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소 뼛조각은 살코기인가요?

[손석춘 칼럼] 미국의 황당 궤변과 친미 부라퀴들

등록 2007.02.13 09:39수정 2007.07.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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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해 11월 미국산 수입쇠고기 검역설명회가 진행되었으나 이견이 노출되면서 고성이 오가면서 결국 예정된 시연회를 마치지 못한 채 끝났다. 미국산 수입쇠고기를 든 임경종 수의과학검역원 인천지원장이 생산자단체, 소비자단체 회원들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산 수입쇠고기 검역설명회가 진행되었으나 이견이 노출되면서 고성이 오가면서 결국 예정된 시연회를 마치지 못한 채 끝났다. 미국산 수입쇠고기를 든 임경종 수의과학검역원 인천지원장이 생산자단체, 소비자단체 회원들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뼛조각은 뼈가 아니다."

참으로 생게망게한 주장입니다. 다섯 살 아이도 똑똑히 판단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청산가리가루는 청산가리가 아니라는 해괴한 논리입니다. 비유에는 함정이 있다고 반박한다면, 아무런 비유 없이 곧장 묻겠습니다. 뼛조각이 뼈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요?

그런데 바로 그 황당한 궤변을 언죽번죽 공언하는 윤똑똑이들이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인들입니다. 더구나 11일 밤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된 한미자유무역협정 7차 협상의 타결 조건으로 을러대고 있습니다.

뼛조각은 뼈가 아닌 미국의 '과학'

@BRI@두루 알다시피 노무현 정권이 쇠고기 수입을 전격 재개할 때, 미국과 합의한 것은 30개월 미만 소의 뼈없는 살코기였습니다.

기실 그 결정은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습니다.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는 광우병 유발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광우병에 감염될 위험이 높은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는 조건으로 20개월령 이하에 한해 수입을 재개했습니다.

어쨌든 합의에 따라 뼈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한국에 들어올 수 없는 게 상식입니다. 그런데도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이라는 찰스 그래슬리는 뼛조각은 뼈가 아니라며 "과학적인 정책을 취하라"고 부르대고 있습니다.


대체 그에게 '과학'은 무엇일까요? 더구나 미국 쇠고기에서 발견된 것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뼛조각만이 아닙니다. 발암물질인 다이옥신까지 다량 검출되었습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공식 확인했습니다. 플라스틱 따위를 태울 때 나오는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이 많이 함유된 쇠고기를 사람이 먹을 경우 암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미 노 정권은 "뼛조각이 발견된 상자를 뺀 나머지 물량은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선까지 후퇴했습니다. '다행'이라 할까요? 미국은 거부했습니다. 미국은 작은 뼛조각이 들어있는 쇠고기는 광우병 위험이 없다며 주권국가인 한국의 검역 당국까지 우롱하는 오만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주미대사의 국적은 어디입니까

a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지난해 11월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지난해 11월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좋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미국 정치인들은 저들의 이익을 위해 궤변을 '과학'으로 꾸민다고 합시다. 그런데 한국인이면서 저들의 논리에 춤추는 부라퀴들이 있습니다.

보십시오. 워싱턴의 저 주미대사를. 이태식 대사는 한미FTA 7차 협상 취재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미국의 일관된 시각은 한국이 뼈없는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합의하고 뼛조각을 빌미로 수입 자체를 막으려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체 그것이 어떻게 '빌미'일까요? 미국을 두남두는 주미대사의 발언에 놀라울 뿐입니다.

미국이 그런 압박을 가한다면 저들의 논리적 부정합성이나 주관적 억측임을 들어 당당히 반론을 펴는 게 대사의 직분이 아닐까요? 대체 그는 어느 나라 대사인가요?

국적이 불분명한 윤똑똑이는 주미대사만이 아닙니다. 친미 사대언론도 "무역보복" 운운하며 미국 앞잡이 노릇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이미 다이옥신이 검출됐을 때도 '물타기'를 한 <조선일보>는 일본의 사례를 들어 뼛조각 쇠고기 수입을 사설로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사설은 일본이 20개월령 이하의 쇠고기만 수입을 허용한 사실이나, 최근 일본 정부가 수입위생조건을 완화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공식 거부한 사실은 교묘히 모르쇠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강압적으로 수입 재개하라

광우병은 초식동물인 소에게 다름 아닌 소의 뼈와 내장을 갈아먹임으로써 발생한 병입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윤을 얻으려는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재앙입니다. 잠복기가 20년에 이르러 많은 과학자들이 대재앙이 올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뼈는 위험한 데 뼛조각은 위험하지 않다는 논리는 가당치도 않습니다.

그래서입니다. 저 미국의 정치인들과 그에 용춤 추는 친미관료-친미언론의 부라퀴들에게 명토박아 둡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위해 다 퍼주겠다면 차라리 정직하게 그렇게 말할 일입니다. 미국도 쇠고기 수입을 강압적으로 관철시키겠다면 차라리 '초강대국'답게 솔직할 일입니다.

다만 대한민국의 국민을 무지렁이 삼아 더는 조롱하지 말기 바랍니다. 소의 뼛조각은 뼈가 아니라는 주장, 소가 웃을 일입니다.
#한미FTA #궤변 #쇠고기 #뼛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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