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평생 이상 한글을 읽지 못해 숱한 설움을 안고 살아왔던 늦깎이 초등학생 강노미씨가 30일 오후 성인대상 학력인정 양원초등학교에서 마련한 '나의 주장 발표 대회'에 참가해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힘주어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시간이 흐르자 더 많은 할머니들이 대회장으로 모여들었다. 앉아 있던 할머니들은 손을 흔들며 친구들을 불러댔다. 다른 반 친구들끼리 앉은 자리에서는 "우리반에서는 2명 나갔는데, 니네반에서는 몇 명 나갔니"라고 물어보며 은근히 자기반 자랑을 한다. 한참을 자랑하다 자기반 친구들이 들어오면 이내 친구들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대회 시작] 입이 '바짝바짝' 다리는 '후들후들'
이번 대회는 55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최종 20명의 할머니를 선발했다. 발표 주제는 다양했다. '공중도덕을 지킵시다'에서부터 '우리 농산물을 지키자', '배워야 삽니다', '물을 아껴 씁시다' 등 할머니들이 평소 친구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참가자들 대부분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처음 발표를 하는 까닭에 많이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대회 시작 전, 교장 선생의 개회사 시간에도 자신들이 발표할 글을 읽느라 여념이 없었다. 발표 첫 순서여서 매우 떨린다는 두금순(68)할머니는 "글을 아무리 읽어도 돌아서면 까먹고 돌아서면 또 까먹고 그런다"며 "그래서 그런지 많이 떨린다"고 말했다. 2번 윤재혜(68)할머니는 "다리가 후들후들 거린다"며 "담임선생님이 내 발표 순서를 왜 2번으로 정했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긴장이 심했던 탓일까. 다수의 할머니들이 실수를 연발했다. 어떤 할머니는 말을 하다가 그만 내용을 잊어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기도 했고, 어떤 참가자는 아예 내용을 건너뛰기도 했다. 또 연설 내내 말을 더듬는 할머니도 있었고 자신이 내용을 빠뜨린 것을 알고 "아유 나 빼먹었네"하며 혀를 쏙 내민 발표자도 있었다. 하지만 연설을 듣는 할머니들은 시종 격려의 박수와 웃음을 잃지 않고 연신 "잘한다"를 외쳤다.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