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바람이 심하게 불기는 했지만 오래된 돌담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조태용
왁자지껄한 시골공동체가 무너지면서 시골에 남은 것은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빈집입니다. 요즘 시골에 젊은 사람이 없어 외롭습니다. 아이들도 자연과 함께 하지만 주변에 친구가 없어 혼자서 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사실은 제가 더 외로워지는 것 같더군요.
모두 떠나고 더러 내려오는 사람들도 은퇴 이후에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인데, 아직 결혼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30대 초반의 우리가 시골로 내려가서 산다는 것이 갑자기 외롭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도시를 떠나 시골에 살지만 그래도 여기는 읍내고 아파트다 보니 시골에 살지만 시골에 산다는 현실감이 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직 지리산자락으로 내려와서 산 이후에 외롭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구례에도 어느새 지인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내입니다. 아내도 여기 살면서 몇몇 친구를 사귀기는 했지만 그 친구들도 언젠가는 시골을 떠나야 할 출발지로 생각하지 종착역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 그 터를 잡을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시골에 토담집을 짓고 사는 것이 좋겠지만 여전히 아내의 말도 옳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터를 구해서 집을 짓고 살게 될지 아니면 터를 구하지 못하고 여전히 아파트 생활을 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반절의 귀농에서 완벽한 귀농이 될지, 아니면 여기서 물러나 여전히 도시와 시골의 경계인 아파트에 살게 될지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가끔 저에게 시골에 내려와서 살고 싶다면서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하신 분들이 있지만 실제로 내려와서 정착한 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 농사는 여전히 돈이 되지 않고 교육여건은 열악합니다. 아이들은 친구가 없고 젊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이 듭니다.
벌써 1월 중순 한 달만 있으면 섬진강 매화가 꽃을 피울 것입니다. 매화가 피는 그때쯤이면 어쩌면 시골집터에서 집을 짓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행복한 상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여전히 숙제처럼 어떻게 하면 아내에게 외롭지 않은 시골 생활을 만들어 줄까 고민해 봅니다.
우리 농촌이 이제는 떠날 사람도 없는 빈약한 출발점이 아닌 뿌리를 내려도 좋은 튼실한 종착역이 되어 다시 한 번 왁자지껄한 공동체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다시 꽃피는 봄이 올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 농민장터 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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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언제쯤이 지나면 종착역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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