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사이트화면캡쳐
뉴 미디어와 관련해서는 웬 신조어가 그리 많은지 일일이 따라잡기가 여간 버겁지 않다. IPTV, DMB, 유비쿼터스니 하는 말들이 귀에 익을 만하니 이번엔 UCC란 말이 대유행이다.
소비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User Created Contents)를 의미하는 이 용어는 한국에서만 쓰이는 말이란다. 영어권에서는 UGC(User Generated Contents)라고 한다든가. 아무튼 독자적인 용어까지 사용되고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가 이 부문에서 나름 앞서가기는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라면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예컨대 공중파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시청자 비디오 같은 것도 그렇고 <오마이뉴스> 같은 데 뉴스를 작성해 보내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들도 전문 제작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란 점에서 UCC의 일부였던 셈이다. 수많은 개인 블로그들은 물론 하다못해 인터넷에 달리는 수많은 댓글들도 일종의 UCC인 셈이다.
UCC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사실 이른바 정보화 시대니 디지털 시대니 인터넷 시대니 하는 말들이 나오면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의 하나로 거론되어 온 것이 '쌍방향성'이었다.
일방적으로 주어진 정보를 수용하기만 하던 대중이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메시지를 생산하게 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의 상호작용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이고, 이것이야말로 미디어 권력의 일방적인 구조를 엎고 담론 세계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할 정보화 시대의 특성이라는 주장이 줄을 이었다.
최근 십여 년의 과정을 돌아보면 그런 주장이 그런대로 맞아 들어간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일부 신문이나 공중파 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 권력이 누리던 절대적 권위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자발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의 발전 속에서 어느 정도 상대화되었음에 틀림없다.
물론 인터넷에서 활발히 벌어지는 대중의 자발적 소통이 반드시 민주적이거나 진보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 인터넷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른바 네티즌 문화의 뿌리 없음과 경박함, 그리고 무책임함이다.
예컨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악성 댓글(악플)들을 보면 누구나 쉽게 메시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기술적 진보라는 것이 그대로 담론 구조의 진보와 민주화를 보장하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기술에 앞서 중요한 것은 여전히 논리적이고 민주적인 사고의 능력, 인간에 대한 예의 같은 인문학적 가치들이란 말이다.
난데없는 UCC 열풍의 의미는?
@BRI@아무려나 별반 새로울 것도 없는 사용자 생산 콘텐츠가 새삼 UCC니 뭐니 관심을 모으는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기술 발전과 함께 인터넷에서 생산 유통되는 주요 정보가 문자 텍스트 중심에서 사진과 동영상 정보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미지와 동영상의 생산과 조작이 손쉬워지면서 온갖 다양한 영상 정보들이 인터넷에 넘쳐나기 시작했고 손수 제작한 동영상 등으로 갑자기 스타가 되어버린 경우들이 생겨났다.
UCC란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것이 그 즈음이다. 방송통신 융합 추세 속에서 엄청나게 많은 채널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이를 채울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개발한 동영상 콘텐츠들이 그 공백을 메워줄 새로운 구세주로 등장한 것이다.
최근 들어 공중파 방송까지 UCC 공모에 나서는가 하면 대형 포털 업체들이 UCC를 이용한 사업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유튜브(youtube.com)가 구글에 16억 5천만 달러에 팔린 것은 이 난데없는 UCC 열풍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하게 해 준다.
한 마디로 그것은 '돈'이다. 요컨대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낸 영상 콘텐츠를 이용해 돈을 벌고자 하는 거대 자본의 욕심이 이 새삼스러운 UCC 열풍 뒤에 숨어 있는 것이다.
'돈'이 결합하면 자발성은 퇴색한다
대중의 자유롭고 자생적인 문화적 에너지가 거대 자본 권력의 자장 속으로 흡수되어버리는 사례는 문화사에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최근의 UCC 열풍은 인터넷이라는 쌍방향 문화 공간 속에서 새롭게 싹트기 시작한 대중의 자생적 창조물들을 자본의 논리 속으로 끌어들여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자 하는 문화산업 자본의 그칠 줄 모르는 탐욕을 보여준다.
인터넷 공간을 흘러 다니는 수많은 정보와 콘텐츠들은 아직 충분히 민주적이지도 진보적이지도 않다. 따지고 보면 양질의 정보 콘텐츠보다 그렇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들이 의미 있는 것은 그것이 대중의 자발성과 능동성에 기초해 있다는 사실이며 이를 통해 미디어의 공공 영역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바로 그 때문에 그것은 진정 민주적인 정보 소통 구조를 위해 의미 있고 필요한 존재들인 것이다.
거대 자본이 여기에 적극 개입하는 순간 인터넷의 공공성은 훼손되고 UCC의 자발성은 퇴색된다. 최근의 UCC 열풍이 곱게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창남 교수는 인권연대 운영위원과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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