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왼쪽)와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연합뉴스 이상학
중국 베이징에서 나흘째 계속된 6자회담에서 북한측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전환을 요구하면서 이를 상징하는 조치들을 공동문서에 담는 데 합의할 수 없다면 회담을 일시 중지하자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의 한 회담 소식통은 11일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보이고 있는 자세가 지난달 베를린 접촉에서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보가 약속한 내용과 다르다고 판단, 미국의 입장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11일 오후 열린 6자 수석대표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표명하면서 13일 베이징-평양 정기항공편으로 일단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참가국들은 이날 수석대표회의 이후 예정에 없던 양자회담을 밤 늦게까지 연쇄적으로 열어 조속한 공동문서 도출을 위한 절충을 계속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일부터 계속된 6자회담은 12일 중대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이날 참가국들이 공동문서 합의에 실패하면 5차 3단계 회담은 일단 중료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소식통은 "김계관 부상이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서 밝혔듯이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바꿨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요구에 어떤 성의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이미 핵 포기를 결단했고, 그 초기단계 이행조치로서 미국이 요구한 사항들을 모두 수용했다"면서 "그렇다면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포기도 국면마다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이 보인 태도는 베를린 접촉 당시보다 훨씬 후퇴했다는 것. 이 소식통은 그 근거로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등 군사적 적대행동을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어떤 표현으로든 공동문서에 담자는 요구에 미국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힐 차관보가 베를린 접촉에서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계좌를 30일 내에 해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간 금융실무회담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고, 해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북한이 이날 회담의 일시 중지를 거론한 것은 미국이 약속한 금융제재 해제 시한(2월 19일)을 지키는지 확인할 시간을 벌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소식통은 지금까지 최대 쟁점으로 알려진 대북 에너지 지원 양에 대해서는 "따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고 대북 적대시 정책 전환이라는 틀에서 그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네바합의가 '핵동결 대 경수로 제공'이었다면 이번 합의는 '핵포기 대 적대정책 포기'의 구조"라며 "우리는 결단을 내리고 합의하러 왔으나 미국이 결단을 못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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