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없는 세상, 네티즌이 만든다

일반인까지 확대된 악플피해... 네티즌 자성 목소리 높아져

등록 2007.01.27 08:33수정 2007.01.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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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활발한 의견교류가 이뤄져야 할 인터넷 게시판.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 게시판은 제 역할을 하기보단 특정인을 막무가내로 비난하고 헐뜯는 등 추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악성 댓글(이하 악플)로 인해 더럽혀진 게시판은 우리의 부끄러운 인터넷 문화이다.

이제 악플은 몇몇 악플러(악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의 행동이 아닌 하나의 유행처럼 우리 사회에 퍼져나가고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에게까지 서슴지 않고 악플을 다는 악플러를 바라보며 '우리나라 인터넷 문화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가?'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일반인에게까지 퍼진 악플의 피해

@BRI@악플은 더 이상 유명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심지어 장애인이나 일반인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모욕·스토킹과 같은 사이버 폭력으로 상담받은 건수가 7050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일반인은 악플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나 피해가 심각한 편이다.

대학생 이모씨는 뉴스에 자신의 인터뷰가 나가면서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악플러들이 인터뷰 내용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격까지 모독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반인은 악플에 강력한 대처보다는 그저 속만 썩고 있는 실정이다. 악플의 피해자들은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이 생겨나고 심한 경우, 인터넷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다.

인터넷 악플은 단순한 장난을 넘어 인신공격이나 인권침해적인 내용이 많다. 고 유니씨의 경우, 성적수치심을 주는 악플이 많았고 김태희씨와 변정수씨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당사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무엇보다 문제는 악플러가 자신의 행동에서 죄의식보다는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네티즌들로부터 나온 자성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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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카페에서 진행중인 청원운동 ⓒ 다음

이와 같은 악플문화 속에서 많은 네티즌들이 '이제 해도 너무한다' '인터넷 문화 우리가 바꾸자'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포털사이트 내에서 네티즌들이 직접 '인터넷실명제 찬반 투표'를 한 결과 찬성이 65%로,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 인터넷 실명제를 통해 악플러를 뿌리 뽑자는 주장과 함께, 한편에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인터넷 토론방에서는 또 고 김형은씨와 고 유니씨의 악플러를 처벌하자는 청원운동이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다수의 청원자들은 '악플은 이제 명백한 범죄이며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펼치고 있다.

이 밖에 다양한 포털사이트 인터넷 뉴스 게시판 내에서는 '악플자제운동(건전하고 기사와 관련된 댓글만 작성한다)'과 '인터넷기사 댓글 안보기 운동(인터넷기사 댓글을 안 봄으로써 악플러가 흥미를 잃게 한다)'을 벌이고 있다.

악플, 이젠 우리가 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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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댓글 안보기 운동 ⓒ 네이버

심지어 악플러를 박멸하기 위한 카페도 생겨났다.

카페 악플러 박멸(http://cafe.naver.com/removeakpler.cafe)이 바로 그것. 이 카페는 악플러를 신고하고 퇴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들은 악플의 종류를 다양하게 나누어 신고를 받는다. 악플 내용을 캡처하여 보관하고 증거를 남겨서 피해자의 신고를 도와준다. 또한 캡처한 화면으로 악플러의 아이디를 공개해, 악플러가 수치심을 느끼게 하여 악플러의 활동을 막기도 한다.

직접 신고하기를 원하는 피해자를 위해 인터넷 119,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 정부신문고 등의 신고사이트를 안내해 놓았다. 이 외에도 악플러 퇴출을 위한 여론조성과 서명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카페 운영진들은 신고받는 댓글 대부분이 남에게 주목받기 위한 수준이지만, 심한 욕설과 모욕이 있는 것도 상당수 된다고 한다. 이들이 말하는 요즘 악플러들은 참으로 끈질긴 활동력을 보여준다고. 심지어 어떤 악플러는 아이디를 10개 이상 만들어 활동하고, 상상력이 아주 풍부해서 기상천외한 악플로 운영진을 놀라게 한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악플에 대한 포털사이트의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고 한다. 카페운영진이 수집한 증거로 포털사이트에 신고를 해도, 처벌은 고작 일주일 글쓰기 제한에 불과하다. 이런 약한 처벌로 인해 악플러들은 포털사이트의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고한 사람도 맥이 빠진다.

악플러 박멸 운영진들은 악플에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인을 욕되게 한 만큼 글쓰기 제한을 늘리고, 3회 이상 신고되었을 때는 영구적으로 강제퇴출을 해야 악플러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들은 댓글 나이제한 도입을 주장한다. 댓글 중 상당수가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인 경우가 많고, 이 아이들이 형사 처분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악플을 마구 단다는 것. 이들을 막기 위해서는 댓글 공간을 나이에 따라 나누거나, 더 강력한 방법으로 미성년자 댓글 금지를 제안했다.

7월부터 포털사이트 인터넷실명제 도입

올해 7월부터 대부분의 포털사이트와 정부기관에서는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에서는 악플이나 사이버 인권침해에 대해 강력히 처벌을 할 것이라 밝혔다. 연예인들 역시 자신의 악플러를 상대로 고소했고, 실제 처벌이 이루어졌다. 최근 악플러에 대한 네티즌들의 분노 반응을 보면 더 이상 악플러가 설 자리는 없을 듯하다.

누구도 자신을 욕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입장 바꿔 생각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라는 노래 가사도 있지 않은가? 악플을 쓰기 전에 '만약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도 이 말을 할 수 있을까?'라고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법으로 제재를 해야 죄를 뉘우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기보다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는 성숙한 네티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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