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힘을 다해 버티던 돼지가 결국 파출소 안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다. 명동 파출소로 임시 견인조치됐던 돼지는 이내 남대문 경찰서로 이송됐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돼지 한 마리와 흑염소 여섯 마리가 뛰어다녔다. 롯데백화점 맞은편 도로에는 무가 농민들의 손에 의해 버려졌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이하 농축수산비대위) 소속 농민 20여명은 12일 오후 을지로 입구에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7차 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돼지와 염소 등 가축과 직접 기른 농산물을 갖고 거리 선전전을 펼쳤다.
이들은 오후 2시 20분께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몸에 단 돼지와 염소 등을 목줄로 묶어 명동 거리를 누비며 한미FTA 협상 저지를 주장했다. 이어 농민들은 가축들을 가로수에 묶은 다음 '한미FTA 체결되면 농민 살 길 없다'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작업복 차림에 얼굴에 복면을 한 한 농민은 "먹을거리에 대한 안정성이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무분별하게 외국산 먹을거리를 들여올 수 있겠느냐"며 광우병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수입산 쇠고기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들의 거리 선전전은 집회 신고가 되지 않은 '불법' 집회로 분류돼 거리 선전전은 20여분만에 경찰의 진압으로 끝마쳤다. 경찰은 농민 한 명을 연행하고, '불법 시위용품'인 돼지와 염소 등을 명동 파출소로 압수한 뒤 남대문 경찰서로 이송했다.
한편 또다른 농민들은 무 등 농산물 2톤 가량을 들고 나와 롯데백화점 맞은편 대로에 뿌렸다. 이들은 "FTA협상은 이미 우리 농산물을 천시하고 있다"며 농산물을 폐기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버려진 농산물은 즉각 청소차가 출동, 수거해 간 덕분에 큰 교통 혼잡은 없었다.
농축수산비대위는 "이번 선전전은 한미FTA 협상이 일방적 퍼주기 협상으로, 타결되면 농업은 물론 농민들도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며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진행된 이번 퍼포먼스를 통해 서울 시민들에게 한미FTA 협상에 반대하는 국민적 의사를 모으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깜짝' 시위에 대해 명동의 많은 시민들은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일부에서는 "농민들과 가축들이 불쌍하다"고 반응했지만, 반면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전우태(21·남)씨는 "오죽하면 이렇게 가축들을 데리고 와서 시위를 하겠느냐"며 "농민들이 이렇게 반대하는데, 왜 정부는 굳이 한미FTA를 체결하려고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반면 조동익(19·남)씨는 "가축들이 무슨 고생이냐, 이런 식으로 시위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고 농민들의 태도를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