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성공단을 방문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북한의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과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다.오마이뉴스 김태경
북한과 미국이 북핵 문제를 놓고 일정 정도 합의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 당국사이에도 봄 바람이 부는 것일까?
이재정 통일부 장관, 현정은 현대 그룹회장,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등 남측인사 100여명은 24일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이날 북측은 개성관광의 사업자를 현대아산에서 롯데관광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지난해 7월 이후 금지했던 남측 인사들의 개성시내 관광을 이날 허용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퇴임을 앞둔 지난달 8일 개성공단을 방문했으나 시내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북측의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은 "개성공단의 기반시설은 다 되었다, 개성공단을 빨리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한 뒤 남측의 쌀과 비료지원이 끊기자 북쪽이 먼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중단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과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이날 이 장관의 개성공단 방문에는 김기문 로만손 사장을 비롯한 입주기업 대표 10명, 통일부 당국자 40여명, 취재진 40여명 등 모두 100여명이 동행했다.
이 장관 일행은 이날 오전 10시40분께 남측 출입국 사무소를 출발해 5분 뒤 북측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했다. 북측에서는 주 총국장이 이 장관을 영접했다.
이 장관은 개성공단 사업 추진현황 및 남북경협 협의사무소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 뒤 격려사를 통해 "최근 6자회담에 진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평화의 길을 열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방명록에 "개성공업지구는 남북의 평화의 새 역사를 열어가는 우리의 희망입니다"라고 썼다.
주 국장은 개성공단 관리위원장실 환담에서 "기반 시설이 다 되었기 때문에 공장을 빨리 갔다 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남측이 빨리 개성 공단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기를 요구한 것이다.
브리핑을 청취한 뒤 이 장관과 주 국장, 현 회장, 윤 사장 등은 기념식수를 했다. 기념 식수 뒤 직원 숙소 관람을 위해 이동할 때 이 장관과 주 국장은 함께 손을 꼭 잡고 이동하기도 했다.
이동도중 이 장관이 길가에 심어진 나무 주변의 땅을 북돋워 주자 주 국장은 "이 나무들이 역사를 증명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로 부임한 통일부 장관을 자기 사업소에 모셔오기 위한 기관들의 경쟁 탓인지 일정은 대단히 빡빡했다. 이 장관 일행은 오전에는 개성공단 홍보관·한전 개성지사·남북협력 병원·소방대 등을 방문했다.
소방대는 북측 11명, 남측 4명 등 남북 소방대원이 함께 15명이 근무중이었다. 이수근 남측 반장은 "우리 소방대는 남북이 함께하는 통일의 선봉대"라고 소개해 남측 인사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 장관 일행은 개성 시내 자남산 여관에서 점심을 먹은 뒤 부근 선죽교 및 개성민속박물관을 관람했다. 오후에는 기술교육센터·신원과 삼덕통상 공장·현대아산 개성사무소·정배수장·토지공사 개성지사 방문 등 오후 6시까지 일정을 진행했다.
오전 8시40분 출발해 오후 6시까지 잠깐의 휴식도 없이 강행군이 계속되자 "힘들다"는 소리가 일부에서 나올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