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포구에 가면 일단 막걸리 한 잔 걸쳐야 한다. 경기도 연천에서 가져온다는 막걸리가 텁텁하면서 시고 달다. 한잔에 천 냥, 안주는 돼지껍데기 볶음이 공짜.맛객
약속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해서 일단 포구부터 한 바퀴 돌아봅니다. 한때 한 달에 몇 번씩 왔던 곳이라 동네 마실 나온 기분입니다. 협궤열차가 지나갔던 철교를 건너서 철길 아래로 내려가면 막걸리 한 잔에 1천냥 하는 대폿집이 있습니다.
참새방앗간처럼 이곳에서 어묵이나 무료로 제공되는 돼지껍데기 볶음에 한잔 쭈욱~ 하는 게 순서지만, 이날은 꾸욱 눌러 참았습니다. 방어를 먹는 데 미각을 둔하게 할 필요가 뭐 있을까 해서죠. 길 양쪽으로 식당들이 있고 출입문 앞에는 생선들이 지글지글 익어가며 행인들을 유혹합니다. 횟감들을 파는 곳의 아주머니들의 애원도 여전합니다.
저녁시간이라 포구에는 물이 들어왔고 물길을 가르며 어업 나갔던 배들도 하나 둘 들어옵니다. 포구에 정박한 배 갑판에서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분주한 손놀림으로 작업 중입니다. 자세히 보니 잡어에서 주꾸미를 분리하고 있네요.
주꾸미를 분리하고 남은 잔챙이 바다생물들은 삽으로 떠서 바닷물에 버리고 있습니다. 골라진 꼴뚜기보다 버려지는 게 많을 정도입니다. 보기 좋지 않습니다. 바다의 어족자원이 마르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어민들일 텐데, 저런 식으로 치어들까지 싹 끌어올 필요가 있을까요?
당장 몇 푼 벌자고 어린 생명들까지 잡아 없애야 할까요? 어민들의 의식전환도 필요하고 관련기관의 어업감시도 더 철저해져야겠습니다. 입판장 바닥에서 주꾸미며 광어 우럭 같은 물고기를 펼쳐놓고 팔고 있는 아주머니들, 횟감용 있어요? 물었더니, 비록 죽었지만 자연산 광어 2~3마리에 2만원 달라고 합니다. 오늘은 방어가 있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모임장소로 가 봅니다.
14.2kg짜리 대 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