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2일 오전 본관 지하 현금수송장에서 새 만원권과 천원권 발행 개시식을 갖고 새 지폐를 각 금융기관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일련번호가 '0000001'인 새화폐를 들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한 나라의 지폐를 만들면서 만든 사람은 그림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과학 부총리라는 사람은 이런 그림을 두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또 이 돈을 바꾸려고 며칠 밤을 새우고…."
최근 새 지폐 도안을 두고 한 네티즌이 올린 글이다. 지난 22일 새롭게 선보인 새 천원, 만원짜리 돈에 들어간 그림을 둘러싼 논란이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은 지폐 발행과정에서 문화재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도 제대로 하지 않은채 도안 작업을 추진하거나 국민 여론 수렴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나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지폐 발행과정이 사실상 관(官)주도로, 패쇄적으로 운영되면서 총체적인 부실을 낳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의 화폐 발행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와 함께 제도적인 개선도 요구된다.
새 지폐에 들어간 그림 모두 부적절 논란 휘말려
@BRI@지난해 1월부터 올초까지 한국은행이 내놓은 새 지폐는 모두 3종. 천원권과 오천원권 그리고 만원권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돈은 만원짜리다. 우선 지난 22일 새 돈이 나오자마자 뒷면의 천문 관측기구인 '혼천의'(渾天儀)가 논란이 됐다. '혼천의' 자체는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고 이를 통해 만든 시계가 '혼천시계'다. 혼천시계는 국보230호로 지정돼 있다.
한은은 "혼천시계가 국보라면 그 일부도 국보 아닌가"라며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화폐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혼천의보다 혼천시계를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앞면에 실린 일월오봉도 그림도 논란이 됐다.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5개의 산봉우리가 있는 그림이다. 한은쪽은 발행 당시 "세종대왕의 뒷 배경으로 조선시대 궁중행사에서 사용했던 일월오봉도 병풍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계에선 일월오봉도가 조선초의 세종대왕 때와는 무관한 조선후기 때 사용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수미 국립중앙박물관 박사는 "일월오봉도는 17~18세기인 조선 후기 때부터 사용했던 것으로 세종대왕과는 관련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은 조선시대 궁중그림 연구서인 '조선시대 어진관계 도감의 궤 연구'라는 책에도 나와 있다. 이 책에도 일월오봉도는 1688년에 사용했다고 쓰여있다.
우왕좌왕 한은, 뒤늦게 학계에서 검증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