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5차 3단계 회의가 오는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가운데, 3일 밤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50주년 기념 만찬에 참석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환담하고 있다.연합뉴스 황광모
"서울, 6자회담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걱정"
- 솔직한 외교관으로 알려져 있는 차관보지만 지금까지 답변을 명쾌히 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김계관을 왜 베를린에서 만났는가? 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왜 양자협의를 승인했는가?
"어떤 답변이 솔직하지 않다고 느꼈는지 모르겠다. 내 답변 후 솔직한지 안 한지를 다시 평가해 달라. 12월에 베이징에서 회담 열었을 때 결과는 실망스러웠지만 매우 흥미 있는 논의를 했다. 그래서 회담 끝날 무렵 북측에서 차기 6자회담 시작되기 전 이런 논의 지속시키는데 흥미를 표시했다. 물론 우리 미국도 흥미가 있었다. 이렇게 비공식적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는데 합의가 됐다.
그렇다면 어디서 해야 하느냐가 문제가 있다. 내가 베를린으로 갔던 이유는 마침 국무부 선배인 홀부르크 대사께서 아메리칸 아카데미에 연사로 초청해줬기 때문이다. 북한도 이에 동의했다. 베이징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베를린은 좀 더 두드러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논의를 하다 보니까 서울이나 도쿄, 베이징에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우리가 별도의 다른 논의를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베를린 방문하기 약 2주 전에 송민순 외교장관과 함께 워싱턴에 온 한국 수석대표 천영우 본부장을 만났다. 그 때 베를린 회동계획을 얘기했고, 회담 끝난 직후 서울에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틀 후 일본측 수석대표 사사에 겐이치로 국장이 워싱턴에 와서 회담이 열리기 전 중간논의를 갖자고 제의해왔다. 그래서 베를린에서 서울을 거쳐 도쿄로 가게 된 것이다. 이 와중에 중국도 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베이징도 가게 된 것이다."
- 어느 정도 진전이 이뤄진 건가?
"서울에서 6자회담에 대한 낙관론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약간 걱정이 된다. 어려운 회담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행이 가능할지 생각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이행방법에 대해 분석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될 것이고 다른 협약이나 합의들과 비교해서 비판도 나오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밖에 안되냐고 할 사람도 있을 텐데 이것은 시작의 끝이 아니라 끝의 시작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 이번 회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저한의 제네바합의 수준이라고 봐도 되나?
"여러 가지 판단할 때 지금만 보지 말고, 우리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생각하고 판단했으면 좋겠다."
- 한국 정부 당국자가 최근 낙관적 진전의 근거를 설명하면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변했고, 그 변화를 북한이 알게 됐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그렇다고 보는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얼마 기간 동안 외교적으로 접근하기 원했지만, 이번 회담이 성공할지에 대한 워싱턴의 여론은 다르다. 우리는 의장국인 중국을 포함해서 참가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고, 성공하기 위해선 긍정적 접근방식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상이 성공하지 못한다. 회담이 성공하겠느냐 아니냐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다. 이번에 해야 할 조치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에너지 지원으로 중유 아닌 다른 것도 생각하고 있나?
"북한이 다른 경로로 에너지가 긴급하게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스스로를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했다. 원자력으로 폭탄을 만들려 함으로써 여타 나라들의 원자력 협력을 어렵게 했다. 9ㆍ19 성명에 나와 있듯이 참가국들은 북한의 에너지뿐 아니라 경제적 필요에 대해서도 응할 용의가 있다."
- 만약 남북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6자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하나?
"현재로선 한국 신문상에 나온 것만 알고 있다. 한미간에는 다양한 견해를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이 다르게 보여선 안되겠다. 물론 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다른 길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는 같은 길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지금 가정을 바탕으로 답하고 싶진 않다."
- 중유를 제공한다면 당연히 비용은 미국이 제공하게 되나?
"9ㆍ19 성명 보면 미국뿐 아니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도 이런 원조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정을 바탕으로 한 질문에 직접적 답변은 못 드리지만 1주일 지나면 보다 나은 답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실제로 중유를 제공하는 방법이 이번 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는 건가?
"그런 주제는 복잡하고, 실질적인 문제에 동의하기에는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다. 나중에 실무선에서 얘기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9ㆍ19 성명이 이행되기 바라지만, 성명 중 어떤 요소가 이행될지는 회담을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 제네바합의는 10년의 해결기간을 설정했다. 이번에 합의가 이뤄진다면 어느 정도 기간을 생각하나?
"우리는 좀 더 빠른 시간표로 포괄적 접근을 하기 바라고 있다. 9ㆍ19성명을 보면 직접적으로 연관된 당사국들이 평화체제를 논의한다는 말도 언급돼 있다."
- 부시 대통령이 남북한 미국이 함께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고 했는데, 부시 임기 내에 이뤄질 수 있다고 보나?
"부시 대통령은 그런 열망을 가지고 있고,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북한에 달려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려있다."
- 한국에 낙관론이 지배적이라고 했지만 한편 비관론도 있다. 북한이 동결 수준으로 나왔을 때 결국 못 받아들이고, 다시 충돌로 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있다.
"얘기만 들어도 자체가 비관적이다. 우리는 동결만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목표는 9ㆍ19 성명에 나와있는 바, 결국에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그 안에만 있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이 일부에 핵 능력을 유지함으로써 이 구도를 위협하려 한다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낙관론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일부 이행이 이뤄짐으로써 100% 이뤄질 것이라고 너무 낙관하는 상황이다. 일부 이뤄지면 앞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완전한 성공 이루기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