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농민 20여명은 12일 오후 서울 명동 입구에서 한미FTA 7차 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돼지와 염소 등 가축을 동원해 기습시위를 벌였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지금부터 나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두 가지 문제를 연결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와 돼지에 대한 이야기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월 12일자 기사 '돼지·흑염소가 경찰에 연행된 까닭'에서 가축까지 동원된 한미FTA 반대 시위를 보도했다. FTA가 무엇이기에 돼지까지 동원하는가.
대한민국 국민이 FTA의 진실을 알면 놀라고 화가 날 것이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미국과의 FTA를 관세 좀 낮춰서 수출을 늘리는 정도로 생각하는 국민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미 의회조사국보고서(CRS 리포트)는 한미FTA가 경쟁적 자유주의의 시범 케이스임을 못 박고 있다. 미국의 최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 나라의 법과 제도, 관행을 모두 바꾸겠다는 뜻이다. 국경상의 관세는 더 이상 큰 문제가 아니다.
한미FTA로 수출과 외국인직접투자는 증가하지 않고, 양극화가 심화되며, 외교안보적으로도 커다란 문제를 불러올 수 있으며, 우리의 주권과 민주주의마저 위협할 것이다."
'묻지 마'로 일관하며 한미FTA 목 매는 정부
미국은 의약, 자동차, 농산물에다 법률까지 콕 찍어 요구하고 있으며, 통신과 소규모 택배 시장처럼 이익이 될 산업이라면 '구멍가게'까지 욕심내고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FTA(Free Trade Agreement)를 'For The America'라고 할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부가 한미FTA의 양국 협상 초안 등을 공개하지 않고 밀실에서 논의한다는 것, 민간 전문가들한테 문제점을 지적받고 국민 합의를 거치는 과정을 하지 않고 이른바 '묻지 마 협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6월, < KBS스페셜 >은 1994년 중남미의 허브를 꿈꾸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기대에 못 미친 고용창출, 농촌 붕괴, 양극화 심화, 도시 인구밀집으로 주차장처럼 된 도로, 다국적자본의 천국, 외국과의 경쟁을 위한 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인원감축, 문 닫은 중소기업, 그리고 목숨 건 탈출. FTA는 멕시코 내 모든 개인의 일상과 기업의 행태, 더 나아가 강산을 바꿨다고 한다.
우리는 미국과 FTA를 맺지 않기로 결정한 스위스 정부를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은 당시 농산물의 원산지 증명 표시를 하지 않겠다고 끝까지 버텼다. 생산지, 생산방법, 가공처리과정 등을 반드시 표기하고, 호르몬을 먹인 육류나 유전자조작 식물 등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는 스위스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스위스농민연맹(SBV) 등은 농업의 존속 자체가 위험하다는 분석 아래 농민들의 저항을 조직하고 의회각료를 설득했으며 소비자들과 연대했다. 결국 소비자보호재단(SKS)을 축으로 국민발의한 안이 국민투표를 통해 채택돼, 2010년까지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수입하는 국제조약은 전혀 체결할 수 없게 됐다. 전체적인 경제적 이익 못지않게 농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농업포기정책으로는 어느 나라도 미래를 보장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시대가 변해도 농업을 나라의 근간으로서 지켜내고 창조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는 농업이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고, 환경에 관한 문제이자 삶의 질에 관한 문제이며, 자립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가 먹을 것은 우리가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식량주권의 중요성에 대해 더 논할 필요가 있을까? 1989년 이후 농업혁명에 성공해 식량 자급률이 98%에 달하고 거의 유기농 생산을 하고 있는 쿠바가 부럽다.