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탈당? 그건 또 하나의 쿠데타
손학규, 여권 대선후보될 자격 있다"

[인터뷰] 이기명 전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

등록 2007.02.02 08:53수정 2007.02.0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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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기명 전 후원회장.

이기명 전 후원회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의 여의도사무실에는 '젊은 노무현' 사진이 걸려 있다. 1989년 '노무현후원회준비모임' 행사에서 연단에 선 모습이다. 대통령이 된 후 후원회장의 직함은 사라졌지만 그는 여전히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닥인 상황에서도 그는 "선각자" "완벽주의자"라는 표현을 동원, '노무현 정신'을 설파했다.

@BRI@지난 31일 이기명씨를 만났다.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상황에 대해 할말이 많았다. '탈당파' 얘기를 꺼내자 열을 올렸다. 최종적인 의사결정 절차인 전당대회를 거치지 않고는 어떤 명분도 없다는 논리다. "침몰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도망치는 쥐들"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수첩에 적혀진 '노무현 어록의 제1장'을 꺼내 놨다.

"정치인이 야망이 없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거나 정치인으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정치인을 야망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단 전제가 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정치적 야망이 대의명분에 어긋날 때 야망을 접어야 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에 대한 비토 세력에서도 '포왓?(무엇을 위해)'이 없으면 결행하지 않는 '노무현의 명분 정치'만은 인정하는 대목이다.

"기획탈당? 또 하나의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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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는 "신당이나 대통합이니 제3지대론이니 사실 언어의 향연"이라고 일갈했다.

"배가 고장이 났으면 고치려고 노력을 해야지 허물어버리고 다시 짓자고 하나? 도저히 붕괴 직전이라서 해볼 도리가 없다면 모르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 탈당하는 의원들의 속이 빤히 보인다. 자기 이익 때문이다. 결단이라고 하지만 어떤 희생이 있나. 진정성을 보이려면 의원직부터 던져라."


특히 '노무현 측근'으로 통했던 천정배ㆍ염동연의 탈당에 대해 '배신감'을 표시했다. "참을 만큼 참았다는 평가를 받을 때 결단을 해야 할 사람들이 무슨 선구자처럼 뛰쳐나갔다"며 "대권, 호남 지분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집단탈당' '기획탈당' 얘기가 나오는 김한길 의원에 대해서도 "그 분이 기획을 잘하는 '꾀돌이'라고 하는데 자꾸 그러면 사람 망가진다"며 "전당대회를 통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쑥떡쑥떡 짜고 나가자는 것은 또 하나의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152명이 그동안 뭐했나. 벼룩이도 낯이 있다고 누굴 원망하나. 그야말로 자기를 찍어준 유권자를 향해 거적 깔고 곡소리를 내야 하는데도 큰 소리를 치고 있다. 탄핵 때문에 배지 단 '탄돌이'들 아닌가. 망각의 마술에 걸려 겸손함이 사라졌다."

단, "신당에 동의하지 않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결정되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이다.

"정동영의 역할은 끝났다"

여권의 차기 리더에 관한 얘기도 나왔다. 고건 전 총리가 사라진 뒤 여권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정동영 전 의장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렸다.

"사실 그의 역할은 끝났다고 본다. 창당 주역이고 의장을 두 번이나 지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다. 요새 탈당 냄새를 피우고 있는데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 열린우리당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의 마지막 역할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빅3' 중 한 명이면서도 여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손학규 전 지사에 대해 "자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자격이 없을 게 있나. 과거 민주화 운동도 했고 개혁적인 인물이고 자격에 큰 흠결이 없다. 한나라당 내부 비판을 열심히 하고 있지 않나. 그의 발언을 보면 어떤 가능성도 차단하지 않고 있다. 그가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를 통해 여당 후보가 된다면 파괴력이 클 것이다."

그는 한나라당 대선 구도와 관련 "어떤 소용돌이가 일지 모른다"고 예측했다.

"이명박, 박근혜 둘 다 양보할 수 없는 지지를 받고 있지 않나. 그러면 옆에 있는 참모, 지지자들이 가만 놔두질 않는다. 대선만 되면 군소정당 후보들이 나오는 이유가 그래서다. 예상 득표수를 산출해 당선의 근거를 댄다. '왜 양보하나, 대통령 자리 그냥 상납하는 것이다, 나가셔야 된다'라고 설득하기 마련이다. 둘 다 그런 처지에 놓여 있다."

그 결과 "한나라당 간판으로는 박근혜 전 대표가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또한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해선 "지지율은 대단한 게 아니"라며 "불도저로 땅 파는 시대는 끝났다, 반드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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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명박? 불도저로 땅 파는 시대 끝났다"

그의 책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하여>에 보면 노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떠올린 짧은 상상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문득 퇴임식을 생각했다. 취임식에서 퇴임식을 생각하다니…. 5년 후 노 대통령이 퇴임할 때 군중들과 함께 섞여 있는 나는 시민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1년쯤 더 할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노 대통령이 정치를 잘 했다는 바로 그 뜻 아닌가."

임기 1년을 남긴 지금, 그의 생각은 변함이 없을까?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망한 적도 없었냐고 묻자 "거의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주향씨는 그를 "아, 이 사람은 정말 노무현을 사랑하는구나"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사랑은 눈을 멀게 할 수도 있다. 그는 "나중에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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