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공공의 이해'에 관심 없는 부시 행정부

[분석] 추가 파병에 맞춰진 미국의 이라크 전략

등록 2007.01.10 09:13수정 2007.01.10 09:13
0
원고료로 응원
부시 미 대통령의 새로운 이라크 전략 발표가 임박했다.

현재 예상되는 새 전략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병력을 2만까지 늘린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라크 경제를 되살리고 직업을 창출하기 위해 10억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병력 증강 계획을 두고 부시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사이의 의견 대립이 벌써 격화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일단 발을 들여놓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리고 이라크 폭력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병력의 '임시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BRI@그러나 민주당은 이미 이라크에는 13만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이번 계획은 병력의 '점진적 증대'라는 이미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최종 목적은 물론 이라크에서의 병력 철수다. 그러나 최종 목표를 달성시키기 위해서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부시 행정부의 입장이다. 먼저 발등의 불인 폭력 사태를 진정시키고, 동시에 이라크 정부와 국민이 자국의 안보 책임을 떠맡을 수 있도록 이라크 군대에 대한 지원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종족 사이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의 분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니파를 포용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지나치게 가혹했던 이전 바트 당원들에 대한 정치적 결정도 완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적 과정을 안정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해 경제 회생과 직업 창출을 위한 지원 대책도 포함하고 있다.

부시 정부의 새 이라크 전략에 민주당이 극렬 반대하는 이유는?


언뜻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새 이라크 전략에 민주당이 극렬 반대하는 이유는 추가 파병 계획 때문이다. 새 이라크 전략에는 추가 파병 계획만 있을 뿐 이미 주둔 중인 13만 병력에 대한 철수 청사진조차 없다.

그리고 한 술 더 떠 새로 임명된 미 이라크 사령관은 병력 증파로 시작되는 새 전략이 효과를 보고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까지에는 최소 2∼3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라크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증가로 지난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으로서는 이라크 문제에 대한 가시적인 변화, 특히 국민들이 원하는 미군 철수와 궁극적으로 이라크 전쟁 종식을 이뤄내야 한다.

그런데 추가 파병에 맞춰진 새 전략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군대 최고 통수권자인 부시 대통령의 추가 파병 결정을 제지할 수 있는 힘이 민주당에게는 없다. 민주당 의원들이 말하는 '위험한' 전략이라는 것은 사실 새 전략이 진행될 경우 민주당이 떠안을 상황에 대한 복선이기도 하다.

굳이 민주당의 의견이 아니더라도 추가 파병이 이라크 폭력 상황의 해결책이 되리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미군이 증강되면 저항세력은 더 많은 무장병력과 자원을 이용해 대항할 것이다. 더군다나 후세인의 사형으로 수니파 무장세력은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미 후세인은 순교자로 추앙받고 있고 그동안 잠적했던 후세인의 딸조차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아버지의 죽음이 순교였음을 역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력 분쟁 가속화를 위한 '적절한' 환경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추가 파병이 분석가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내전' 상황을 더욱 굳히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다.

새 전략과 관련해 병력 증강 문제가 가장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라크 경제 회생을 위한 지원은 새 전략에서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는 수니파 거주 지역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경제 지원을 강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라크 정부 내 반대세력으로 인해 그동안 수니파 지역에 대한 경제 지원 정책은 거의 실행되지를 못했다.

미 행정부는 이것이 미군의 수니파 지역 내 무장세력 진압에 장애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전체의 경제회생 정책과 수니파 지역에 대한 경제 지원도 현재와 같은 무장 폭력 상황이 계속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된 가능성이 거의 없다. 더구나 후세인 처형으로 중앙 정부와 수니파 지역 사이의 반목이 더욱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책 실현을 위한 정치적 해결이 곧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긴 힘들다.

9·11 테러 공격 이후 미국의 진보 진영과 평화 세력들은 '3D 안보'라는 새로운 개념을 주장해 왔다. 군사력에만 의존한 기존의 안보 개념에서 벗어나 3D, 즉 외교(Diplomacy), 개발(Development), 국방(Defense)에 동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3D 안보 개념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는 www.3dsecurity.org 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캐나다와 영국 등이 이미 실행하고 있는 안보 개념으로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는 자국이 개입하는 상황에 대해 세 개의 접근을 동시에 포괄하는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국 안보와 전 세계에서 자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군사력 사용보다는 외교와 개발을 통한 예방 차원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 개발, 국방 관계자들도 지난 5월의 모임에서 원칙적으로는 3D 안보 개념에 찬성을 표했다.

대놓고 인정할 순 없지만 부시 행정부 이라크서 미군 패하는 것 알고 있다

이라크 연구 그룹, 민주당, 부시 행정부, 진보 진영 모두 이라크 문제와 관련 원칙적으로 크게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시작한 이라크 전쟁이 여러 가지 방향으로 파급 효과를 내면서 9·11 테러 공격 후 취약해진 미국의 안보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대놓고 인정할 순 없지만 부시 행정부도 이라크에서 미군이 패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이라크 전쟁은 하루빨리 끝내고 갈수록 사망자가 늘어가고 있는 이라크 주둔 미군도 빨리 귀국시켜야 한다. 다만 무엇이 먼저이고 어디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릴 뿐이다.

부시 행정부는 외교와 개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먼저 병력 증강을 통해 폭력 상황부터 진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무력 상황은 무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는 군사력에 초점을 맞춘 안보 개념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반면 그 외 그룹들은 무력 상황은 무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이며 미국의 장기적 안보를 위해 정치적 외교적 해결에 집중하고 동시에 개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라크 사태는 이미 선을 많이 넘어버렸다. 유엔의 통계에 의하면 현재 폭력 사태와 관련해 이라크에서 매달 5천명이 죽어가고 있고 이미 50만명의 국내 난민이 발생했다.

세계는 미국이 자국의 안보나 이익만 강조하지 말고 이라크 전쟁으로 세계가 얼마나 더 위험해졌는지 진지한 성찰을 해보기를 촉구하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나 미 정치권은 '지구촌 공공의 이해'에는 관심이 없다. 더군다나 미국의 안보는 물론 지구촌 전체의 안보를 개선할 수 있지만 발상 전환과 인내를 요구하는 3D 안보 개념을 실천할 의지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2. 2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3. 3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4. 4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5. 5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