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고요를 깨우는 진객 '두루미'

내게 있어 두루미는 늘 홀로가 아님을 일깨워 준다

등록 2007.01.08 16:51수정 2007.01.0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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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목이 헐벗은 한겨울이다. 뱅글뱅글 불거진 철조망과 삼각의 지뢰표지판이 괭이눈처럼 번뜩이는 파주 민통선. 눈 덮인 덤불 속에서 느닷없이 튀어 내달리는 고라니 때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을씨년스런 그 곳을 찾는다.


민통선은 아직도 지뢰 지대이다.
민통선은 아직도 지뢰 지대이다.김계성
'뚜루루~ 뚜루루~'

먼발치서 들려오는 낯익은 두루미 울음소리. 워낙 사람을 경계하는 동물인지라 안전거리는 고작 50여m쯤. 승용차도 슬금슬금 기어간다.

잠시 후 부부인 듯한 한 쌍의 두루미가 한 논배미에서 낙곡을 쪼아 먹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인기척이 느껴지자, 의심의 고개를 들고서 괜히 날개를 퍼덕이며 주변의 안전을 확인하더니 다시금 고개를 숙인다.

한 쌍의 두루미가 참으로 정겹다.
한 쌍의 두루미가 참으로 정겹다.김계성
예로부터 학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는 머리꼭대기의 붉은 점(노출된 피부) 때문에 단정학이라고도 불렸다.

두루미는 전 세계적으로 2000여 마리가 남아 있으며, 국내엔 300여 마리 정도가 도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화와 파주, 철원 등의 비교적 인적이 드문 민통선 지역이 주요 도래지로 알려져 있다.


'뚜루루~' 이따금씩 들려오는 두루미의 둔탁한 울음소리는 민통선의 정적을 깨운다. 그 소리는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잘 들리는데, 몸 속에 울음관이 있어 소리가 증폭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행복, 장수, 부부애를 상징해 당상관의 흉배며 자수, 병풍, 장식물, 도자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두루미는 짬짬이 부리를 이용하여 깃털을 다듬는가 하면 체온을 유지하려고 한 다리로 서서 잠을 자는 특성이 있다.


몸길이가 150cm 내외, 날개 편 길이도 2m가 넘는다. 새 중에서도 가장 큰 겨울철새에 속한다. 날개를 접으면 깃털의 검은 부분이 꼬리를 감싸게 되어 까만 꼬리처럼 보인다. 낙곡, 식물의 뿌리, 땅 속의 곤충을 잡아먹는다.

인기척에 놀라 도약을 시도 한다.
인기척에 놀라 도약을 시도 한다.김계성
한동안 숨 죽여 지켜보고 있는데, 다른 인기척에 놀란 두루미가 두, 두, 두 급하게 몇 걸음을 옮기더니만 이륙하는 비행기처럼 땅을 박차고 오른다. 파란 하늘에 하얀 수를 놓듯 한 쌍의 한결같은 비행동작이 이채롭다. 연신 하늘을 향해 샷을 터트린다.

벌써 저 만큼 하늘을 날고 있다.
벌써 저 만큼 하늘을 날고 있다.김계성
저 멀리 나는 모습도 한결 같다.
저 멀리 나는 모습도 한결 같다.김계성
내게 있어 이 쓸쓸한 겨울 민통선은 그나마 두루미가 있기에 홀로가 아님을 일깨우게 되고 청량감마저 느끼게 한다. 두루미! 무사히 한 겨울을 보낼 수 있기를…. 오늘도 보호 관리의 절실함을 가슴에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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