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무등산에 가면

남도답사, 높고 낮음이 없는 무등의 정기가 곧 민주의 산실인 것을...

등록 2007.02.04 16:53수정 2007.02.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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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7년 1월 무등 설경

2007년 1월 무등 설경 ⓒ 나천수

무등산에 가면 / 나천수

왜 무등산에 오르느냐 묻는다면
그곳에 높고 낮음이 없는
무등(無等)이 있어 간다고 말하리라.


무등으로 가는 길에 배고픈 다리 있는 것은
마음을 비우라는 하늘의 설법인 것을,
마음을 비었다고 증심(證心)하는 자만에게만
대문 없는 일주문이 열리는 것
배부른 사람들은 모른다.

배부른 자, 어찌 무등의 의미를 알랴.
욕망으로 가득 찬 자, 어찌 무등이 보이랴.
마음 빈 자리로 부처가 들어오거늘,

배고픈 다리 지나
장불(長佛) 등에 업고
가파른 고개 너머 서석대에 올라서면
장불은 간데없고 텅 빈 무등만 있는 것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빈 마음으로 만나면
높고 낮음이 없는 무등이 되어서이다.

사람들이 무등에 오르려는 것은
텅 빈 그 마음속에 무등을 담으려고
허기진 배 움켜쥐고 헐떡이며 가는 것이다.
무등이 되려고 무등산에 가는 거다.

마음을 비우고 무등에 오르면
내가 무등산인 것이다.
우리가 무등산인 것이다.
온 천하가 무등산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없을 무자로 이름 지어진 무등산은 이름 그대로 높고 낮음이 없으니 산은 산이로되 산이 아니로다.

덧붙이는 글 없을 무자로 이름 지어진 무등산은 이름 그대로 높고 낮음이 없으니 산은 산이로되 산이 아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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