글을 달았고, 일부는 "그녀의 가방 갯수가 허영에 들뜬 부잣집 딸내미의 천박한 행동거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면서 신문기사를 옹호했다.

한편 12월 30일자 <데일리텔레그래프>는 "패리스 힐튼이 호주에 도착한 이후 24시간 안에 호주의 주요언론(TV, 라디오, 신문)에서 무려 36꼭지나 보도했다"고 밝히면서 "그후 그녀가 호주에 머문 1주일 동안 1일 보도횟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를 광고비용으로 계산하면 수백만 달러를 웃돈다"고 보도했다.

더욱 아이러니컬 한 일은 같은 날짜 <데일리텔레그래프>가 '왜 우리가 이런 여자 때문에 1백만 달러를 낭비하는가?'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무려 2면에 걸쳐 실었다는 사실이다. 패리스 힐튼이 그만한 초청가치가 없고 더구나 억만장자라는 것.

외모지상주의와 물질숭배풍조 한껏 부추겨

이렇듯 신문과 TV의 집중조명을 받은 패리스 힐튼은 호주방문기간 동안 작심이나 한듯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S라인 몸매와 주체할 수 없는 부를 과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거기엔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외모지상주의와 명품지상주의도 포함된다. 그녀가 본다이 비치를 찾아 나선 12월 26일의 일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드니 동부에 위치한 본다이비치는 시드니에서 최고의 비치로 각광받는 관광명소다. 힐튼은 그곳에서 초미니 비키니 차림의 선정적인 모습으로 썬탠을 즐기는가 하면, 비치에 설치된 야외샤워기로 마릴린 몬로를 연상시키는 뇌쇄적인 표정을 지으면서 샤워를 해서 파파라치들이 환호를 올리게 만들었다.

비키니 차림의 힐튼을 찍어서 돈을 버는 파파라치는 그렇다 치더라도, 철딱서니 없는 호주의 10대 소녀들이 힐튼을 마치 교주처럼 떠받들면서 허황된 망상에 빠져드는 현상 때문에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한편 힐튼이 입었던 비키니의 진품가격은 80만원이 넘고 그녀가 들었던 핸드백도 240만원이 넘는다고 <데일리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그런데 패리스 힐튼이 본다이비치에서 입은 루이비통 비키니가 짝퉁으로 밝혀져서 그녀의 자존심을 구겨놓았다.

1월 3일자 <데일리텔레그래프>는 "그녀가 가지고 다니는 수많은 옷가방에 짝퉁은 얼마나 많을까?"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아주 눈 밝은 전문가가 그녀의 비키니가 가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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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최고의 관광명소 본다이비치에서 샤워하는 패리스 힐튼의 모습을 보도한 한 인터넷신문.

짝퉁 비키니는 봐줘도 거짓 선행은 못 봐줘!

미국 MIT대 국제학 연구소장인 정치학자 존 터먼이 꼽은 '전 세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미국적인 것 100가지' 목록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테러리즘, 월마트, 맥도널드, 패리스 힐튼 등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힐튼은 구글검색에 의해서 2005년에 이어 2년 연속 '가장 꼴불견인 연예인' 1위로 선정됐다.

이렇듯 말썽 많은 패리스 힐튼의 호주방문은 호주 사업가 존 싱글턴이 기획한 것으로, 새로 출시한 맥주를 선전하기 위한 깜짝 이벤트였다. 싱크턴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파티걸이 참석하는 맥주 시음파티는 파티시즌의 시드니를 뜨겁게 달굴 것"이라고 말했다. 힐튼은 본다이비치의 한 클럽에서 예선을 통과한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모델 후보 40명을 심사했다.

한편 호주광고계의 큰손인 존 싱글턴이 패리스 힐튼을 호주로 불러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액수를 지불했는지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채널7의 '선라이즈' 프로그램은 "50만 호주달러에서 500만 호주달러까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시드니에 머무는 동안 2006년 구글 뉴스 최다 검색어 1위에 오른 사실을 확인한 패리스 힐튼은 그 이유가 섹스비디오 유출, 음주운전 적발, 무분별한 파티 등에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갑자기 들뜬 모습으로 로열노스쇼어 병원에 나타나서 어린이 환자를 만나는 해프닝을 벌였다.

그러나 그녀의 선행은 칭찬보다는 거센 비난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정작 병원에 도착해서 어린이 환자를 위로하는 일은 뒷전으로 하고 자기 과시용 사진 찍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녀는 어린 아이를 안아주거나 쓰다듬어 주지 않았고 사진촬영이 끝나자마자 병원을 떠난 것으로 호주언론은 보도했다.

가뜩이나 그녀의 행동거지가 못마땅했던 호주언론이 그냥 있을 리 없었다. <채널9>의 시사프로그램 ACA는 "패리스 힐튼의 '짝퉁' 비키니는 참을 수 있어도 거짓 선행은 못 참는다"고 일격을 가하면서 "황금만능주의에 빠진 호주의 현실 때문에 과거 같으면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힐튼의 일주일이 아무 탈 없이 지나갔다"고 비판했다.

보수정당집권 10년이 불러온 재앙

호주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사라 마쿠언드는 패리스 힐튼이 호주를 방문해서 끼친 사회적 악영향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망상에 빠진 호주소녀들이 힐튼이 몸에 걸치거나 들고 다니는 터무니없이 비싼 명품을 무리하게 사거나, 그럴 형편이 안 되면 짝퉁이라도 사들인다. 게다가 그녀를 흉내 낸 노출패션이 연말연시의 거리에 넘쳐났다"고 개탄했다.

그녀는 이어서 "문제는 그 철없는 여성들이 결국 자기를 비하하면서 절망감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호주처럼 혜택받은 나라에 살면서, 젊음을 만끽하지 못하고 허영심의 노예가 되어 슬퍼한다면 그건 차라리 죄악"이라면서 "호주의 청소년 자살률이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런 사회형상을 두고 호주의 한 노인은 "보수정당이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급속도로 확산된 천민자본주의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면서 "세계 톱5에 들어갈 정도로 심화된 부의 양극화 현상에다,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물신숭배 풍조가 팽배해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극단적인 보수주의자 존 하워드 총리가 1996년 총리에 오른 지 11년. 호주는 마침내 미국에 버금하는 천민자본주의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개탄의 소리가 높다. 패리스 힐튼이 던져주고 간 씁쓸한 화두, 황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 논쟁으로 꽤나 시끄러운 호주의 2007년 신년벽두다.

패리스 힐튼, 도대체 누구인가?

힐튼호텔 창업주 콘래드 힐튼(1887~1979)의 고손녀인 패리스 힐튼은 시도 때도 없이 말썽을 피우다가 고교를 중퇴하고 나서 모델 겸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2006년 8월에는 앨범 'PARIS' 를 세상에 선보이면서 가수라는 타이틀 하나를 더 보탰다.

그녀의 어머니 캐시 리처즈 힐튼은 별로 빛을 발하지 못한 영화배우 출신으로 딸을 유명인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어린 딸에게 화장을 시키고 유흥업소에 드나드는 것을 묵인했다고 힐튼가의 전기작가 제리 오펜하이머가 폭로한 바 있다.

패리스 힐튼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케이블TV <온 스타일>에서 방송 중인 '심플 라이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부터다. '심플 라이프'는 억만장자의 딸이 농가나 공장 등에서 보통사람들의 삶을 체험한다는 내용의 리얼리티 쇼프로그램이다.

힐튼은 공장체험을 나가면서도 명품을 고집하는 등 말썽을 피웠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줄 몰랐다"라는 등의 '싸가지 없는 발언'으로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2003년 가을 힐튼이 릭 샐러먼과 섹스를 벌이는 홈비디오가 인터넷에 유출되어 가십계의 중심에 서게 됐다.
#패리스 힐튼 #상속녀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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