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꽃과 비슷하지만 꽃이 진 후 빨간 딸기를 탐스럽게 맺는다.김민수
어린 시절에는 주전부리의 대부분을 자연에서 얻었습니다. 조금 대담한 친구들은 뱀까지도 잡아서 구워먹었지요. 저의 경우도 자연에서 많은 주전부리를 얻었는데 다 기억이나 할까 모르겠습니다.
봄나물은 물론이고 보리수, 밤, 도토리, 개암, 띠(삘기), 메뿌리, 산딸기, 칡, 버섯, 개구리, 메뚜기, 각종 민물고기 등 먹을 수 없는 것을 빼놓고는 거의 다 먹었지요. 세 가지 못 먹는 것이 있었는데 몰라서 못 먹고, 없어서 못 먹고, 안 줘서 못 먹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친구들이 뱀딸기를 먹으면 피가 마른다고 했습니다. 은근히 겁이 나데요. 뱀이 있을 것만 같은 으슥한 곳에 피어나는 것도 그렇지만 혹시라도 뱀의 독이 딸기 속에 들어있어서 정말로 피가 말라 죽는 것은 아닌가 조마조마했지요. 그래도 따먹어보았는데 맛이 별로입니다.
아침 일찍 이슬을 머금은 것들 중에서 잘 익은 것들은 약간 단맛이 있는데 그냥 밋밋한 맛이었지요. 어른이 되어 추억을 되새기며 뱀딸기를 따먹어봤는데 단맛에 길들여진 혀는 그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더군요.
지금도 뱀딸기를 보면 "정말 이 딸기 먹으면 피가 마르는 겨?"하고 묻던 순진한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아마도 그 말은 주전부리가 흔하지 않던 시절 자기 혼자 뱀딸기를 독점하려고 누군가 퍼뜨린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닌 것 같은 것이 그 무렵이면 뱀딸기 말고도 이런저런 맛난 것들이 많이 있을 때거든요. 지금도 정말일까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