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이어야 하는 강남 엄마, 강남 아이들

[아가와 책 64]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엄마 김소희의 <강남 엄마>

등록 2007.01.20 11:35수정 2007.07.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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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강남 엄마>
책 <강남 엄마>상상하우스
<강남 엄마>, 제목부터 위화감이 드는 이 책이 요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면 누구나 한번쯤 '아니 도대체 강남 엄마들이 어떻길래' 하는 마음으로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가질 만하다.

육아 서적에 관한 글을 쓰면서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오게 된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과연 서평을 써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만약 쓰게 된다면 책의 내용을 대충 요약하는 수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온갖 복잡한 마음을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강남 엄마들'에 대한 나의 사적 견해를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일단 책의 긍정적인 내용 먼저 얘기하자면 교육 정보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학부모라면 강남 엄마가 아니더라도 자녀의 교육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이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초등 교육에서부터 방과 후 사교육과 독서 교육, 과학 탐구 교육, 심지어 인성 교육까지 엄마가 신경 써야 할 아이의 교육 문제가 얼마나 많은가.

이제 세살배기 딸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책을 읽다 보면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것이 두려울 정도다. 물론 강남의 극성 엄마가 썼기 때문에 더 할 일이 많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강남 엄마가 아니더라도 아이의 교육 문제가 가정에서 아주 중요한 고민 중 하나임은 아마 대부분 집이 인정할 것이다.

@BRI@이렇게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아이 교육에 대해 이 책은 아주 꼼꼼하게 잘 설명해 준다. 한 예를 들자면 아이의 독서 습관을 들이기 위해 싫어하는 책과 좋아하는 책을 섞어서 보여 줘라, 아이가 잠자리에 들 때 꼭 책을 읽어 주어라, 한 달에 몇 번 정도는 가족과 서점 나들이를 해라 등 구체적인 안내가 잘 되어 있다.

독서만이 아니라 다른 교육 정보도 꼼꼼하게 제시된다. 학교 수업을 위해 어떤 준비를 도와주어야 하는지, 예의 바른 아이로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다양한 체험을 위해 어떤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지 등이 매우 자세하게 나와 있어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 도움이 된다.

특히 요새 강남 엄마들은 쉬쉬하며 자기들이 축적한 노하우를 남에게 알려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의 저자는 꽤 많은 정보를 공유한다. 초등학교의 교육과정까지 꼼꼼히 분석하고 어떤 학원이 좋은 학원인지 알려 주며 아이 교육 전반을 아주 소상히 체크하여 전한다고 할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유아나 초등학교 학부모를 위한 아주 훌륭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너무 '강남스러워' 화나게 하는 책

이런 긍정적 요소도 있지만 한편으로 단정지어 말하자면 이 책은 정말이지 '강남스러워서' 읽는 이를 화나게 하는 책이다. 글을 따라 가다 보면 마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는 너무 '도태되어' 이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철저하게 엄마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자라는 강남의 아이들, 그리고 기꺼이 그들의 도우미 역할을 자처한 엄마들.


우리나라의 엄마들 중 이 책에 나오는 엄마들처럼 한 달에 백만 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기꺼이 투자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를 따라 다니며 스케줄 관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의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정 여건상 맞벌이를 해야 하는 엄마나 경제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엄마로서는 강남 엄마들의 모습이 먼 나라의 얘기와 같다.

개인적으로 볼 때 나처럼 평범한 엄마는 절대 강남 엄마처럼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그들이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에게 그들처럼 철저한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을 읽으면서 위화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강남 엄마는 최고의 엄마이고 그렇지 않은 엄마는 제 노릇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

저자는 자신이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강남 엄마들은 대부분 그렇다고 말한다. 물론 그 방식이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는 최선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에게 최선의 방법일 수는 없지 않은가. 여기서 이 책의 문제는 발견된다.

저자 스스로 인정했듯이 우리나라의 많은 엘리트들이 강남에서 배출된다. 그렇다고 하여 강남에서 자라지 않으면 엘리트가 될 가능성이 없는 걸까? 나는 'NO'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엄마가 철저히 관리해 주고 온갖 좋은 교육을 다 취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생명체인 아이가 거부한다면 모두 소용없는 일이 아닌가.

부지런히 노력하며 아이 교육을 위해 자신을 투자하는 강남 엄마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자신이 축적한 아이 교육과 스케줄 관리 노하우를 과감하게 공개한 저자의 노력도 가상하다. 그러나 강남 엄마가 아닌 평범한 엄마들에게 이 책은 딴 세상의 이야기일 뿐이다. 교육에 대한 투자와 엄마의 엄청난 에너지를 먹고 사는 강남의 아이들,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 물론 '세속적인 성공'을 남들보다 쉽게 거머쥘 수는 있겠지?

아이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강남엄마

김소희 지음,
상상하우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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