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이란 말은 저에겐 송곳...
하지만 물려받은 것, '만든' 책임없다"

노 대통령 신년연설... "공약 거의 성취했고, 6월항쟁 역사적 과제 마무리"

등록 2007.01.23 22:01수정 2007.01.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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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밤 10시 청와대에서 `참여정부 4년 평가와 21세기 국가발전전략`에 대해 신년연설을 하고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밤 10시 청와대에서 `참여정부 4년 평가와 21세기 국가발전전략`에 대해 신년연설을 하고있다. ⓒ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4년간의 참여정부에 대해 "공약을 충실히 이행했고 거의 성취가 됐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저녁 10시부터 1시간동안 생방송된 '참여정부 4년 평가와 21세기 국가발전전략'이라는 제목의 신년연설에서 "87년 6월항쟁 2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에 이 역사적인 과제의 마무리를 그런대로 잘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노 대통령은 "많은 분들이 '참여정부에 실적이라는 것도 있는가?' 하고 의아스럽게 생각하실 것"이라면서 "저의 대답은 '예, 있습니다'이다. 언론에 안 나왔다고 실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프롬프터 없이 원고만을 갖고 하는 즉석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그 동안 참여정부는 로드맵 정부, 나토정부, 아마추어 정부, 국정실패, 국정파탄, 총체적 파탄, 온갖 야유를 다 받았다"면서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그 동안의 변화를 돌아보면 참여정부는 참으로 많은 일을 했다.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생문제를 '만든' 책임은 없다"

그 예로 대선자금 수사통한 돈선거 척결, 권력기관 제자리 찾기, 정경유착 해체, 국토균형발전, 전시작통권 이전, 정부혁신 등을 들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우리 경제를 '파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데, 그럼 너무 억울하다"면서 "2002년 1600억 달러였던 수출이 지난해 3천억 달러를 넘어섰고, 지난 4년 경상수지 흑자 합계가 6백억 달러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2003년 GDP 성장률은 3.1%이고, 그 이후 4.7, 4.0, 5.0이고 4년간 평균 4.2%"라며 "평균 4.2% 성장은 선진국 클럽인 OECD 30개 회원국 중 7위 정도의 성적이고,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인 5%는 OECD 국가중에서 최상위권"이라고 밝혔다.

민생·부동산문제에 대해서는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노 대통령은 "민생이라는 말은 저에게 송곳이다, 지난 4년동안 저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고 있다"면서 "후보시절 저는 국민 여러분에게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었으나 지금은 많은 서민들이 저를 '서민을 위해 일한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민생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민생문제는 물려받은 것"이라면서 "민생문제를 만든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의 민생문제는 양극화라는 점에서 옛날의 민생문제와는 다른 새로운 현상"이라면서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동반성장, 상생협력, 균형발전 정책의 성공을 통해 '함께 가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단번에 잡지 못하고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잡힐 것, 이제 투기는 정말 빠져나갈 데가 없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과거에도 유동성이 증가했을 때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었는데 그런 상황을 간과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을 한번에 잡지 못한 이유는 일부 '부동산 신문', 야당의 반대와 흔들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만한 정책이었는데 일부 부동산 언론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흔들고, 야당은 장차 제도를 뒤집을 듯이 흔들었다"면서 "국민들도 아무도 안믿으니까 집을 사게되고 그러니 집값이 오른 것이다, 그러니까 더 쎈 정책이 만들어진 셈이니 부동산 신문으로서는 결과적으로 자승자박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민생문제, 경제문제, 참여정부의 사회투자 실적, 한미FTA/균형발전/일자리/비정규직/부동산/교육 등 개별과제, 안보정책, 정부혁신, 2만달러시대의 국가발전전략과 비전2030 등의 순으로 지난 4년을 평가하면서 향후 1년간의 계획과 그 이후의 국가비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우리에게 작은 정부론 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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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해온 사회투자 실적을 강조하면서 "작은 정부론은 과거 서구 여러 나라에 해당되는 것이지, 우리에게는 맞지 않다"면서 "책임을 다하는 정부, 효율적인 정부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한미FTA 관련한 대목에서 진보개혁세력을 향해 일갈했다. 노 대통령은 "개방은 대세이고 이를 막을 수는 없다"며 "우리사회의 진보세력이 주류가 돼서 한국을 떠맡고 싶다면 개방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이같은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절대 주류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후 우리 사회의 강력한 불안요소로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빠른 진행, 남북의 대결상황, 동북아 질서의 불안정 등을 꼽은 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발전 전략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혁신, 능동적 개방, 동반성장, 균형발전, 사회투자, 사회적 자본, 평화의 동북아 등을 제시했다.

안보문제와 관련해서는 "대북정책의 핵심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이고, 통일은 그 다음"이라고 강조한 뒤, "한미관계는 일방적인 의존관계를 상호관계로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6자 회담이 어떤 결론이 나기 전에는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저의 입장"이라고 재확인했다.

"북한 미사일 때 차분하게 대응해 언론 등 비판, 북 핵실험 때는 다르게 대처"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장래의 안보에는 영향을 미칠지언정 당장의 위기는 아니어서, 비상도 걸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해,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엄청나게 당했다"면서 "그래서 핵실험 때에는 다르게 대처했다. 과연 국민들에게 정직하게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 때문에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0월 9일 북한 핵실험 직후, 긴급하게 안보정책조정회의나 기자회견을 열었던 과정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군사독재가 무너진 이후에는 언론이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하여 시민과 정부 위에 군림하고 있다"면서 "특권과 반칙의 구조를 해소하는 것은 이 시대의 역사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우리 언론이 정확하고 공정한 언론, 책임있게 대안을 말하는 언론, 보도에 책임을 지는 언론이 될 때까지, 그리고 스스로 정치를 지배하려는 정치권력이 아니라 경제와 균형을 위한 시민권력으로 돌아가고 사주의 언론이 아니라 시민의 언론이 될 때까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사주의 언론 아니라 시민의 언론 될 때까지 굴복하지 않을 것"

이어 "내일 아침 일부 언론을 한 번 보십시오"라며 "오늘 여러분이 이 자리에서 보고들은 것과는 사뭇 다른 기사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의 말년이 반드시 그 분들의 무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참여정부도 성공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들이 그럴만한 근거가 있었다"면서 "저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할 방안을 마음 속으로 준비해 보기도 했으나, 불행하게도 불안했던 예측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저의 관심은 성공한 대통령이나 역사의 평가가 아니라, 남은 기간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면서 "제 자신의 성공이나 평가에 급급하지 않고, 국민 여러분에게 한 약속, 그리고 이 시대가 제게 부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 할 것"이라고 연설을 끝맺었다.

이날 노 대통령이 미리 배포한 연설문은 A4용지 32쪽 분량이다. 하지만 주어진 1시간동안 이를 다 소화하지는 못했다. 이 때문인지 노 대통령은 연설문을 건너뛰면서 "시간이 얼마나 남았죠" "도올 김용옥 선생 강의가 엄청 부럽다, 나도 10시간을 주면…하고 싶은 말이 많다"면서 아쉬워하기도 했다.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신년연설에는 국무위원과 청와대 수석급 이상 인사들이 배석했으며, 실무담당 공무원들과 <청와대브리핑>의 넷포터 등 200명이 방청객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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