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불러 할머니를 말한다

재일동포 가수 이정미씨 나눔의 집 돕기 콘서트 앞두고 할머니들 방문

등록 2007.01.23 18:55수정 2007.01.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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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2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 일본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재일동포 가수인 이정미씨이다. 정미씨는 오는 2월 24일, 도쿄의 히토츠바시홀에서 나눔의 집을 돕기 위한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콘서트의 정식 명칭은 ‘아라이 에이이치, 이정미 나눔의 집 지원 조인트 콘서트’이다. 공연장은 880석 규모이다. 이정미씨는 공연을 앞두고 먼저 할머니들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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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씨 일행은 선물을 가져왔다며 초콜릿을 내놓았다. 발렌타인 데이가 다가와서 초콜릿을 준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발렌타인 데이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라고 덧붙였다. 할머니들 사랑하는 마음을 초콜릿에 담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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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씨 일행은 한참 동안 할머니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이번에 비디오를 찍어가서 공연전에 15분 정도 편집된 영상물을 틀어줄 계획이라고 하면서 좋은 말씀을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이옥선 할머니가 곧바로 쓴소리를 한마디 하셨다.

“좋은 말은 할 수가 없지. 우리는 일본에 대해선 좋은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일본에게 그렇게 모질게 당했는데 어찌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있겠어요.”

이정미씨 일행은 “사실이예요, 그래요”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왼쪽 맨뒤에서 오른쪽으로 세번째가 정미씨이며, 그 앞의 여성은 이번 콘서트에서 사회를 맡게 될 제일동포 박경남씨이다. 경남씨는 자신의 이름이 경상남도의 경남이라고 소개하여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동원

할머니들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 정미씨는 내내 박옥선 할머니의 손을 꼭쥐고 놓지 않고 있었다. 손을 잡아준다는 것보다 더 큰 따뜻함도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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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시간에는 마주 앉은 박옥련 할머니와 얘기를 나눈다.


“할머니, 일본에 가신 적은 있으세요?”
“예전에 서너 번 갔었지.”

할머니가 그때 얘기를 풀어놓으신다. 식사 시간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도 손을 잡아주는 것 못지않게 따뜻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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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씨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의 연구원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무라야마 잇페이씨가 할머니들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모두 한국어이다. 이옥선 할머니가 슬쩍 끼어들었다.

“너네는 모두 일본 사람인데 어째 말은 한국어로 하누?”

잇페이씨는 이렇게 답했다.
“그야 할머니도 함께 들으실 수 있게 하려고 그러는 거죠.”

그 말에 사람들이 또 함께 웃었다.

김동원

이정미씨는 나눔의 집이 일본에선 상당히 유명하다고 말했다. 꼭 방문하고 싶었던 곳인데 정미씨가 이곳을 찾은 것은 2003년이었다. 그리고 이번이 네번째 방문이다. 3년전 나눔의 집이 요양원을 지으려고 하는데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도우려 했지만 여의치 않다가 이번에 드디어 나눔의 집 요양원 건립을 돕기 위한 콘서트 기회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번 공연이 성사된데는 한 일본인의 도움이 컸다. 그 사람은 이번 공연장의 관장이었다. 여성이었던 그 일본인은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며, 이번 공연이 그 분들이 남은 여생을 편하게 보내는데 필요한 요양원 건립을 돕기 위한 것이란 얘기를 듣자 선뜻 협조를 해주었다.

정미씨는 이번 첫공연을 마련하는데 3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지만 그녀의 팬들 중에 오사카나 센다이, 큐슈와 같은 지방에서 이러한 공연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계속 이러한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점심을 먹고 난 뒤, 정미씨는 가수답게 할머니들께 노래를 선물했다. 처음 불러준 노래는 ‘바닷가의 새’란 일본 동요였다. 한국말로 불렀다. “둥근 달 밝은 밤에 바닷가에는...” 고운 목소리가 할머니들 가슴을 가득 채웠다.

이어 ‘가뭄’이란 노래를 한곡 더 선물했고, 그 다음엔 박옥선 할머니와 함께 ‘두만강 푸른 물에’를 불렀다. 할머니는 노래 실력이 늘었다는 좌중의 얘기를 듣자 “내가 원래 노래를 잘불러”라고 하셨다. 모두의 웃음이 터졌다.

김동원

할머니의 몸은 온통 상처 자국이다. 김군자 할머니가 위안부 생활을 할 때 일본군의 칼에 찔린 상처를 보여주자 금방 그 아픔에 대한 안타까움이 눈에 비쳤다.

이정미

이번 콘서트의 안내 전단이다. ‘나눔의 집 지원에 협력해 주세요’란 부탁이 한가운데 들어가 있다. 이정미씨는 콘서트를 통해 기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많은 일본인들이 위안부가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면서 자신의 콘서트가 할머니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알리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3년 7월, 장사익, 양희은을 게스트로 초대하여 서울에서 첫 한국 공연을 한 적이 있는 이정미씨는 깊고 투명한 가성으로 일본 전국은 물론이고 한국에도 적지 않은 팬을 갖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나눔의 집 홈페이지: http://www.nanum.org
또는 http://www.cybernanum.org
나눔의 집 후원 및 자원봉사 문의 전화: 031-768-0064

덧붙이는 글 나눔의 집 홈페이지: http://www.nan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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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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