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 유명세 타도 겨울은 힘들어

[사진] 세계적 보호조류... 김포 재두루미 보호정책이 필요하다

등록 2007.01.17 10:44수정 2007.01.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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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평을 찾아 날아드는 재두루미 가족
홍도평을 찾아 날아드는 재두루미 가족이현상
해가 지는 홍도평
해가 지는 홍도평이현상

@BRI@김포 홍도평의 재두루미는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어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각 TV 방송의 환경 관련 프로그램에서도 몇 차례 보도된 바 있거니와 중앙일간지에서도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사진 기사가 실린 바 있다.

이런 탓인지는 몰라도 재두루미 사진을 찍기 위한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발걸음도 한결 잦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유명세에 걸맞은 재두루미 보호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날로 악화되는 김포 홍도평의 환경은 재두루미의 안녕을 물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홍도평을 찾는 재두루미는 보통 한강 하구의 재두루미로 불리는데 주로 장항 습지를 잠자리로 삼아 김포 일대의 농경지에서 채식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 홍도평은 가장 많은 개체수가 찾는 곳이다.

지난해 12월 김포 우회도로가 개통되어 한 강 쪽에서 홍도평을 찾는 재두루미에게는 큰 장벽을 넘어 날아와야 하는 어려움이 생겼으며, 해마다 비닐하우스가 늘어나고 농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많아져 마음놓고 내려앉을 농경지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재두루미, 유명해지니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

재두루미는 전 세계적으로 약 8000여 마리 미만이 생존해있는 세계적인 보호조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968년에 천연기념물 203호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다.


몸길이는 최대 127㎝에 이르고,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 때는 그 길이가 2m에 이르러 이들이 집단으로 비행하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평화롭게 먹이를 먹고 있는 재두루미
평화롭게 먹이를 먹고 있는 재두루미이현상
무엇인가 심하게 놀라 비정상적으로 착륙하는 모습
무엇인가 심하게 놀라 비정상적으로 착륙하는 모습이현상
대형조류인 재두루미는 이륙과 착륙에 많은 체력을 소모한다. 하루 종일 관찰해보면 갑작스러운 차량의 진입과 사람의 접근 등 방해가 없다면 단 한 번의 이륙도 없이 먹이활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수시로 이착륙을 반복하는 오리나 기러기류와는 달리 여간해서는 이착륙하지 않으려고 재두루미의 습성을 말해준다. 그만큼 이착륙이 힘들기 때문이다.


재두루미는 주로 시베리아·우수리·몽골·중국 북동부 등지에서 번식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겨울을 보낸다. 우리나라에는 보통 10월경 찾아와 이듬해 3월에 되돌아가는데 겨울을 나는 동안 충분한 영양분과 휴식을 취해야 무사히 먼 길을 돌아갈 수 있다.

농사꾼도 재두루미도 함께 잘 살려면

재두루미의 생존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사람'이다. 무한한 개발 욕망과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은 철새들에 대한 적대감으로까지 나타난다.

일부 농민들은 재두루미가 농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차량을 이용하여 쫓아내기도 한다. 멸종이 우려되는 희귀 조류가 농사를 방해한다는 오해 때문에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농민들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도 문제는 있다. 보리를 심은 논에 기러기류가 날아와 농사에 피해를 미치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재두루미를 쫓아내는 사람
재두루미를 쫓아내는 사람이현상
농민과 재두루미의 평화로운 공존은 가능하다.
농민과 재두루미의 평화로운 공존은 가능하다.이현상
결국 김포를 찾는 철새의 소중함을 주민들에게 알려 자발적인 철새보호 여론을 환기시켜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타 지역에서 이미 시행중인 '생물다양성관리계약사업'을 김포에서도 시행해 적절한 수준에서의 농민보상과 안정적인 철새 먹이 공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생물다양성사업은 겨울 휴경기에 희망농가의 신청을 받아 철새의 먹이가 되는 보리를 심거나, 일부 논에 미수확 벼를 그대로 두고 철새가 떠날 3월까지 논을 철새들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가을걷이 끝난 논, 재두루미의 겨울나기

재두루미에게는 1월 이후가 더욱 힘든 시기다. 가을걷이가 끝난 지 오래되어 낙곡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 홍도평의 재두루미들도 11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주로 내려앉아 먹이활동을 하는 구역이 큰 변화가 있다. 점차 농로 쪽과 상가 지역이 가까운 농경지까지도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과 차량에 익숙해진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눈보라가 심하던 날, 재두루미들에게도 힘든 하루였다.
눈보라가 심하던 날, 재두루미들에게도 힘든 하루였다.이현상
한국토지공사 에코스카웃과 야생조류보호협회의 먹이주기 활동
한국토지공사 에코스카웃과 야생조류보호협회의 먹이주기 활동이현상
한편 먹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두루미에게 희소식이 있었다. 지난 13일 김포 재두루미에 대한 지속적인 보호활동을 하고 있는 야생조류보호협회와 한국토지공사 에코스카우트 대학생 탐사대원들이 먹이주기 활동을 벌인 것이다.

이날 아침 일찍 홍도평 일대를 탐조한 학생들은 재두루미들이 주로 찾는 농경지에 먹이 약 500㎏을 나누어주고 속속 날아드는 재두루미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신속하게 농경지에서 철수했다.

이번 활동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아름다운 재두루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며 "재두루미 보호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포 재두루미가 더욱 소중한 이유

먹이주기 활동을 마친 40여명의 대학생
먹이주기 활동을 마친 40여명의 대학생이현상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비행하는 재두루미 가족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비행하는 재두루미 가족이현상
김포의 재두루미는 두루미의 최대 도래지인 철원과는 다른 개체들이 찾아와 한강 하구를 터전으로 겨울을 나고 있으며, 전체 개체 수는 약 100여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종의 지속적인 보호를 위해서는 서식처가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또한 인간이 주는 먹이와 인위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도 한편으로는 위험한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수의 흑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월동지인 일본 이즈미는 너무 많은 개체수로 인해 오히려 서식환경은 위험스럽다. 전 세계 생존 개체의 대다수가 모여 전염병 발병 확률이 높으며, 최악의 경우 순식간에 멸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의존하는 자연스럽지 않은 집단생활로 인해 야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두루미 동물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도 김포 재두루미는 더욱 소중하다.

재두루미 사진찍는 분, 이것만은 지키세요

▲ 훼손된 재두루미 보호안내문
ⓒ이현상

최근 들어 재두루미를 촬영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두루미는 생각보다는 아주 영리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차량이나 사람의 지나친 접근을 특히 경계합니다. 다음과 같은 요령을 지켜주시면 재두루미에게도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관찰하거나 촬영할 수 있습니다.

① 무리하게 접근하지 않습니다. 특히 고개를 들어 경계한다면 더 이상 접근하면 안 됩니다.
② 차량 이동시 정지, 운행을 반복하지 않습니다. 차가 정지하면 재두루미는 긴장합니다.
③ 차량 경적을 울리거나 큰소리를 내면 재두루미들은 겁을 먹게 됩니다.
④ 너무 근접한 사진 촬영을 욕심내지 마십시오. 한 자리에서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⑤ 우호적인 감정과 몸가짐도 중요합니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공격성을 감지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홈페이지 http://www.iskra.co.kr 에서도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홈페이지 http://www.iskra.co.kr 에서도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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