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긴급출동≠119구급대
대원들의 하루는 출동과 업무의 연속이다. 흔히 시민들은 '119구급대=긴급출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출동이 끝나면 곧바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글을 올려야 하는 등 출동 후 업무와 행정업무가 더욱 많았다. 조용한 사무실이 '탁탁' 거리는 타이핑 소리로 가득했다.
저녁 8시, 긴급출동을 알리는 호출이 떨어졌다. 이점석 소방장(34)과 강동인 소방사(31)가 급히 구급차로 달려갔다. 신고가 들어온 성내공단으로 향했다.
취객의 안전을 걱정한 음식점 업주의 신고전화였다. 예상과 달리 사이렌을 울리지 않았다. 분·초를 다투는 사고현장이나 응급환자 이송 등이 아니면 사이렌을 켜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성내에 도착, 음식점 업주를 찾았다. 술 취한 손님이 일행과 싸우다 가게를 나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119구급대로 신고한 것이었다. 이 취객은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이미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간 뒤였다. 첫 출동의 긴장감이 허무함으로 변했다.
출동한 지 20여 분만에 소방센터로 돌아왔다. 고현시장 주변 소방도로 확보와 적치물 정리를 위해 나머지 대원들이 막 출동한 뒤였다. 매일마다 반복되는 대원들의 일과였다. 구급차에서 내려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강 소방사가 구급활동지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힘든 일도 있지만 재미난 일들도 많아
밤 9시께, 고현시장 인근으로 출동했던 대원들이 모두 안전센터로 돌아왔다. 금요일 저녁임에도 별다른 출동이 없자, 대원들은 "정말 좋은 날을 골라 취재나왔다"면서 "앞으로 출동이 많아 힘들고 바쁠 때면 기자를 꼭 불러야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한바탕 웃음도 잠시, 대원들은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계속한다.
출동명령이 뜸할 때 구조대원들로부터 다양한 무용담(?)을 전해들었다. 사고현장에서의 처참한 광경은 떠올리기 싫은 듯했고, 기억해내는 일은 재미있고 다소 황당한 이야기들이었다.
이점석 소방장은 "몇 해 전 둔덕에서 머리에 부상을 입은 할머니를 후송하다가 차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 살펴보니 할머니가 상처에 묵은 된장을 발라놨더라"면서 "된장 냄새가 얼마나 독했는지 며칠 동안 차 안에서 된장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지난 12년 동안 근무하면서 한 번도 마음 놓고 휴가를 가지 못했다는 김정도 소방교(39)는"2달에 3번씩 순번 휴무제를 정해 놓고 있지만 실제로는 1달에 한번 쉬는 것도 힘든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대근 소방교는 "90년도 후반쯤에 모 지역신문에서 소방관들의 위험수당이 100% 인상됐다고 대서특필한 일이 있었는데, 그 당시 100% 인상된 금액이 2만원이었다"며 "그 기사가 나간 후 친구들로부터 술 한잔 사라는 전화를 수 십통 이상 받은 적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원들의 지난 이야기에 넋을 놓고 있던 중 긴급출동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통영해경 초소 인근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시간은 밤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꿀맛 같은 야식도 대원들에겐 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