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또 다름 작품들.송상호
이 방송을 본 후 나는 주방에서 열심히 설거지를 한다. 바로 그 '무공해 항균 아크릴 수세미'로 말이다. 세제 안 쓰고 하니 속도 빨라 좋고, 세제를 써야만 지워졌던 그릇을 보면서 늘 뒷맛이 씁쓸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어 좋다. 또 그릇을 문지르면 어김없이 '뽀드득' 거려서 좋다.
원래 대한의 남아로서 설거지하는 것이 즐겁다고 글까지 썼던 나였지만 아크릴 수세미 덕분에 늘 뒷맛이 씁쓸한 기분마저 확 날려 버려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아내는 요즘 아크릴 수세미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심지어 저녁 12시가 넘어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뜬다. 아내는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단다. 짧은 시간 내에 결과물을 볼 수 있으니 해냈다는 보람을 수시로 느낄 수 있다는 게다. 들인 시간에 비해 완성된 작품은 아주 예쁘고 다양하니 보는 즐거움도 만만찮다. 그런 아내에게 내가 또 태클을 건다.
"왜. 또 실을 자꾸 사다 날라요?"
"아. 당신은 또 잔소리.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지요."
"그게 뭔데요."
"이 색깔은 떠서 언니네 주고, 이 색깔은 떠서 지석이네 주고, 또…."
아내가 도인에게 잔소리한다는 듯 일일이 설명해준다. 순간 약간 아내에게 미안했지만, 옆에 있는 실들이 참 예뻐서 바로 거기로 눈길이 간다. 위기를 모면하는 나만의 노하우인 셈이다.
"야. 실 참 예쁘다. 당신이 잘 만들어서 그런가. 어디 보자."
이렇게 화재를 돌리면서 평소 습관대로 카메라로 팍팍 찍어댄다. 아내도 나의 의도를 알고 실들을 배열한다.
다음날부터 아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주나 지켜봤더니 그것 또한 '한 재미' 한다. 완성한 작품을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만나는 사람에게 수세미를 꺼낸다.
"와. 예쁘기도 해라. 이게 뭐예요?"
"세제 안 쓴다는 아크릴 수세미예요."
"아. 바로 그거 구나."
"이거 줄까요?"
"어머, 좋아라."
그렇게 간단하게 인터뷰(?)를 끝내고 작품 칭찬해준 값인 양 건네주면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싱글벙글이다. 마치 명품 선물을 주고받은 사람들처럼. 그러고 보니 이것 참 좋은 문화가 아닌가 싶다. 아크릴 수세미를 혼자서 쓰지 말고 자신이 직접 떠서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문화 말이다.
굳이 '무공해 아크릴 수세미를 사용하여 자연을 살립시다'라고 선전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공짜로 준다는 데 마다할 이가 어디 있던가. 하물며 이렇게 예쁜 선물을 보면 어느 주부가 마다할까.
이거 참 좋은 문화 발견이다. 일거다득의 이 좋은 문화를 특허 낼까 싶다. 이런 문화를 발견하여 대중화시키는 데 앞장선 특허 말이다. 이 글을 쓰는 내가 특허 낸다는 데 누가 말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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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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