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가 꽉 찬 홍합김대갑
홍합은 참 재미있는 생물이다. 패류의 일종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모래펄이나 뻘 속에 숨어 있는 게 아니라 파도가 왔다갔다하는 경계지점에 둥지를 틀고 있다.
@BRI@보통 수심 20m 정도의 조간대에 서식하며 족사라는 섬유질을 바위에 단단히 붙이고 산다. 그래서 파도가 아무리 세게 쳐도 보란 듯이 바위에 붙어 있다. 이런 강한 생명력 덕분인지 자연산 홍합의 살덩이는 무척 탄력 있다. 족사 부근의 살은 흡사 고무의 탄성을 지닌 양 잘 씹히지도 않는다.
구포장에 우연히 들렀다가 자연산 홍합을 파는 할머니를 발견하게 되었다. 흥미롭게 구경하다가 내친김에 8마리를 사게 되었다. 그런데 8개라도 꽤 묵직한 것이 양식장 홍합과는 그 무게감이 달랐다. 껍질도 양식장보다 배나 두꺼웠고, 따개비가 군데군데 붙어 있었다. 100% 자연산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아내가 홍합을 정성들여 잘 씻은 후, 냄비에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덤으로 양파와 땡초, 파 등 속을 넣었다. 10분이 지나지 않아 물이 끓어오르면서 신선한 바다향이 부엌과 거실에 가득 찼다. 향긋한 해풍이 살랑 불어왔고, 푸른 바다 위를 날던 큰기러기들의 울음소리가 아스라이 배어 나왔다. 파도가 '솨아' 하며 부딪혔고, 햇살이 땡글땡글하게 내려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