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이라크 '내전' 부인하나

미군 증파 위해 내전 부인...유엔 주도의 장기 평화정책 필요

등록 2007.02.04 14:55수정 2007.02.0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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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6일 : 100명 사망, 245명 부상 (바그다드)
1월 22일 : 75명 사망, 160명 부상 (바그다드)
1월 30일 : 48명 사망, 100명 부상 (바그다드)
2월 1일 : 60명 사망, 150명 부상 (바그다드 남부 힐라) / 17명 사망 (바그다드)
2월 3일 : 135명 사망, 305명 부상 (바그다드)


최근 들어 이라크에서 일어난 참변만 나열한 것이다. 대부분이 자살 폭탄 공격에 의한 것이고 모두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었다. 또한 모두 종파 집단 사이의 대립에 의한 것이다. 지난해 말 후세인 처형 후 시아-수니 종파간 대립이 더욱 심해지고 이라크는 확실히 내전 상황으로 접어든 것 같다. 2007년 들어 종파간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자살 폭탄 공격 등에 의한 사망자 수는 갈수록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특히 2월 3일에 일어난 자살 폭탄 공격은 자그마치 1톤의 폭발물을 실은 한 대의 트럭이 사람들이 많은 시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130명 이상이 사망하고 300명 이상이 부상당해 단일 공격으로는 가장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냈다. 한 번 공격이 있을 때마다 희생자가 수십 명에 달하기 때문에 이제 사망자들의 신상은 숫자에 가려져 버리고 만다.

2월 2일 미국 부시 행정부는 이른바 이라크평가서를 발표했다. 평가서는 이라크 사회가 더욱 양극화되고 급진세력이 더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정치적 불안과 치안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주요 이유는 종파 사이의 무력 충돌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평가서는 이라크 상황이 너무나 복잡해서 '내전'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수니파와 시아파의 대립 외에도 시아파 대 시아파의 대결, 그리고 알 카에다와 이란 등 외부 세력이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내전을 부인하는 평가서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아프리카나 동유럽에서 일어난 많은 내전의 경우 국경을 접하고 있는 주변국이나 외부 세력들의 직간접 개입이나 영향력 행사가 언제나 있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내전도 이라크보다 덜 복잡하지 않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이라크가 내전 상황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 이라크 상황을 내전으로 규정하면 미군 주둔의 정당성 확보와 병력을 증파할 명분이 사라져 미국 국민들을 설득하기가 힘들 것이다. 해결의 실마리는커녕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남의 나라 내전에 개입하기 위해 미군을 희생시키고 막대한 국고를 쓰는 정책을 밀고 나갈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둘째, 내전을 인정하게 되면 미국의 공격과 점령의 정당성을 잃게 된다. 알 카에다 세력을 소탕하고 대량살상 무기를 없앤다는 명분에서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지만 미국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은 이라크 국민들을 후세인의 독재에서 구해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 동안 마치 해방군처럼 굴었는데 내전을 인정하게 되면 결국 미국 점령이 이라크 내전을 야기했다는 주장에 동조하게 되는 것이다. 이라크 국민과 국제사회가 이미 인정하는 것이지만 미국 스스로 그런 주장을 공식화시키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이라크 침공이 명분이 없었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한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력 개입이 인정되는 것은 두 가지 경우다. 하나는 해당 국가의 행위가 심각하게 세계 평화를 위협할 때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국가 내에서 대량학살 등 심각한 인도적 재난 상황이 발생하고 있을 때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국제사회는 유엔을 통해 무력 개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통례로 삼고 있다. 대량살상 무기 주장도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만큼 이 기준에 맞춰볼 때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전혀 명분이 없다.

부시 대통령은 더욱 불안해지고 복잡해지는 이라크 상황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미군을 증파하는 것이지만 이 전략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른바 이라크에서의 실패를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이젠 가장 안전한 곳으로 알려진 바그다드 시민들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현재의 상황이 워낙 복잡해 미군이 철수하면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 증가하고 대규모 난민이 발생해 이라크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의 안보가 불안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미군 증파 계획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교묘하게 정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 상황의 악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미군 주둔이다. 이라크 상황은 외부 세력이 내부의 정치 상황을 무력을 동원해 강제로 변화시켰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이라도 무력에 기댄 미국 주도의 해결책이 아니라 유엔 주도의 장기 해결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목숨을 내건 채 캄캄한 터널 속을 걷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에게 빛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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