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메츠 야스오미의 <카이트>스튜디오 ARMS
<카이트>는 영화 <킬빌>의 '인용 리스트'에도 올라가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스토리 자체도 <킬 빌>에게 꽤 많은 영감을 선사한 것 같은데, <카이트>의 주인공 '사와'는 <킬 빌>의 '오렌 이시이(루시 루)'와 비슷한 캐릭터다(물론 현실은 우마 써먼의 캐릭터와 비슷한 면도 있지만). 부모님의 비극적인 죽음을 계기로 전문 킬러로 양성됐으며, 성적 착취와 폭력에 의해 메마르게 된 캐릭터.
'전문 킬러'라는 설정에서 뤽 베송의 영화 <니키타>나 브리지트 폰다 주연의 <니나> 등이 연상되기도 한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연약한' 이미지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그 중에서도 '소녀'라는 캐릭터가 거친 남성의 세계와 욕망의 제물이 된다는 것은 비극적이면서도 자극적이다.
<카이트>는 그런 세계에 걸맞은, 아니 그 세계를 뛰어넘는 액션의 묘미를 선사한다. 표현 수위가 비교적 자유롭다는 OVA(Original Video Animation, 판매용 비디오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걸쳐 있기에 액션의 강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원색적인 피와 자극적인 섹스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골수 '오타쿠'들의 흥미를 자극할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것이다.
OVA 애니메이션은 DVD가 일반적인 유행과 경향으로 자리 잡은 요즘 시대에서는, 단어 그 자체로 봤을 때는 옛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TV 시리즈의 중간자적 위치에서 흥행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메츠 야스오미는 성인용 OVA 시장에서 강도 높은 폭력과 섹스 장면으로 어필해 왔다. <카이트>와 더불어 <메조 포르테> <로보트 카니발> 등이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카이트>나 <메조 포르테>는 살인과 암살이 난무하는 뒷골목 범죄 세계를 묘사한다. 다만 <카이트>가 본질적이고 음울하며, 알 듯 모를 듯한 비극을 그리는 것과는 달리 <메조 포르테>는 자극적인 오버가 넘친다. 하지만 두 작품의 틀과 스타일은 비슷하다. 폭력과 섹스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지만 폭력의 비중이 더 크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섹스라는 요소는 정말 뜬금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카이트>는 어지간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는 훨씬 능가하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압권이다. 숨기지 않고 '19금' 애니메이션임을 당당히 밝히고 있기 때문에, '싸구려'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막상 보면 싸구려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