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책을 갖고 놀게 하고 싶다면?

박영숙의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등록 2007.01.14 16:58수정 2007.01.1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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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표지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표지 ⓒ 알마

자녀 교육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명문대생이나 영재가 되기 위해서 일곱 살 어린이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며,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소상히 알려주는 책들이 잘 팔리고 있고 그에 따라 그런 류의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영숙의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는 책도 제목을 본다면 그런 종류의 책 중 하나로 보인다. 논술이 중요해짐에 따라 새삼스레 어린이 독서 열풍이 부는 때인 만큼 책 제목만 놓고 본다면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깜짝 놀라게 된다. 이 책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가 다르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저자는 용인에 있는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의 관장이다.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 이름의 뜻이 의미심장하다. 이 도서관은 흔히 볼 수 있는 도서관과 달리 아파트만 있던 그곳에서 개인이 만든 것이다.

시작은 약 7년 전이었다. 그 시절 그 자리는 두 얼굴을 지닌 곳이었다. 아파트가 많아짐에 따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한 곳이 그곳이지만, 한편으로는 삭막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었다. 그런 그곳에 저자가 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빽빽한 아파트 숲에 느티나무 한 그루를 심는 마음으로, 특히 어린이들을 위해서 그리한 게다.

그 삭막한 곳에 도서관을 차렸다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사실은 단순히 도서관을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줄곧 이어 온 '방침'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방침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 어떻게 될 수 있다, 는 소리 같은 건 애초부터 꺼내지도 않았다. 저자는 놀이터 가는 마음으로 도서관에 놀러오라고 했을 뿐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왔을 때, 저자는 그것을 지켰다. 아이들에게 뭘 어떻게 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있는 책 중에 보고 싶은 것 있으면 보라고 했을 뿐이다. 당연히 책을 보러 오지 않아도 상관하지 않았다. 축구 하다가 물을 마시러 들른 아이들이 있으면 그 자체로 반겼다. 물만 먹고 나가도 상관하지 않았다. 저자가 생각하는 놀이터란, 도서관이라는 단어와 상관없이, 뭔가를 강요하는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마음을 아이들이 알았던 것일까?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계속해서 도서관을 찾아왔다. 놀이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테고, 이곳에 있는 어른이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친구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게다.


그런 아이들에게 저자는 책을 이용해서도 놀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책 갖고 무슨 놀이를 할 수 있겠는가 싶지만, 가능했다. 예를 들어 책 꽂기 놀이가 있다. 또한 책 찾기 놀이는?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싶겠지만, 아니다. 그것은 놀이였고 그 효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책 찾기 놀이 같은 경우, 저자가 '새가 나오는 책'을 찾아보자는 식으로 말하면, 아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뿔뿔이 흩어져 책을 찾아낸다. 처음에야 당연히 아이들은 엉뚱한 곳에서 헤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서관에 어떤 책이 있는지를 알게 된다. 미로 같았던 도서관이 금방 친숙해지는 것이다.


또 책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스스로 알아가게 된다. 누가 읽어보라고 해서 억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 책 저 책을 펼쳐보다가 흥미가 생겨서 읽는 것이다. 작은 차이지만, 다른 효과를 만들고 있다. 아주 분명하게.

이와 같은 사소한 차이는 여러 군데서 나타난다. 가령 그곳에서는 '정숙'이나 '음식물 반입 금지'처럼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에 '간식은 집에서 먹고 오기로 해요. 다른 친구들도 먹고 싶을지 모르잖아요.'라고 안내글을 쓴다. 규칙이 필요하다면, 그것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고 있다.

아이들이 원하는 모임을 만들어준 것은 어떨까? 아이들은 자신의 엄마들이 독서회를 만드는 것을 보고 그것을 따라하려 한다. 단순히 따라할 뿐인가? 스스로 모임의 이름도 짓고, 자기들끼리 숙제도 내고, 시험도 본다. 학교에서 하라고 하면 싫어하는 것들을 아이들이 나서서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 또한 아이들의 '놀이'라는 것을 짐작케 하는 것은 아닐까?

@BRI@저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에서 중요한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무슨 이유로 책을 읽으라고 누누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책 읽는 재미를 스스로 깨우쳐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그것을 위해서는 어른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도 당부하고 있다. 당신의 아이가 책을 읽기 원한다면, 나아가 올바른 독서습관을 기르게 해주고 싶다면 특정한 이유로 그것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또한 먼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어느 단체, 혹은 누구의 말을 듣고 책을 정한 뒤 무작정 독후감을 쓰라고 시키는 세태이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매일 만화책만 보던 아이가 3백 쪽이 넘는 책을 스스로 읽고 그것을 친구들에게 말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도서관을 제집 드나들듯 왔다 갔다 하고 엄마만큼이나 도서관 관장님을 편하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느티나무어린이도서관의 문을 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영숙 지음,
알마,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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