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놓고 모인 '통합신당파'의 치졸한 전법

[주장] '노무현 때리면서 친해지기' 성공할지

등록 2007.02.11 12:15수정 2007.02.1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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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조배숙, 이종걸, 조일현 등 열린우리당 의원 23명이 6일 오전 9시 2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조배숙, 이종걸, 조일현 등 열린우리당 의원 23명이 6일 오전 9시 2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BRI@'부산에서 서울까지 벼룩 세말은 끌고 와도 국회의원 세명은 못 끌고 온다.'

이 말은 여의도 정가에서는 유명한 우스개소리이다. 국회의원들도 이 말을 하며 웃곤한다. 그만큼 국회의원은 벼룩보다도 더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말이고 통솔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지역구 사정과 재선에 대한 압박감, 선거 관문을 뚫고온 자신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차기 총선의 불가측성에 대한 서로 다른 셈법 등 국회의원 세 명을 한군데로 이끌고 가는 것은 이러저러한 복잡한 사정으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얼마전 국회의원들이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했다. 어떻게 2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뜻을 같이 했을까? 참 궁금했다. 12월 대선과 내년 총선을 앞둔 불가측성의 시대에 이분들은 과연 무엇으로 통했을까?

20명의 국회의원을 끌고온 비결은 '노무현 때리기'

각자 성향이 서로 다르고 어떤 사안에서는 상극의 입장을 보여 온 분들이었는데 서로 다른 정치철학을 녹인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짐작은 했지만 오늘 그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겠다. 그 해답풀이의 과정을 한번 밟아본다. 상상과 사례를 통해 꼼꼼히 챙겨보시기 바란다. 여기서 잠깐 질문 하나 들어간다.

문제1. 다음은 어느 정치토론회에서 정세분석 후 노무현대통령을 격렬하게 성토했습니다. 이 발제자는 노 대통령의 문제점을 ▲반복적인 말실수 ▲코드인사 ▲인재풀의 한계 ▲언론과의 적대적 관계 ▲고집·오만·독선 ▲자주를 가장한 탈미적 접근 ▲당 배제 ▲편나누기 ▲뺄셈정치 ▲싸움의 정치 등 15가지로 정리했다. 이 발제자는 누구일까요?


① <조선일보> 방상훈 ② 한나라당 전여옥 ③ KSOI 김헌태 ④ 통합신당파 이강래

문제2. 다음은 최근 어느 정치토론회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한 일은 대통령이 된 것밖에 아무 것도 없다" "열심히 하려고는 했지만 준비 안 된 사람이 열심히 해서 결과는 더 처참해졌다" "큰 입만 있고 귀와 눈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훌륭한 후보감이지만 훌륭한 대통령감이었는가에 대한 지적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① <조선일보> 방상훈 ② 한나라당 전여옥 ③ KSOI 김헌태 ④ 통합신당파 이강래

문제1의 정답은 4번이고 문제2의 정답은 두개입니다. 놀랍게도 2번(전여옥)과 4번(이강래)다. 문제2의 앞부분 두 문장은 지난 8일 한나라당 대전시당 여성 아카데미에서 나온 말이고 뒷부분 두 문장은 어제 통합신당파 성토장에서 나온 말이다.

놀랍지 않은가? 전여옥과 이강래가 똑같은 말을 어쩌면 저리도 똑같이 하나?

벼룩에도 낯짝이 있다. 누구나 아무 말이나 어디서든 두서없이 말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자신의 거울을 보며 말할 필요는 있다. 말할 자격이 있는 법이다.

한 달 전까지 정부 예산을 책임지고 통과시켜야 했던 예산결산위원장께서 너무 나가셨다. 한나라당 대변인 같은 말씀을 하셔야 되겠는가?

아무리 그런 말을 하고 싶어도 참아야 하지 않겠는가? 본인이 지금까지 해온 말이 있고 한나라당과 다투었던 대선과 총선, 그리고 국회에서 벌였던 말씨름 등 녹화 필름을 보면 얼굴이 뜨겁지 않은가? 한나라당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쉬운 선택을 하면 곤란하다. 정치권에서 포지티브 정책은 분분한 의견충돌과 낮은 주목도 때문에 사람을 끌어 모으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서 흔히 쓰는 수법이 '남 욕하면서 친해지기' 전법이다. 공공의 적을 선정하고 때린다. 욕하면서 동질성을 확보해 나간다.

그런데 이 동질성은 끝까지 동력이 되지는 못한다. 미래비전과 철학, 끈끈한 동지애 없이 이해타산으로 도원결의를 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의는 한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지기 십상이다.

통합신당파는 포지티브적 관점에서 정책과 미래비전의 동질성을 찾지 못했기에 이들은 '노무현때리기의 동질성'을 찾지 않았을까?

노 대통령이 신성불가침이라는 말이 아니다. 노 대통령이 다 잘했다는 말이 아니다. 동질성 종목을 선택한 것 치고는 너무 치졸하고 뻔한 종목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미래와 진정성이 없는 종목 선택이다. 이런 '남 욕하면서 친해지기' 전법은 식상해서 오래가기 어렵다.

한나라당과 <조선>이 좋아할 그 분이 대변인

8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당 통합신당 의원 전원회의에서 김한길 의원은 공개발언은 하지 않은채 `무엇이 다른가`등의 메모만 했다.
8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당 통합신당 의원 전원회의에서 김한길 의원은 공개발언은 하지 않은채 `무엇이 다른가`등의 메모만 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통합신당파는 양형일 의원을 대변인으로 내세웠나 보다. 양 의원은 4·15 총선 직후 노대통령이 당선자들을 청와대로 부른 자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노래를 부른 사실을 회고하며 "자부심도 기개도 넘치고 있었지만, 한쪽 구석에 자만과 오만이 넘실거린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하고 있다.

양 의원은 이 노래의 가사를 몰라 아마 부를 줄 몰랐을 것이다. 다 좋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말을 그때 그 당시에 했으면 차라리 남자답기라도 했을텐데 안타깝다.

나는 사실 그동안 양 의원이 어떤 분인지 잘 몰랐다. 그런데 작년 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한다며 말해 <조선일보> 1면 톱에 등극했을 때 확실히 이 분의 성향을 알았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에서 좋아할 만한 분일 것'이라고 혼자 상상한 적이 있다.

작통권 반대를 주장하는 이런 분이 수구적 한나라당 꼴통파 의원과 같은 이념성향의 이런 분이 통합신당파의 얼굴이라면 이 얼굴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얼굴들은 도대체 어찌하겠다는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중국의 등소평은 흑묘백묘론을 일찍이 설파한 적이 있다.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이다. 돌고 돌다보면 피아가 구분이 안될 때가 많다. 통합신당파도 한국판 흑묘백묘 대선승리론을 주장할지 모른다. 통합신당파 안에는 덮어놓고 무조건 모이다보니 검은고양이 흰고양이 모두 모인 꼴이다. 색깔 다른 고양이들이 과연 어떤 쥐를 잡을지 지켜보겠다.

덧붙이는 글 | 정청래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정청래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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