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착과 공생의 거대한 먹이사슬
과세 전문가에서 절세 전문가로

[오마이뉴스-참여연대 공동기획 ③] 국세청 퇴직관료의 이상한 변신

등록 2007.01.10 05:53수정 2007.01.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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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퇴직 관료들의 재취업 문제는 그동안 언론과 국정감사를 통해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하지만 이들 퇴직관료의 재취업 실태에 대한 심층 분석이나 개선책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투명사회팀과 함께 이들 퇴직관료의 재취업 실태를 5회에 걸쳐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세번째는 개인과 기업에 대한 막강한 조사권과 과세권을 가진 국세청 퇴직관료의 재취업 실태를 추적해본다. <편집자주>
a 전현직 국세공무원 모임인 국세동우회(회장 추경석)는 1월 4일 국세청 연회장에서 전군표 국세청장 등 7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하례식을 열었다.

전현직 국세공무원 모임인 국세동우회(회장 추경석)는 1월 4일 국세청 연회장에서 전군표 국세청장 등 7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하례식을 열었다. ⓒ 국세청

"정부조직상 차관급이지만, 기능이나 영향력을 보면 장관을 훨씬 뛰어넘는다."

국세청장을 일컫는 말이다. 청장에 걸맞게 국세청도 경제부처에서 '힘있는' 곳으로 통한다. 1만8000명이 넘는 거대 인원을 통한 방대한 정보력,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조사와 과세권은 국세청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철저한 보안의식과 조직에 대한 충성심도 높지만, 파벌과 줄서기가 여전히 통하는 곳이다.

@BRI@'비밀주의'가 몸에 밴 국세청으로부터 웬만한 자료를 얻기란 쉽지않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의원들은 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국세청을 몰아세우지만, 변화의 기미는 잘 보이지 않는다.

<오마이뉴스>가 참여연대와 함께 조사한 '경제-건설관료 퇴직자 재취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부처와 달리 유일하게 국세청만 취업 제한 대상자의 전체 퇴직자 자체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행자부의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된 퇴직 관료 자료 이외에 따로 국회와 개별 기업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야 했다.

조사결과, 지난 2001년부터 2006년 10월까지 취업제한 대상 국세청 퇴직 관료는 모두 70명. 이들 가운데 삼성을 포함해 재벌그룹 쪽으로 23명, 법무-회계법인으로 25명, 주류업계 또는 관련 단체로 22명이 자리를 옮겼다.

다른 부처와 달리 국세청 퇴직관료의 특징은 주류관련 업체와 기관, 협회 등으로의 이직이 눈에 띈다. 특히 일부 기업이나 기관과 국세청 간부들 사이의 끈끈한 유착과 공생관계가 유지되면서, 탄탄한 먹이사슬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대기업] 삼성, 이재용씨 탈세 논란 후 국세청 간부들 집중영입


a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본청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본청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삼성그룹에 영입된 국세청 출신 고위간부들은 모두 삼성계열사의 전, 현직 사외이사 직함을 갖고 있다. 최근엔 금융 계열사에 국세청 7급 출신 5명이 들어오기도 했다.

삼성을 거쳐 갔거나, 현재 재직 중인 국세청 출신은 모두 17명. 이 가운데 9명은 현직 사외이사로, 5명은 과장급인사로 재직하고 있다.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의 장남 재용씨의 편법 증여와 탈세 논란이 있던 2000년 이후 8명의 국세청 고위 간부들이 집중 영입됐다. 모두 현직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국세청 차장을 지냈던 황수웅 삼성생명 이사를 비롯해 황재성 삼성전자 이사(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이제흥 삼성화재 이사(전 부산지방국세청장), 서상주 삼성물산 이사(전 서울청 조사1국장), 박인주 삼성엔지니어링 이사(전 인천세무서장), 박병일 삼성정밀화학 이사(전 서울청 조사2국장), 박석환 삼성중공업 이사(전 중부지방국세청장), 최병윤 삼성SDI 이사(전 서울청 조사국장) 등이다.

[표] 국세청 퇴직관료 중 삼성그룹에 취업한 사례

이름

회사명

직위

공직 퇴직 전 직위

비고

오문희

삼성생명

전 사외이사

국세청 징세심사국장
(98-99)

행시(71), 대전지방국세청장(96), 광주지방국세청장(97)

황수웅

삼성생명

현 사외이사

국세청 차장

행시(73), 국세청 조사1과장(95-97),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97-98)

이제홍

삼성화재
해상보험

현 사외이사/
전 사외감사

부산지방 국세청장
(96-98)

행시 10회,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89), 안건회계법인 대표

서상주

삼성물산

현 사외이사

서울지방 국세청
조사 1국장(98-99)

대구지방국세청장(99-00)

신석정

삼성물산

전 사외이사

중부지방 국세청장(95)

동대구 세무서(67),
국세청 국제조정관(95)

박인주

삼성엔지니어링

현 사외이사

국세청 남원, 순천,
인천 세무서장

서경대 회계학교수

박경상

삼성전기

전 사외이사

국세청 차장 (95-96)

행시 4회(66), 서울지방국세청장(95-96), 삼일회계법인 고문

황재성

삼성전자

현 사외이사

서울지방 국세청장
(98-99)

국세청 사무관(73), 국세청 조사국국장(95), 재경부 국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00)

박병일

삼성정밀화학

현 사외이사

서울지방 국세청
조사2국장(95-96)

국세청 조사2과장

박래훈

삼성중공업

전 사외이사

국세청 직세국장
(98-99)

안도 영도세무서장(83),
대구지방국세청장(96)

박석환

삼성중공업

현 사외이사

중부지방 국세청장
(98-99)

행시(70), 국세청 간세국장(98)

최병윤

삼성SDI

현 사외이사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장(90)

삼척세부서 간세과장(71),
국세청 징세심사국장(96)

ⓒ 오마이뉴스 고정미
다른 재벌들도 대개 계열사 사외이사로 국세청 고위 간부를 영입해 왔다. 범(汎) 현대계열로 현대INI 스틸 사외이사인 전형수씨는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역임했고, 최이식 광주 신세계 이사는 전 광주지방청장, 이재광 한솔제지 이사는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출신이다.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연구팀장은 "삼성의 경우 이재용씨 편법 경영권 세습 논란으로 세금문제가 발생하자 국세청 고위관료를 집중 영입했다"면서 "다른 재벌도 이와 비슷하며, 대개 그룹 세무조사 등에 대비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주류업계] 거대한 먹이사슬 구조...주요 임원 대물림

재벌기업 이외에 국세청 퇴직관료의 재취업 경로 가운데 특이한 점은 주류업체와 관련된 기업으로의 이동이다. 국세청은 주세법에 따라 주류의 제조나 면허, 유통, 안전검사 등을 통해 제조 중지나 판매중지처분권한 등 주류에 대한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일부 주류 관련 기업이나 단체의 고위직은 국세청 퇴직 관료들이 자리를 대물림해 가며, 거대한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표] 국세청 퇴직관료 중 주류관련 업체에 취업한 사례

업체 및 협회

성명(퇴직전 직책, 취업 직책)

삼화왕관
(주세 징수에
활용하는
병뚜껑제조업체)

박화순(서울지방국세청 징세과장, 감사), 이동훈(납세지원국장, 부회장), 이종관(보령세무서장, 감사), 조규명(삼척세무서장, 부사장), 정시영(중부지방국세청 납세지원과장, 부회장)

세왕금속

정진택(개인납세국장, 사장), 권영준(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3과장, 감사)

한국알콜산업

지창수(국세청 차장, 회장)

서안주정

지창수(국세청 차장, 전 회장), 이명래(전 광주지방국세청장, 사장), 박정수(영덕세무서장, 부사장)

대한주류공업협회

고대길(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 2과장, 전무이사), 김문환(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회장), 신현배(수원세무서장, 전무), 임지순(국세공무원교육원장, 회장)

대한주정판매

김상렬(국세청 감사관, 사장), 현보환(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3과장, 전문), 이재우(서대문세무서장, 감사), 채승용(국세공무원교육원 국세교육2과장, 전 사장), 민병휘(대전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 이사), 이용진(납세지원국장, 회장), 최동현(서초세무서장, 감사)

- 중복 재취업한 퇴직자를 개별 취업자로 반영. 현직 및 전직 모두 포함

ⓒ 오마이뉴스 고정미
병 뚜껑을 만드는 삼화왕관(주).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이곳은 국세청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세우회를 중심으로 지난 1965년에 만들어졌다. 지난 94년에 대주주가 OB맥주로 바뀌면서 두산그룹으로 편입됐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그동안 국세청 출신인사들이 고위 임원을 맡아왔다.

특히 부회장, 감사 등 요직은 거의 국세청 출신이 대물림해오고 있다. 정시영 현 부회장(전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지원국장)을 비롯해 이동훈씨(전 납세지원국장)도 이 회사 부회장 자리를 거쳤다. 현 박화순 감사(전 서울지방국세청 징세과장)와 이종관 전 보령세무서장도 감사로 일했다. 조규명 전 삼척세무서장은 부사장이었다.

또 다른 병뚜껑 제조업체인 세왕금속(주)도 국세청 출신인사들이 많았다. 정진택 전 사장은 개인납세국장 출신이고, 권영준 전 감사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3국3과장을 역임했다.

소주 등 술 원료인 주정을 만드는 한국알콜산업(주) 지창수 회장은 국세청 차장을 지냈다. 지창수 회장은 이에 앞서 주정 제조업체인 서안주정(주)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서안주정(주)의 이명래 사장 역시 전 광주지방국세청장 출신이고 박정수 부사장은 영덕세무서장으로 있다가 자리를 옮겼다.

국세청 고위 퇴직관료 앞세워 주류업계 이익 대변

또 주정 판매에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대한주정판매(주)의 경우는 국세청 출신이 사장부터 전무, 감사 등 주요직책을 꿰차고 있었다. 지난 2004년에 취임한 김상렬 사장은 국세청 감사관을 지냈고, 현보환 전무(전 중부지방국세청 조사 3국3과장)와 이재우 감사(전 서대문세무서장) 모두 국세청 간부 출신들이다.

이 회사의 이용진 전 회장도 국세청 납세지원국장을 지냈고, 채승용 전 사장은 국세공무원교육원 국세교육2과장 출신이다. 민병휘 전 이사(전 대전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나 최동현 전 감사(전 서초세무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도 4명의 국세청 출신 관료들이 회장과 전무이사 등 요직을 차지했다. 주류공업협회는 두산과 하이트맥주 등 30여개의 주류업체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주류업계에 유리한 방향의 정책 개발을 추진하는 등 사실상 '주류업계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는 단체다.

김문환 현 회장은 국세청 총무과장을 비롯, 중부지방국세청에서 조사1국장을 지냈고, 임지순 전 회장도 국제조세국장과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을 거쳤다. 이밖에 작년 8월에 영입된 고대길 전무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에서 일했고, 신현배 전 전무는 수원세무서장을 역임했었다.

또 협회가 술로 인한 각종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설립한 연구단체인 한국음주문화센터의 고위직 임직원들도 모두 국세청 퇴직관료들로 채워져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투명사회팀장은 "국세청은 주류의 제조부터 면허, 유통까지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이들 업체나 관련 협회로의 취업 자체가 업무와 연관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법무-회계법인] 과세전문가가 절세 전문가로 탈바꿈

[표] 국세청 퇴직관료 중 회계법인에 취업한 사례

회계법인

성명(퇴직전 직책, 취업 직책)

삼일회계법인(9명)

강원(7급, 과장), 염진오(7급, 과장),
기영서(법인납세국장,자문위원),
김상복(7급, 과장), 김성영(7급, 직원), 이광재(6급, 과장), 이종삼(7급, 과장), 전훈(7급, 직원), 홍대성(6급, 과장)

한영회계법인(2명)

정태언(중부지방국세청장, 부회장),
강원(7급, 선임관리자)

영화회계법인(2명)

염진오(7급, 과장), 이현종(7급, 직원)

안진회계법인(1명)

장춘(중부지방국세청장, 부회장)

- 중복 재취업한 퇴직자를 개별 취업자로 반영. 현직 및 전직 모두 포함

ⓒ 오마이뉴스 고정미
법무법인이나 회계, 세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국세청 관료들도 있다. 법무법인에선 국내 최대의 로펌 조직인 김앤장이 눈에 띈다. 작년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퇴직한 국세청 7급 이상 공무원 가운데 8명이 김앤장에 취업했다.

전형수, 이주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비롯해 최병철 전 법인납세국장 등 3명은 고문자리를 잡았다. 나머지 5명은 직원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본청 법인납세과와 국제조세과, 국제거래과 등에서 주로 근무한 공무원들이었다. 만약 2003년 이전 퇴직자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김앤장의 국세청 출신인사는 20여명에 달한다.

김앤장 이외 세종(3명), 서정(2명), 율촌(1명) 등에서도 국세청 출신 인사들을 영입했다. 법무법인의 경우 주로 국세청에서 법인세를 담당했던 관료 다수가 재취업했다. 참여연대 쪽은 "법무법인의 매출을 좌우하는 기업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퇴직 관료를 영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회계법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참여연대가 조사한 국세청 출신 재취업자 가운데 회계법인에 취업하는 사람은 모두 12명. 중복으로 취업한 경우를 포함하면 14건이다. 관료 대부분이 세무사나 회계사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관련업체에 재취업하고 있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이 9명으로 가장 많았다. 법무법인과 달리 6, 7급 출신 관료가 상대적으로 많다. 장춘(안진), 정태언(한영)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등 2명 정도만 고위급 국세청 관료다.

변금선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간사는 "대규모 회계법인도 취업제한 대상 업체에 해당된다"면서 "하지만 기업체나 개인 납세 업무를 대리하는 회계 법인 특성 때문에 국세청 업무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 실제 취업이 제한된 경우는 한 건도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회계법인의 업무가 조세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의 소지가 크다. 한마디로 퇴직 전엔 과세 전문가로 있다가 퇴직 후엔 절세 전문가로 변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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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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