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낚시야, 포복 훈련이야?

사진으로 보는 화천 산천어 축제

등록 2007.01.25 09:30수정 2007.07.0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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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떠있는 커다란 산천어 모형. ⓒ 왕보영

내가 사는 강원도 춘천의 겨울은 3월에도 눈이 올 정도로 유난히 춥다. 춘천뿐만 아니라 강원도의 겨울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말이다. 입김으로 호호 불어도 따뜻해질 줄 모르는 얼음처럼 차가운 내 손은 겨울에는 더더욱 곤혹스럽다.

소름끼칠 만큼 추운 겨울이지만 내가 이 추운 겨울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보는 것만으로도 포근한 흰 눈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 살얼음처럼 추운 겨울이지만 그 추위 때문에 제 빛을 발하는 갖가지 축제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겨울은 그야말로 '축제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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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위의 대형 얼음 조각. ⓒ 왕보영

@BRI@지난 20일 나는 가족과 함께 '화천 산천어 축제(1월 6일~1월 28일)'에 다녀왔다. 잠자는 것을 취미로 여길 정도로 잠이 많은 나를 아침부터 분주하게 깨운 엄마 덕분이었다.

잠이 덜 깬 나에겐 밖의 추운 날씨보단 따뜻한 침대 속이 더욱 포근했기에 별로 내키지 않은 외출이었다. 그래도 '집에서 자면 뭐하나, 사진 찍은 지도 오래됐고 가서 사진이나 찍자'라는 생각으로 장갑에 목도리, 어그부츠까지 챙겨 신고 묵직한 카메라를 들쳐 매고 집밖을 나섰다.

집에서 화천 축제장까진 약 30분 정도 소요됐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나 축제장에 도착할 때쯤, 길 곳곳에 축제장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여기가 행사장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은 플래카드 때문은 아니었다. 도로에 빽빽하게 주차된 차들이 마치 공영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겨우 빈 곳을 찾아 차를 주차한 후 행사장을 내려다 봤다. 강원도에 살면서 그 어떤 것보다 무섭다는 '귀차니즘' 덕에 이런 축제를 다녀본 적이 없는 나는 '이런 것이 겨울의 축제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맑은 물 때문인지 투명하게 얼은 얼음은 햇빛에 비쳐져 눈이 부실 정도였다. 이 행사의 마스코트인 거대한 산천어 얼음 조각과 2007년을 알리는 복돼지의 얼음 조각도 눈에 띄었다. 행사장의 한쪽에선 얼음낚시를 통한 산천어와의 씨름으로 조용했으며, 다른 한쪽에선 남녀노소불문하고 추억의 얼음 썰매를 타느라 야단이었다. 같은 행사장 안에서 너무나 상반된 두 모습이었다.

니들이 얼음낚시를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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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낚시를 하는 이들. 군대의 포복 훈련을 연상케 한다. ⓒ 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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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얼음 낚시. ⓒ 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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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수에서만 산다는 산천어. ⓒ 왕보영

어른들은 "낚시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동안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그곳에서 10분도 채 되지 않아 낚시를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 깨닫고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얼음낚시를 하는 그들의 눈이 빠져라 한 곳만 쳐다보고 있었으며 손은 태엽이 돌아가듯 일정한 동작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군인들의 포복 훈련을 연상하게 하는 포즈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걸릴 것 같으면서도 요리조리 피해가고, 그냥 여기서 그만 두자니 약이 오르고, 내가 가면 왠지 잡힐 것 같아서 여태 기다린 것이 벌써 3시간째 씨름 중이지."

잔뜩 약이 오른 듯 한 한 중년의 아저씨는 그렇게 계속 낚싯대를 쥐고 놓을 줄 몰랐다.

"꽝꽝 언 얼음을 깨고 얼음낚시를 하면 짜릿하고 스릴 있잖아요, 그 짜릿한 맛에 매년 찾는 것 같아요"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아저씨는 경남 거제도에서 올라왔단다. 그곳에선 눈과 얼음은 구경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신은 낚시하는 맛에 애들은 썰매를 타고, 눈 구경하는 맛에 매년 찾게 된다고.

김 기사~ 운전해!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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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의 행복한 외출. ⓒ 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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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썰매의 인기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당연 최고다. ⓒ 왕보영

운전면허증? 자동차도 아닌데 면허를 딴다는 말을 듣고 나는 좀 의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라면 면허가 있어야 운전을 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썰매도 면허를 따야한다니…. 조금은 어이없는 발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엉뚱한 발상이 이곳을 찾은 아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추억을 만들어줬다. 직선도로부터 구불구불한 난코스까지 면허시험장은 제법 그럴 듯했다. 고사리만 한 손으로 썰매를 운전하느라 아이들의 이마엔 그 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남녀노소불문하고 인기가 좋은 얼음썰매는 아마 어른들에겐 추억의 향수를, 어린이들에겐 새로운 놀이문화가 돼 주었다. 내가 간 날은 특별히 화천군 군인들을 위한 행사도 열렸다. 군대 안에서의 지루한 일상을 내던지고 나온 기분은 아마 그 어느 때보다 '꿀 맛 같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맛, 그게 바로 산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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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지만 그 맛은 일품인 산천어 회. ⓒ 왕보영

빙판 위에서 산천어와의 한판 씨름에서 이겼다면, 이제 그 맛을 볼 차례! 그 자리에서 갓 잡은 싱싱한 산천어를 바로 맛 볼 수 있다. 분홍빛 속살을 드러낸 산천어는 바다 회처럼 화려한 장식 속에 멋스럽게 나오진 않았어도 그 맛이 일품이었다.

일회용 종이접시 위에 툭 던져 놓은 듯한 모양새가 투박하긴 했지만 몇 시간 공을 들여 내 손으로 잡은 산천어라는 마음에 감동이 밀려오는 듯했다. 빙판 위에서는 산천어를 통한 이웃의 정도 느낄 수 있었다. 하나도 잡지 못한 사람들의 허탈한 마음이라도 달래려는 듯 여기저기 산천어를 건네는 모습과 잡은 회를 나눠 먹는 푸근한 마음정도면 꽁꽁 언 빙판도 금방 녹일 것 같았다.

산천어 축제는 이제 곧 20여일의 여정을 마치고 그 축제의 장을 마감한다. 하지만 강원도의 축제는 산천어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열린다. 인제 빙어축제를 비롯해 대관령 눈꽃 축제까지. 이 겨울, 잠깐 동안의 외출이었지만 추억과 푸근한 마음까지 담아올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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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모형에 소원 빌기. ⓒ 왕보영

덧붙이는 글 | * 주의할 점 : 주말에는 10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 탓에 얼음낚시는 오전에 마감하고, 대여해 주는 썰매가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주말에는 특히 주차난이 예상되는 만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축제 홈페이지: http://ice.narafestival.com

덧붙이는 글 * 주의할 점 : 주말에는 10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는 탓에 얼음낚시는 오전에 마감하고, 대여해 주는 썰매가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주말에는 특히 주차난이 예상되는 만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축제 홈페이지: http://ice.narafestival.com
#산천어 #얼음낚시 #산천어 축제 #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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