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아닌 비밀' 군인들의 불법 성매매

휴가 나와 단체로 찾아가기도... 성매매의 그릇된 인식 여전

등록 2007.02.05 12:17수정 2007.02.0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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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 장안동 일대 거리에는 이른 저녁부터 영업중인 안마시술소들이 즐비하다. 최근에는 성매매를 하기위해 이곳으로 휴가 나오는 군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장안동 일대 거리에는 이른 저녁부터 영업중인 안마시술소들이 즐비하다. 최근에는 성매매를 하기위해 이곳으로 휴가 나오는 군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 우먼타임스

[감현주 기자·김지혜 인턴기자(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2)]"1분만 얘기하다 가요. 정말 싸게 해 줄게요."

안마시술소 앞마다 '삐끼'(호객꾼) 들의 호객 행위가 집요하다. 1월 26일 밤 9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거리는 안마시술소 간판의 붉은 불빛들로 흥청거렸다. 야밤이 아닌 시각에도 안마시술소 일대는 활발하게 영업을 하고 있었다. 어느 거리가 이보다 더 화려할까. 6차선 대로의 양옆은 60여 개의 휘황찬란한 안마시술소 간판들로 가득 차 있다. 30분을 넘게 걸어도 안마시술소 거리는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업소의 호객꾼에게 인터뷰를 부탁하자 주위 안마시술소들의 호객꾼들도 관심을 갖고 모여든다. 군인들이 많이 출입하느냐는 질문에 뭘 뻔한 것을 물어보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호객꾼 중 하나가 "휴가 나오면 군인들 다 여기로 오고, 단체로 오는 경우도 많다"면서 "요즘엔 불법이란 사실 때문에 불안해하지도 않는다. 군대에 복귀하면 다른 군인에게 소개시켜주고, 내무반에서 얘기도 많이 한다더라"라고 귀띔했다.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2년 4개월 째. 그러나 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할 군인들이 거리낌없이 성매매를 하기 위해 안마시술소로 휴가 나오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단체로 안마시술소를 찾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한 현역 군인에 의하면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군인들의 발길이 성매매 집결지보다는 단속을 피하기 쉬운 안마시술소로 옮겨지고 있다. 가격은 10만원선. 휴가 나온 군인이라고 하면 조금 깎을 수도 있다. 일단 침대와 욕조가 놓여 있는 방에 들어가면 '다 알아서' 해준다. 성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특히 최근 군인들 사이에선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카페 등을 통해 안마시술소와 성매매 등에 관한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N사이트 게시판에는 아이디 ‘entks7’이라는 네티즌이 “요번에 휴가를 나왔는데요. 의정부 근처에 좋은 안마시술소 없나요?”라는 질문을 올렸고, 아이디를 비공개로 한 네티즌은 “휴가 나왔는데 어디로 갈지 몰라서 고민 중입니다. 순천에 있는데 안마시술소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관한 답변도 네티즌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안마소 카페인 ‘쉼터’(www.annma.net)에서는 안마소의 가격, 약도, 서비스 내용과 이용 후기까지 공유하고 있어 군인들도 쉽게 안마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경기도 포천 모 부대에 있는 이모(23) 병장은 “군인 3명 중 2명이 휴가 때마다 안마소에 간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군대 내에서는 성매매에 대해 쉬쉬할 필요가 없다. 나도 선임 소개로 가본 적 있다”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군인들의 안마소 열풍의 실상을 전했다.


같은 부대 이모(22) 상병은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운이 나쁘면 영창 가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며 군대 내 성매매가 암묵적으로 허용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씨는 단속에 걸릴 뻔한 아찔한 경험도 들려주었다. “갑자기 방안에 빨간 불이 깜박이자 여자 종업원이 경찰이 오면 그냥 안마 받으려고 기다리는 중이었다고 말하라고 했다”고 하면서 “경찰이 단속하지 않고 그냥 가는 바람에 10만원 중 3만원을 환불받고 나왔지만, 지금까지 안마소에서 걸렸다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고 말을 이었다.

a 안마시술소는 안마를 주목적으로 하는 업소이기 때문에 경찰의 성매매 현장 단속이 어렵다.

안마시술소는 안마를 주목적으로 하는 업소이기 때문에 경찰의 성매매 현장 단속이 어렵다. ⓒ 우먼타임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경찰 측은 “성매매는 현장이 목격되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으나 안마소에서 주위 경찰들의 얼굴을 익히고 있어 단속이 어렵다”며 단속의 고삐를 늦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틈타 군인들 사이에선 “무작정 법으로 막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생겨난다”며 성매매를 합리화하는 논리가 유포되고, “성매매특별법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는 의식이 만연되고 있어 군대 내 성매매 방지 교육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정미례 운영위원은 “군인들이 성범죄가 늘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성매매를 한다고 정당화하지만, 이는 명확한 범죄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군은 성매매에 대한 정확한 교육을 실시하고, 성을 구매한 군인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강력 대응 나선다
유사성매매업소 건물주도 처벌

스포츠마사지 업소와 안마시술소, 퇴폐 이발소 등 성매매가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현장단속이 어려워 적발하지 못하는 유사 성매매 업소에 대해 경찰이 새로운 방법으로 강력 대응에 나섰다. 유사 성매매 업소에 건물을 빌려준 건물주에 대해서도 성매매알선죄로 처벌하는 방안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간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을 벌여 이들 업소에 장소를 제공한 건물주 246명을 적발했다. 이 중 스포츠마사지 업소와 안마시술소, 퇴폐 이발소 등 유사 성매매 업소의 건물주가 66%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 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한 행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관계된 자금 또는 재산은 범죄 수익에 해당돼 몰수할 수 있다.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건물주 가운데 업소의 성매매 행위 사실을 몰랐다고 부인한 201명에 대해서는 1차 경고 조치를 했으며, 2번 이상 적발된 45명은 형사 입건했다.

이금형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은 “성매매 알선 업소의 건물주에 대한 처벌은 건물이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면서 “앞으로 성매매 업소 단속 시 건물주까지 세밀히 조사하는 한편, 건물주가 부인하는 경우 1차 경고하고도 재차 적발되면 반드시 형사 입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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