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못 박힌 불국사 나무들 '너무 아파요'

왜 나무에 못질했을까... 스님께서는 "우리 소관이 아닙니다"

등록 2007.02.01 16:18수정 2007.02.0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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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불국사 경내 소나무

불국사 경내 소나무 ⓒ 정태욱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중국 학교 방문단이 올 봄에 우리 학교를 방문합니다. 이 방문단의 세부일정을 짜기 위해 몇 분의 선생님과 지난 1월 24일 경주를 둘러보았습니다.

경주는 우리가 자랑하는 옛 도시답게 깨끗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경주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서 불국사로 갔습니다. 우리가 자랑하는 사찰이라 외국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외국 손님맞이 행사 준비로 갔기에 외국사람들의 느낌이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외국 관광객들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그들도 불국사를 매우 인상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옥에 티가 하나 있군요. 나무의 이름을 표기한 표찰을 나무에 달면서 큰못으로 박아 놓았습니다. 학교에서 '숲 가꾸기 행사'도 같이 하다보니 아무래도 나무에 못질한 게 눈에 거슬립니다. 지나가는 스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a 불국사 경내 느티나무

불국사 경내 느티나무 ⓒ 정태욱


"나무에 못질한 게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스님은 시큰둥하게 답합니다.

"그건, 우리 소관이 아닙니다."
"???"
"당국에서 알아서 합니다."
"그럼, 한 말씀하시지 않고요."
"그들이 우리 말 듣나요."

a 못 박힌 단풍나무

못 박힌 단풍나무 ⓒ 정태욱


우리 일행은 더 이상 말 붙이기가 민망하여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다른 나무도 똑같았습니다. 단풍나무는 껍질도 약한데 어김없이 못질을 해놓았습니다. 물론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그렇게 한 분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연보호 캠페인을 통해 '나무를 꺾지 맙시다', '나무가 아파요' 등의 문구에 제법 익숙한 우리들에겐 이 못은 그저 부자연스럽기만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무가 고통스러워 할 것만 같았습니다.


경주 반월선 내의 석빙고 옆 나무에는 쇠줄로 달아 놓은 조명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를 보던 동료 선생님이 한 말씀하십니다.

"선진국에서는 스프링 줄을 이용해서, 나무의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던데…."


a 반월성 내에 설치된 조명등

반월성 내에 설치된 조명등 ⓒ 정태욱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교닷컴에도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교닷컴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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