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상원 의원의 지지 사이트인 '보트 힐러리'(Vote Hillary)의 첫 화면에 등장하는 사진. '더 강한 미국을 위한 과감한 리더십'이라고 적혀있다.보트 힐러리
일단 민주당 대선 후보군 가운데 돈·조직·인맥 등 모든 면에서 힐러리가 가장 앞선다.
힐러리는 퍼스트레이디가 되기 전에 전 '미 100대 변호사'로 두번 들었고, 앞에 소개한 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시골인 아칸소 주지사였던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남편이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 말썽많은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을 지휘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남편의 재임 때 선거에 나섰던 퍼스트레이디였으며, 뉴욕주에서 당선된 첫 여성 상원의원이다. 퇴임 뒤에도 아직 대중적 인기가 높고 민주당원들에게는 많은 지지를 받고있으며, 특히 흑인표를 빨아들이는 데도 최고라는 남편 클린턴이 힐러리를 돕고 있다.
무엇보다 미 대선은 돈 선거다. 지난 2004년 부시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3억6000만달러를 썼던 것에 비춰볼 때 내년 대선에는 5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는 선거운동 자금 모금에도 민주당 내 그 어떤 후보보다 앞서 있다.
[힐러리의 단점]너무 잘나서 두려운 '그녀를 막아라'
그러나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힐러리는 백악관 안주인 때 너무 설쳐댔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안티 힐러리 사이트인 '그녀를 막아라!(www.stophernow.com)' 첫 페이지에는 "여러분 알고 있습니까? 힐러리는 대통령의 고위 참모들 틈에 끼어 백악관의 웨스트윙(서관)에 개인 사무실을 가졌던 최초이자 유일한 영부인이라는 것을"이라고 적혀있다. 백악관의 안주인은 전통적으로 남편인 대통령을 조용하게 내조하는 것이 미덕으로 꼽혀왔다.
미국의 정치잡치 <마더 존스>는 신년호에서 "힐러리가 문맹퇴치·청소년 마약중독 문제·고속도로 미화 작업 같은 퍼스트레이디들이 하는 전통적인 과제보다는 의료시스템을 뜯어고치려 하는 등 지나치게 튀는 행보를 보여 국민들에게 '깊은 공포와 어두운 미움'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미국 남성들에게 힐러리 의원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침실의 기쁨을 무시한 아내, 즉 두려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998년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섹스 스캔들이 벌어졌을 때 힐러리는 '그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다(자서전 <살아있는 역사>)'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꾹 참고 남편과 다정하게 키스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위기를 넘기게 했다. 그런데 이런 행동도 입방아에 올랐다.
여걸다운 행동이었다는 찬사가 있는 동시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야심의 발로" "난봉꾼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줌으로써 권력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그녀를 막아라!'는 힐러리를 "좌파 급진주의자"라고 맹공하고 있지만, 힐러리는 이라크 공격에 찬성했다. 요즘에는 태도를 바꿔 부시 대통령의 미군 증파 계획을 반대하고 있는데 이것은 민주당의 원칙주의자들 및 반전 세력들에게는 비열한 말바꾸기로 비춰진다.
[현재 스코어는] 한풀 꺾인 힐러리... 아이오와주에서 4위
이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미국민들의 비토 감정을 극복하지 못한 탓인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민주당 안에서 최고였던 힐러리의 인기는 최근 한풀 꺾인 느낌이다.
지난해 12월 말 아이오와주 민주당 유권자 6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와 존 에드워즈 상원 의원은 22%의 지지율로 공동 1위를 차지한 데 비해 힐러리는 10%로 4위에 그쳤다. 아이오와주는 2008년 1월14일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전통적으로 당의 대선주자 후보 예비선거판의 승패를 예상해볼 수 있는 장소다.
지난 12~14일 조지아주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힐러리는 27%를 얻어 1위를 차지하면서 20%의 오바마를 제쳤지만 지난해까지 20% 포인트 이상 앞섰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크게 줄었다.
[오바마의 장점] 진보적인 통합인종 '검은 케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