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주산지의 왕버들.김연옥
주산지는 조선 숙종 때 착공하여 경종 때(1721년)에 완공된 농업용 저수지였다. 길이는 100m이고 너비가 50m로 마치 산중의 호수 같은 고요한 못이다.
수령 1백 년을 훨씬 넘은 왕버들들이 겨울 추위로 얼어붙은 물 위로 신비스러운 몸짓을 하며 말없이 서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내 일상의 우울도 그대로 얼어붙어 버리는 듯했다.
어느새 주산지에도 저녁 어스름이 깔렸다. 기분 좋은 저녁 빛이다. 이번 나들이로 한 발짝 더 가까워진 친구가 있어 좋고, 또 돌아갈 수 있는 포근한 집이 있어 행복한 저녁이었다.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생각이 무슨 솔굉이처럼 뭉쳐
팍팍한 사람 말고
새참 무렵
또랑에 휘휘 손 씻고
쉰내 나는 보리밥 한 사발
찬물에 말아 나눌
낯 모를 순한 사람
그런 사람 하나쯤 만나고 싶다
- 박찬의 '사람'
그런데 사람 많은 이 세상에 살면서도 우리는 늘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어쩌면 무심코 던진 한마디 말에 날을 세우지 않는 무던한 사람, 얄팍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담백한 사람, 까탈을 부리지 않는 소박한 사람이 그리운 건지도 모른다.
그날 마산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우리 셋은 피곤한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너무 재미있어 까르르 웃어대는 소녀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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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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