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시내 한복판 Aidwych라는 곳의 한 건물 공사현장이현민
런던 시내 한복판 Aidwych라는 곳의 한 건물 공사현장이다. 6층짜리 건물을 공사하면서 외벽을 그대로 남겨두고 건물을 세우고 있다. 건물의 외벽을 살리기 위해서 어머 어마한 장비를 동원해서 외벽을 그대로 세워 놓았다.
마치 껍데기는 남겨두고 속을 파놓은 통나무처럼, 언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영국인들의 오래된 건물, 역사에 대한 인식을 느낄 수 있다. 즐비하게 서있는 건물이 그냥 있는 것이 아닌, 역사의 숨결로서 간직하고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친구가 사는 외곽의 집도 70~80년 된 집이라고 한다. 이웃에는 100년이 넘은 집들이 흔한데 런던은 이렇게 오래된 집일수록 비싸다고 한다. 콘크리트 구조물의 내구연한이 200년이라고 들었다. 100년 동안은 점점 강도가 강해진다고 하는데. 서울 강남의 아파트들이 30년이 지나면 리모델링을 한다거나 재건축을 한다고 난리를 피우는 것을 보면 건물을 부실하게 지은 때문인지, 아니면 건물이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으로서의 의미보다는 투기의 대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인지 궁금하다.
친구는 집에다 차를 세워두고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였다. 국제운전면허증도 만들어왔겠다. 한번 운전을 해보려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는 right hand 인데다가, 도심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택가는 편도 일차선이고 곳곳에 rotary-여기서는 circus라고 부른다-가 있는데, 대부분 신호등이 없다. 옛날 도로이기 때문에 도록폭도 좁고 복잡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속력을 낼 수도 없고, 앞에서 다른 차가 가면 버스 정류장이라고 해서 도로가 넓어지는 것이 아니니 어지간해서는 추월하기가 힘들다.
다만 중앙선이 흰색 실선이라 알아서 추월을 할 수밖에. 그런데도 양보도 잘하고 일단정지가 습관이 되어있는 듯하다. 빵빵거리며 경적을 울리는 차를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가끔씩 그런 차들이 있기도 하다는 군. 가끔씩 대형 화물차는 짐칸에 left hand라고 붙여놓았다. 아마도 수입한 차 일거다. 알아서 주의를 해달라는 뜻이리라. 스웨덴도 예전에는 right hand였다고 한다. 이제는 바뀌었지만.
항상 사람이 먼저, 그리고 자전거, 자동차 순
런던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철도역에 가서 1일 자유이용권을 끊었다. 6파운드(현재 1파운드 1820원 정도), 30P(Pence, 보통 '피'라고 부른다, 1파운드=100P)다. 우리나라 돈으로 1만원이 넘는 돈이다(1만1500원 가량). 그나마 출근 시간을 넘기고 사니까 싼 거란다. 일찍 나가면 2배를 줘야 한다고. 우리식의 일반적인 요금체계와는 다르다.
한국은 통학카드, 출퇴근 카드 등 이용을 많이 할수록 할인을 많이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와는 달리 여기서는 출퇴근 시간의 혼잡을 덜기위하여-남산터널 혼잡통행료처럼- 이동이 많은 시간에 요금을 부과하여 회피하도록 하고, 이 시간에 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 직장에서 부담을 해주고 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주택가에 있기 때문에 대학교를 가기 전까지는 학교에 가기위해 일찍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 그나마 인구밀도가 높은 런던 같은 곳에서 그나마 여유 있는 생활이 가능한가보다. 출근 시간부터 뛰면서,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루를 준비하고 여는 것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머물고 있는 동네의 역은 North Chessington으로 런던 초입인 Waterloo역 까지 대략 30~4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에 테니스 경기로 유명한 Wimbledon역이 있다. 런던 교외의 마을에서 그토록 세계적인 경기를 갖고 있었다. 그러한 세계적인 경기는 당연히 대도시의 큼지막한 경기장에서 갖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시작한 게임이 역사와 함께 규모화되고,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니스 경기가 되었더라도, 굳이 런던시내에 커다란 경기장을 짓고 거기에서 개최하기보다는 역사를 존중하고 지역에서도 그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개최하고 있었다. 친구에 따르면 한번 경기관람을 갔는데, 유명한 선수의 것은 아예 볼 엄두도 내지 못했고(예선부터 match가 올라갈수록 당연히 훨씬 어려워진다), 비유명 선수의 예선경기이더라도 관람을 하려면 경기가 시작되는 9시의 2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봐야한단다.
거리에서 사람들은 굳이 신호등의 신호에 연연하지 않는다. 차가 천천히 달리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하면서도 느릿느릿 건넌다. 빨간 불인데 가다보니 경찰이랑 함께 건너고 있다. 차가 빵빵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항상 사람이 먼저이고 다음에 자전거, 그리고 자동차다. 이렇듯 분명한 사회적 규범이 왜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일까?
일상에서의 쓰레기 분리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