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생태를 보며 사람살이를 돌아보다

[달팽이가 만난 우리꽃 이야기 95] 실새삼

등록 2007.01.29 11:25수정 2007.01.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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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실새삼은 메꽃과의 식물로 기생식물이다. 맨 처음 싹을 틔울 때는 뿌리가 있지만 이내 자신이 기생할 식물을 찾아내면 뿌리를 버리고 뿌리도 잎도 없이 숙주식물에 기생해서 평생을 살아간다.


더군다나 세를 확장해갈 때 시들시들한 식물이나 사람들이 세워놓은 지주대 같은 것은 돌아보지도 않고 오로지 가장 활기찬 식물들만 골라서 타고 올라가 그들의 줄기며 이파리를 칭칭 감고 뿌리를 내려 양분을 빼앗아 먹는다. 그리하여 '황백색의 흡혈귀'라는 별명을 얻었다(이나가키 히데히로의 <풀들의 전략> 참고).

새삼의 생존전략에 대한 글을 읽다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삶과 사람살이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면서 실새삼의 생존전략이 마치 불량정치인들과 불량종교지도자들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며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김민수
기생식물은 스스로 광합성을 하지 못한다. 숙주식물의 영양분, 사람으로 치면 피를 빨아먹고 자라다가 숙주식물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면 그를 떠난다. 자기의 삶을 위해서 그동안 자신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준 숙주식물이야 죽든 말든 개의치 않는 것이다.

@BRI@길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불량정치인들의 행태가 그렇지 않은가? 선거철이 되면 한 표를 얻기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내어줄 듯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오직 국민들의 머슴이 되겠다고 하지만 정작 당선이 되고 나면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오직 자신들과 자신의 당을 위한 정치를 할 뿐이다.

국민들이 부여한 권위를 가지고 국민들을 억압하고, 오직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 사용할 뿐이니 기생식물인 실새삼의 생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종교도 이젠 물신의 종이 되어 큰 것만을 추구하고, 섬기는 종교가 아니라 섬김을 받는 종교가 되어 더 이상 낮은 자들에게로 내려가지 않는다. 입술로는 사랑을 말하고 섬김을 말하지만 사랑받기만 원하고, 섬김을 받기만을 원한다.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려는 노력보다는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며 더 이상 이 땅에서 소외된 자들이 가까이할 수 없는 사이비교가 되어버렸다.

김민수
나의 이런 생각이 한 개인의 편협된 생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극소수의 문제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편만한 흐름이다 보니 정치, 종교계의 속내를 들여다 보는 눈은 아프기만 하다.


어느 여름날, 강변을 따라 걷는 길에 하얀 눈처럼 수북하게 자란 실새삼 무리를 만났다. 그때만 해도 고구마나 나팔꽃과 같은 메꽃과라는 것만 생각했기에 메꽃뿌리를 닮았다는 생각은 했지만 싹 틔운 뿌리를 포기하고 숙주식물의 몸에 빨대를 꼽듯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단지 그가 감싸고 있는 식물들이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만 한 것이다.

그런데 속사정을 알고 보니 답답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들의 생명까지도 위협을 한다니 올해 만나면 곱게 보이지만은 않을 것 같다.

김민수
흔히 우리가 잡초라고 부르는 것들, 그래서 뽑히고 밟히며 제초제의 희생양이 되는 것들은 이 땅의 민중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어찌 사람이 잡초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제초제를 뿌린 밭에도 제일 먼저 푸릇푸릇 싹을 내는 것이 잡초이니 그들의 생명력은 바로 민중의 생명력인 것이다.

포클레인에 의해 혹은 문명의 이기에 의해 파괴된 곳에도 가장 먼저 푸른 싹을 내는 것은 잡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에도 쇠뜨기라는 놈이 가장 먼저 싹을 틔웠고, 산불이 난 곳에 가장 먼저 피어나는 것은 고사리류의 식물들이다.

귀족대접을 받는 꽃들이나 식물은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맥을 못 추고 사라지지만 민중을 닮은 꽃과 식물은 어떻게 하든지 그 자리에서 피고 지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잡초를 보면서도 희망을 보게 되는 것이다.

김민수
꽃들의 생태와 사람살이는 그리 다르지 않다. 그래서 꽃을 보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듣게 되는 것이리라. 실새삼, 다른 기생식물들과 다르게 이파리도 없이 올무처럼 하나 둘 숙주식물들을 잡아 자기의 먹이로 삼지만 이듬해 가보면 여전히 실새삼 외에 다른 식물들이 더 많은 것을 보면 남의 생명을 담보로 하지만 자기만 살겠다고 남들을 다 죽이는 일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민중을 닮은 꽃들 이름을 불러보자.
냉이, 민들레, 광대나물, 개쑥갓, 쇠비름, 질경이......
너무 쉽게 만날 수 있어 꽃같지도 않은 꽃
그보다 조금 대접받는 꽃들 이름을 불러보자.
나리꽃, 장미, 백합, 할미꽃, 우산나물......
간혹 귀족 같은 꽃들 이름도 있다.
동강할미꽃, 솔체, 물매화, 매화......
그러나 이 꽃들은 서로 비교하지 않고 피어난다.
누가 누구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

- 자작시 '꽃과 사람'


온갖 아름다운 말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이 그만큼 아름다워진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말과 삶이 달랐기 때문이다. 말과 삶이 하나인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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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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