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취업 교육장 입구고기복
전혀 뜻밖이었다. 당시 회의 주제 중의 하나는 이주노동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었고, 그런 방법을 토론하고 자료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국내 송출과정의 비리와 해외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사람이 이주노동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녀 역시 내가 놀라는 이유를 이해하는 듯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고 싶어요. 이주노동이 문제만 있는 건 아니니까…."
묻지도 않은 스리의 대답은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이주노동을 택했다는 사실을 전해 주고 있었다. 스리는 출국 전 혹은 귀국한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상담 지원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처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고 했다. 원해서 하는 일이었지만, 미래를 준비할 만한 수입이 없었던 그녀로서는 이주노동이라는 현실적인 선택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같은 뜻을 품고, 같은 운동을 하던 동지로서 만났던 이를 3년이 더 지나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만났으니 그 즐거움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하지만 진한 아쉬움과 섭섭함이 함께 전해져 왔던 것은 그녀의 현실적인 선택에 대한 부분이었다.
NGO 활동가에서 이주노동자가 되었다고 해서 스리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향을 떠난 이가 자신은 아니더라도 친구들 중에 한두 명은 고향을 지켜주길 기대하는 심정이 있는 것처럼, 그녀가 그 자리를 계속 지켜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9년까지 연 1백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을 송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스리는 그러한 정부 정책에 호응하여 달러를 벌어들이는 산업역군이 된 셈이었다. 아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해외 이주노동자(TKI)들이 벌어들이는 외화는 2005년도에 29억 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이제 해외에서 달러를 벌며 미래를 준비하는 이 중에 스리도 예외는 아니다. 부디 이주노동자의 한 사람이 된 스리가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이주노동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기를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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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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