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여행은 미래를 여는 창문이다

[서평] 김병희의 <스무 살 여행>

등록 2007.01.12 11:47수정 2007.01.1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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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영혼에 푸른 날개를 다는 일이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까닭에서다. 여행은 허기진 육신에 활력소를 심어주는 일이다. 메마른 심령에 생기를 불어 넣는 까닭에서다.

여행길에 무엇을 이용하든 그것은 여행자와 한 몸이 된다. 기차도 한 몸이 되고, 버스도 한 몸이 된다. 하늘 위에 떠 있는 비행기도, 그리고 두 발 자전거도 그렇다. 그것들은 산과 들과 바다, 모든 자연을 대할 때 한 몸이 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여행을 할 때의 시점은 중요하다. 늙어서 여행을 한다면 그만큼 인생의 뒤안길을 밟아보는 것이 될 것이다. 젊어서 하는 여행이라면 그만큼 앞길을 내다보는 길목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날의 여행은 미래의 창을 여는 길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김병희의 <스무 살 여행>(황금사과·2006)은 젊은 시절에 다녀볼만한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야말로 자유분방한 소녀티를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여행길이다. 그 까닭에 틀에 박힌 구석은 그 어디에도 없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벽 없이 허물없이 대화를 나눈다.

“아저씨는 하루 묵을 거라면 어디에 민박집이 있으니 거기서 짐을 풀고 우산을 빌려 어디를 돌아보라는 애기를 꼼꼼히 해준다. 마치 이동 관광안내소 직원처럼 친절하게 알려주는 아저씨에게 금세 친근감을 느끼곤 나도 이것저것 물어본다.”(74쪽)

스무 살 여행은 대부분 탐스러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된다. 그만큼 다양한 것들을 대할 수 있는 까닭에서다. 섬진강 벚꽃나무 속에서는 예술적인 곡선의 화려함을 만날 수 있다. 담양의 메타세퀘이아 가로수 속에서는 그야말로 시원한 그늘 터널을 접하게 된다. 순천만에 피어난 갈대를 통해서는 부드러운 인사법을 터득하게 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어섬’의 갯벌 속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활주로를 만나게 된다.

스무 살 여행은 길 위에서 길을 찾는 새로움을 만나는 관문이 된다. 여행길에서는 보통 정해진 버스 시간을 놓칠 때가 많다. 그때 곧장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자전거뿐이다. 그런데 자전거는 버스로 가는 길목보다 때론 더 값진 것을 얻게 된다. 석양이 피어오르는 '석모도'의 길목에서 만난 신비로움이 그것이다. 한쪽에는 바닷가가, 다른 한 쪽에는 산과 숲이 놓여 있었으니 그녀가 자전거 패달을 밟으며 바라봤던 것은 그야말로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듯한 환상의 길목이었다.


“오늘날 염전은 주민들에게 경제적인 부를 안겨주지는 못하더라도 여행을 목적으로 섬을 찾는 이들에게 비금도의 정취를 맘껏 느끼게 하는 또 다른 풍요를 선사한다.”(149쪽)

스무 살 여행은 나눔을 향한 삶이 무엇인지 실질적으로 깨닫게 하는 관문이 된다. 사실 이 책에 소개돼 있는 비금도는 내가 태어난 ‘지도’라는 곳과 무척 가까운 곳에 있다. 그 까닭에 비금도를 보면 꼭 고향을 보는 것과 같다. 비금도에는 아담한 시골집들이 두런두런 모여 있고, 예쁜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하누넘 해변가 풍경은 그야말로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옛날에는 비금도가 많은 소금을 만들어낸 곳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오늘날엔 소금을 만드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만큼 힘든 까닭에서다. 그런데도 그곳은 소금 대신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많은 유익을 준다. 무엇보다도 어스름한 저녁의 고즈넉한 바닷가 풍경이 여행객들에게 풍만한 행복감을 안겨 준다. 그렇듯 비금도는 자신을 내어주는 삶이 무엇인지 실제적으로 깨닫게 하는 자연교사인 셈이다.

그렇듯 여행은 영혼에 푸른 날개를 다는 일이요, 젊은 날의 여행은 미래를 여는 확실한 창문이 된다. 여행길에서 만난 모든 것들이 낯설지만 그만큼 탐스러운 풍경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까닭에서요, 길 위에서 또 다른 길을 만날 수 있는 까닭에서요, 자신을 내어주는 삶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깨달을 수 있는 까닭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스무 살 여행은 그 무엇보다도 미래를 여는 진지한 창문이 될 것이다.

스무 살 여행 - 내 인생의 첫 번째 여행

김병희 지음,
황금사과,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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