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어 기도합니다>스타북스
사람과 세상 이치를 성찰하는 시에서 신의 도움을 호소하는 절규, 대자연에서 절대자의 손길을 음미하는 노래가 '기도'로 편집되었다. 이것들은 모두 최 목사가 목회자의 길을 걷게 하고 자연을 지키는 싸움에 나서게 했고, 고된 삶과 지친 영혼을 다시 일으켜 세운 선생이었다.
최 목사가 엄선한 기도에는 송명희·김현승·이해인·박두진·프란체스코·릴케·존 웨슬리·본회퍼 등 절대자와 빈틈없이 동행하기를 간구한 이들의 고백은 물론, 지은이를 알 수 없거나 낯선 시인들의 노래까지 동행·보호·고난·헌신·감사·간구 등 기도의 다양한 주제 아래 물 흐르듯 모였다.
무엇보다 <살아 있어…>가 돋보이는 것은 말하는 기도와 균형을 이룬 '보는 기도'로써 사진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릴케의 '당신은 미래입니다'에는 쥐손이풀꽃의 꽃받침마다 맺힌 다섯 개의 이슬 사진이, 마더 데레사의 '지금 우리가 행복하다는 뜻은'에는 꽃잎에 앉은 나비 사진을 곁들였다.
이 책 오른쪽 면에는 읊는 기도문이 흐르고, 왼쪽 면에는 최 목사가 20년간 찍은 사진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을 모아 보는 기도문을 채웠다. 사진에는 황혼녘 붉은 노을 사이로 열린 가느다란 햇살 줄기, 쓰레기소각장이 될 뻔한 서강의 아름다운 사계와 동물들, 머물러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새벽이슬 안에 비친 꽃·해·강·구름·산이 펼쳐진다. 읊는 기도의 전통과 보는 기도의 전통이 <살아 있어…>에서 조화를 이룬다.
최 목사는 각종 쓰레기를 넣어 시멘트를 만든 대기업과 싸우고 아이들에게 생태 교육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촘촘히 짜인 일정 때문에 서울과 강원도를 쉴 새 없이 오가는 최 목사가 시간은 쪼개 시집을 낸 것은 '기도'가 무엇인지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도를 잘 해야 한다고 부담을 느끼는 신앙인들, 하는 말 또 하는 식으로 정리 안 된 기도를 하거나 끊임없이 달라고만 외치는 사람들에게 "기도는 그런 게 아니라…"하고 운을 땐다. 그렇지만 그는 장황하게 기도론을 설파하지 않고 기도다운 기도의 예를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성서 지식이 풍성하고 신앙생활을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기도를 잘 못하는 이유에 대해, 최 목사는 "자기 삶을 붙든 단 하나의 말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도는 "진솔한 마음이 담긴 하나님과의 대화요 만남"이라고, "이 책에 담긴 시 한 절, 한 절 마음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볼 것"이라고 최 목사는 말한다.
보잘 것 없는 들꽃이 최병성의 마음이 담긴 카메라 앵글을 지나니 하나님의 신비가 담긴 선물로 다가오듯, 기도는 내 영혼을 울린 말씀을 붙들고 소리 내어 읽고 곱씹는 일이다. <살아 있어…>에 담긴 노래들은 최 목사가 공책에 옮겨 적어 놓고 밑줄 그어놓고 책 모서리를 접어가며 암송한 기도다.
최 목사는 이 시들이 자기에게 의미 있었던 것처럼 책을 읽는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영양분을 공급하기를 기대한다. 최 목사가 마음을 담아 찍었던 사진들이 보는 이들의 가슴에도 다가가 하나님과의 대화 통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소리 내어 외쳐도 하나님과 소통하지 못하고, 많은 것들을 보고 살지만 정작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살아 있어…>는 기도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대안 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살아있어 기도합니다
최병성 사진.엮음,
스타북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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