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지 여사의 사진을 들고 버마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내툰나잉씨인권실천시민연대
그리고 봉기 과정에서 새롭게 정권을 잡은 또 다른 군부정권은 민주국가를 표방하면서 총선거 실시와 승리한 정당에 정권을 이양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1990년 5월 27일 총선거에서 수지 여사가 이끄는 NLD가 전체 의석의 82%이상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합법적인 총선거 결과를 UN과 국제사회에서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던 군부는 총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아직까지 정권을 민간에게 이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모든 버마 문제의 근원입니다.
유엔(UN) 총회와 인권위원회는 버마의 변화를 요구하는 총 29회의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버마에 십여 차례의 특사를 파견했으나 이 모든 것은 군부에 의해 묵살되었습니다. 지금도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2004년 광주인권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를 가택연금하고 있으며, 1,100명 이상의 반체제 인사들을 수감하고 버마 국민들과 소수민족들에게 최악의 반인권적 폭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민주적 군사정권이 통치하고 있는 버마에 한국의 대우인터내셔널은 버마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쉐 가스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것 뿐 아니라 부도덕하고 반인권적인 불법무기제조기술을 수출해 군부정권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소위 민주주의 국가이고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이며 아시아 민주화의 모범국가인 한국이 독재정권을 지원하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요? 군부에게 무기는 국가방어차원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권 장악을 위해 국민들을 언제든지 죽이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대우의 사태를 용납할 수 없으며 대우인터내셔널은 총부리를 국민들에게 겨누는 현재 지구상 가장 악랄한 군사정권을 돕는 것만이 아니라, 민주화를 염원하고 한국인의 지원을 기대하는 버마인들의 간절한 소망을 짓밟는 잔인하고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많이 닮은 한국과 버마
한국과 버마는 역사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먼저 군사독재정권으로 수많은 고통을 받은 경험이 있고, 비민주적 반인권적 통치에 맞서 싸운 국민적 지도자들이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또 아시아에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는 버마와 한국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군부통치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있지만 버마는 아직까지 군부의 폭압정치 아래 인간다운 최소한의 삶도 보장받지 못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1980년대 한국인들이 독재와 맞서 투쟁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힘의 결집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물심양면의 국제사회의 지원 또한 한국 민주화를 앞당긴 힘이었습니다. 버마 국민들 역시 힘들게 투쟁하고 있지만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무자비한 군사정권 아래 너무나 미약하고 역부족한 상황이므로 더더욱 국제 사회의 지지와 지원을 열망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런 현실을 지나치지 않고 국제적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엔을 비롯하여 각국의 자유와 인권을 사랑하는 정치인들, 세계 국민들이 버마 군부의 잔혹한 통치를 규탄하고 있습니다. 버마 국민의 자유와 인권 회복, 버마 내의 변화를 요구하는 성명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여러 가지 국제적 활동을 펼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미국, EU, 아세안 정상회담 등도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민주화를 이룩한 한국 정부는 1990년대부터 버마 민주화를 위해서 분명한 입장과 역할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불법적인 버마 군사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한국정부는 한류의 확산으로 한국문화를 사랑하게 된 버마인들이 한국정부의 버마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될 민주국가 버마와의 새로운 관계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한국정부의 진지한 배려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 1월 5일 수지 여사의 연금조치에 항의하는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버마 방문 비자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의 버마 대사관은 이 국제적 운동이 버마 국내문제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며 즉각 비자신청을 거부했습니다. 게다가 반기문 사무총장 역시 지난 1월 8일 수지 여사를 포함해 버마 내 모든 정치범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현재 전 세계의 자유와 인권을 책임지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한국인들에게도 호소합니다. 현재 세계에서 차지하는 국가적 위상과, 독재의 고통과 아픔을 딛고 민주주의를 이룩한 한국인의 역량에 부합하는 관점에서 고통 받고 있는 버마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관심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한국인의 민주화 역량을 나눠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