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 간의 삶의 궤적이 담겨 있는 수필집을 출간한 신미송씨.나영준
"제목은 시인 장석주 선생님의 산문집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제가 썼던 글을 관통한다는 생각이 들어 고르게 됐습니다."
지난 13일(금) 저녁, 첫마디부터 수수한 솔직함을 풍기는 수필집 <사랑은 증오보다 조금 더 아프다>의 저자 신미송(48)씨를 만났다. 2006년 한국문인에 '민달팽이'란 소설로 등단한 늦깎이 문학도다. 그런데 첫 작품집은 수필이다.
"처음엔 수필이었죠. 그런데 일종의 한계점도 느껴지더군요. 수필문학이 정화란 차원에선 좋지만 늘 자신을 돌아보며 모범적으로 반성을 해야 하는… 사람이 그렇게 살지만은 않잖아요. 그래서 소설로 갔다가, 지금은 딱히 장르를 구분하는 건 아닙니다."
기획물 도서가 범람하는 시대다. 급조되고 왜곡된 기억이 유려한 표현의 색동옷으로 포장되기 일쑤인 것이 현실. 하지만 작가는 책에 담아낸 건 단순히 한 두 해의 경험이 아닌 지난 15년 간 삶의 자취라고 말한다.
"그간 살아오며 관계 맺었던 이야기들을 풀고 가고 싶었습니다. 흔한 이야기로 미움도 사랑이라고 하잖아요. 남편, 아이들, 사회의 인연들… 내가 아닌 관계죠. 나이 40이 훌쩍 넘어 돌아보니 모든 관계의 바탕은 사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가의 말대로 책에는 살며 만났던 모든 이들에 관한 모습이 담겨 있다. 가족과 이웃, 휴가길에 만난 이들, 모래펄의 조개, 때로는 바람처럼 떠나버린 여행길 거울 속 자신의 모습까지. 다른 점은 끝없이 스스로에게 침잠하는 여느 수필과는 달리 그 모든 사물들과 부단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아키코가 소중한 사람이라며 사진을 보여주었다. 스키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였다. 딸 같은 아키코가 염려되어 혹시 애인이냐고 물었다.(중략) 아키코는 쓸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내 사람으로 가질 수 없어요. 가정이 있어요. 이를 어쩌나 철없는 아가씨야. 외롭다는 아키코를 안아주고 다독거려주었다. 아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 '아키코를 보내며' 중에서
일본 대학생으로 자신의 딸과 한일 청소년 교류를 가지며 집에 머물던 여학생과의 인연이다. 부정(父情)을 그리워하는 소녀의 심정, 그리고 그녀를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흡사 피천득의 <인연>처럼 담백한 문장 속에 나열되어 있다.
긴 호흡으로 가져가는 문학청년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