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영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안 되겠네예."
"별루 안 오 던디…."
책장을 열댓 쪽쯤 넘겼을 무렵에 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때가 아마 오후 1시쯤 됐을 것입니다. 남공주 톨게이트로 마악 나오고 있는데 눈이 너무 많이 내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안으로 지리산에 들어가야 하는 데예 눈이 너무 많이 내리네예."
"그렇게나 많이 내리나? 잠깐만유…."
방문을 열어보았더니 어느새 마당 가득 눈이 쌓여 있었고 하늘에서는 까만 점들이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곰순이는 고자세로 꿈쩍도 않고 앉아있었습니다. 까만 털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불과 삼사십 분만에 세상이 변해 있었습니다. 곰순이 털 색깔은 물론이고, 지붕이며 나무가지며 사방이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송 샌님, 안돼겠싶니더, 눈이 더 쌓이믄 하루 이틀은 묶일 거 같네예."
"묶이면 묶이는 대로 쉬었다 가믄 되지 뭘 그류."
"손님 기다리고 있어서예…."
"에이, 섭섭허네, 점심이라두 먹구 가시지…."
결국 묵재 선생은 결국 오늘 저녁 자신의 토굴로 손님이 찾아오기로 했다며 발길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은 주섬주섬 누구네 집 아이가 입다가 준 스키복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느새 개 사료 포대를 꺼내들더니 곧장 곰순이를 데리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