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해빙, 남북에도 봄 바람 부나

북한, 7개월만에 개성시내 방문 허용

등록 2007.01.24 21:44수정 2007.01.2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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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북한의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과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
24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북한의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과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오마이뉴스 김태경
북한과 미국이 북핵 문제를 놓고 일정 정도 합의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 당국사이에도 봄 바람이 부는 것일까?

이재정 통일부 장관, 현정은 현대 그룹회장,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등 남측인사 100여명은 24일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이날 북측은 개성관광의 사업자를 현대아산에서 롯데관광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지난해 7월 이후 금지했던 남측 인사들의 개성시내 관광을 이날 허용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퇴임을 앞둔 지난달 8일 개성공단을 방문했으나 시내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북측의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은 "개성공단의 기반시설은 다 되었다, 개성공단을 빨리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한 뒤 남측의 쌀과 비료지원이 끊기자 북쪽이 먼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중단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과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이날 이 장관의 개성공단 방문에는 김기문 로만손 사장을 비롯한 입주기업 대표 10명, 통일부 당국자 40여명, 취재진 40여명 등 모두 100여명이 동행했다.

이 장관 일행은 이날 오전 10시40분께 남측 출입국 사무소를 출발해 5분 뒤 북측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했다. 북측에서는 주 총국장이 이 장관을 영접했다.

이 장관은 개성공단 사업 추진현황 및 남북경협 협의사무소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 뒤 격려사를 통해 "최근 6자회담에 진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평화의 길을 열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방명록에 "개성공업지구는 남북의 평화의 새 역사를 열어가는 우리의 희망입니다"라고 썼다.


주 국장은 개성공단 관리위원장실 환담에서 "기반 시설이 다 되었기 때문에 공장을 빨리 갔다 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남측이 빨리 개성 공단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기를 요구한 것이다.

브리핑을 청취한 뒤 이 장관과 주 국장, 현 회장, 윤 사장 등은 기념식수를 했다. 기념 식수 뒤 직원 숙소 관람을 위해 이동할 때 이 장관과 주 국장은 함께 손을 꼭 잡고 이동하기도 했다.


이동도중 이 장관이 길가에 심어진 나무 주변의 땅을 북돋워 주자 주 국장은 "이 나무들이 역사를 증명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 부임한 통일부 장관을 자기 사업소에 모셔오기 위한 기관들의 경쟁 탓인지 일정은 대단히 빡빡했다. 이 장관 일행은 오전에는 개성공단 홍보관·한전 개성지사·남북협력 병원·소방대 등을 방문했다.

소방대는 북측 11명, 남측 4명 등 남북 소방대원이 함께 15명이 근무중이었다. 이수근 남측 반장은 "우리 소방대는 남북이 함께하는 통일의 선봉대"라고 소개해 남측 인사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 장관 일행은 개성 시내 자남산 여관에서 점심을 먹은 뒤 부근 선죽교 및 개성민속박물관을 관람했다. 오후에는 기술교육센터·신원과 삼덕통상 공장·현대아산 개성사무소·정배수장·토지공사 개성지사 방문 등 오후 6시까지 일정을 진행했다.

오전 8시40분 출발해 오후 6시까지 잠깐의 휴식도 없이 강행군이 계속되자 "힘들다"는 소리가 일부에서 나올 정도였다.

24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맨 오른쪽)이 김동근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장(가운데), 북한의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과 함께 선죽교를 만져보고 있다.
24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맨 오른쪽)이 김동근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장(가운데), 북한의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과 함께 선죽교를 만져보고 있다.오마이뉴스 김태경

"개성관광 2월중 협의"

이 장관의 개성공단 방문도 의미있었지만 특히 관심을 끈 것은 개성시내 관람이었다. 점심 식사를 개성 시내 자남산 여관에서 하는 형식으로 남측 일행의 개성시내 관람을 북측이 허용한 것이었다.

이날 일정이 잠시의 휴식도 없이 빡빡했던 이유도 자남산 여관 방문 때문이었다. 애초 통일부에서 개성시내 방문을 요구했었으나 허용될 지 반신반의했으나 북측이 의외로 선선히 받아들였다.

지난해 북한은 개성관광 사업자를 현대아산이 아닌 롯데관광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현대 아산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통일부 역시 계약서 등을 근거로 거부하자 북한은 지난해 7월부터 남측 인사들이 개성시내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남한의 쌀 및 비료지원 중단 등으로 남북한 당국 대화는 완전히 끊겼다.

최근 북한이 개성관광 사업을 현대아산과 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에 남측 인사들의 개성시내 방문을 허용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현 회장과 윤 사장의 표정은 꽤나 밝았다.

개성시내 관광과 관련 현정은 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협의는 안되었다, 올 봄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도록 노력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만준 사장은 "2월에 북측과 만나서 새해 사업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시범단지 15개, 본 단지 1차단지에 6개 기업 등 모두 21개 공장이 가동중이다. 북측 노동자는 모두 1만1164명, 남측 근로자는 800여명이 일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4년 12월 첫 제품 생산 뒤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8905만달러의 물건을 생산했으며 수출액은 2069만2000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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